9일(화) 오후 2시, 과일집(125동)에서 2021년 첫 번째 사이언스월든 과학예술융합 레지던시 오픈 스튜디오가 진행됐다. 지난 1월 10일(일)부터 한 달 간 과일집에 머무르며 작업을 진행해 온 셀레스틴 김 작가의 작업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김 작가는 ‘Circulation 125’를 주제로 두 가지 작업을 선보였다. 과일집 1층과 2층에 각각 설치된 작업을 통해서다.
1층에 설치된 작품은 길게 펼쳐진 캔버스 위에 원형의 패턴과 기호들을 표현한 것이다. 원형의 패턴에 대한 영감은 과일집 주변에 둘러진 벽돌의 모양에서 받았다.
셀레스틴 김 작가는 “벽돌에 동그란 구멍이 뚫려있어 흥미롭게 생각했는데, 이 원형의 이미지가 과일집이란 공간에 대해 표현할 수 있는 키워드가 됐다”며 “원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의미 중에서도 순환에 주목했고 이를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작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동그란 패턴을 그리는 데는 김 작가가 과일집에서 사용한 플라스틱 용기 뚜껑이 활용됐다. 그 안을 채운 기호들은 사이언스월든 연구진과 이야기하며 들었던 원소기호다. 하지만 누가 보느냐에 따라 화학식이 그려진 그림으로도, 독특한 디자인의 매트로도 볼 수 있다.
셀레스틴 김 작가는 “나의 설치작업은 설치되는 장소와 함께 인식된다”며 “작업이 진행되는 장소에 있는 요소를 끌어들이고, 또 그 장소에서의 다양한 변화와 흐름을 작품에 반영할 수 있다면 관람객과의 호흡을 통해 수많은 의미를 창출하게 된다”고 말했다.
2층에 펼쳐진 작업을 살펴보면 이 설명은 더 가까이 다가온다. 반투명 패브릭에 색을 입혀 공간을 수놓은 이 작업은 셀레스틴 김 작가가 기존에 진행해온 작업의 연장선에 있다.
김 작가는 ‘물질의 현상성’에 주목해 2차원 전통회화가 그려지던 캔버스를 3차원으로 확장했다. 이젤에 묶여있던 패브릭을 해방시켜 3차원 공간에서 다층적인 색체의 층위를 펼쳐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펼쳐진 천들은 공간 내의 빛과 바람, 시간에 따른 다양한 변화를 몸소 받아내며 더욱 풍부한 의미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셀레스틴 김 작가는 “캔버스 위에 붓질을 해 작품을 그려낼 때를 생각해보면 모든 색과 모양이 내가 의도한대로만 그려지지는 않는데, 이것은 작가의 의식과 무의식이 함께 표현돼 하나의 작품이 된다는 의미”라며 “공간에 펼쳐내는 작업에서도 의도하지 않았던 주름이 생기고, 생소한 날씨에 따른 빛과 변화가 펼쳐지며 환경적인 요인들이 더해져 작품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과일집이라는 공간에 와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나만의 캔버스를 펼쳐 공간과 호흡하고자 했다”며 “기존 작업과 새로운 공간이 관계를 맺는 작용을 통해 작업의 경계가 더 넓어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 작가는 “작업을 해오면서 늘 기존의 전통을 넘어 확장하고, 변화하기 위한 시도를 해왔다”며 “사이언스월든 공학도들과의 시간 또한 사고의 틀을 깨고 새로운 영감을 얻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2021년 사이언스월든 과학예술융합 레지던시는 ‘히든 아티스트를 찾아라!’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지난 12월 총 6명의 작가를 모집했으며, 1월부터 6월까지 매달 한 명이 한 달간 과일집에 머무르며 작업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