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핀 같은 2차원 신소재는 금속 기판을 ‘밭’ 삼아 그 위에서 합성된다. 증기상태의 원료를 기판에 달라 붙여 얇은 막을 형성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기판 특성이 2차원 소재의 품질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기판을 잘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UNIST 연구진이 새로운 기판 선택 기준을 내놨다.
UNIST(총장 이용훈) 신소재공학과 펑 딩(Feng Ding) 교수(IBS 다차원탄소재료 연구단 그룹리더)팀은 2차원 물질을 단결정 형태로 합성하기 위해 필요한 기판 선택 기준을 이론적으로 제시했다. 같은 물질이더라도 단결정 형태는 다결정 형태보다 품질이 우수하다. 이론 계산 결과에 따르면 기판 단면에 계단 모양 구조가 더 조밀한 고 밀러지수 기판이 2차원 물질을 단결정 형태로 합성하는 데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밀러 지수는 물질의 단면 모양을 수학적 기호로 표현한 것이다. 수박을 가로 또는 세로로 잘랐을 때 단면 모양이 다른 것처럼 원자가 차곡차곡 쌓인 구리 같은 금속 기판도 절단 방향에 따라 단면 모양이 달라진다. 단면을 대각으로 자른 고 밀러지수 면(high index surface)은 원자가 한 층씩 계단처럼 쌓인 구조(step edge)가 있다.
딩 교수 연구팀은 이전 연구를 통해 상업적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저 밀러지수 기판보다 고 밀러지수 기판이 2차원 물질을 단결정 형태로 합성하는 데 적합하다는 사실을 알아낸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계단 구조가 더 조밀한 고 밀러 지수 기판일수록 2차원 물질을 단결정 형태로 쉽게 합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실제 기판은 이론과 달리 단면이 완벽하게 평편하지 못하고 울퉁불퉁 하기 때문이다. 표면이 울퉁불퉁해지면 계단 모서리가 직선이 아닌 구불구불한 곡선 형태를 띠는데, 계단 구조가 조밀하면 모서리 형태가 단결정 합성에 유리한 직선 형태에 더 가까워진다.
제 1저자인 레이닝 짱(Leining Zhang) 연구원은 “이번 이론 연구 결과는 기존 관행과 달리 고 밀러지수 기판을 2차원 단결정 물질 합성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함을 다시 한 번 입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펑 딩 교수는 “반도체에 쓰이는 단결정 실리콘 합성 기술은 수십 년간 연구돼 명확한 제조 방법이 확립된 반면 새로 등장한 그래핀, 육방정계 질화붕소 같은 2차원 물질을 단결정 형태로 합성하는 기술은 아직 초기 연구단계”라고 설명했다.
딩 교수는 이어 “단결정 2차원 물질의 제조 기술을 확립하는 데 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이는 이론 연구의 도움을 받는다는 5~10년 이내에 단결정 2차원 물질을 상업화 가능한 수준으로 대량 합성하는 기술을 개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2차원 소재는 원자 하나 두께 수준으로 얇은 평판형 물질을 말한다. 강철보다 강하면서도 잘 구부러지는 그래핀이나 반도체 절연체 소재로 주목받는 육방정계 질화붕소 등이 대표적 2차원 물질이다.
2차원 물질을 이 같은 방식으로 합성하는 것을 에피택셜 합성법(Epitaxial Growth)이라 한다. 이 방식은 먼저 결정 씨앗 생성(nucleation), 단결정 씨앗이 작은 결정 조각인 결정 섬(island)으로 커지는 단계, 그리고 결정 섬들이 점점 성장하다 서로 만나 하나의 단결정이 형성되는 과정을 거친다. 다결정 물질은 결정 섬의 성장 방향이 달라져서 생긴다.
연구수행은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연구결과는 소재분야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즈에 7월 16일자로 출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