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수소사회 조기 진입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연구가 나왔다.
UNIST(총장 이용훈) 에너지화학공학과 임한권 교수팀은 고등과학기술원(원장 김진균)과 함께 해외에서 수소를 수입하는 모델의 경제성과 환경타당성을 동시에 평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생산과 저장, 운반 등 전 과정의 비용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계산해내 수소 해외 공급망 구축을 위한 정책 수립 지표로도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수소 수입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독일, 일본과 같은 선진 공업국이 수소사회로 조기 진입할 수 있는 대안이다. 이들 국가는 당장 수소를 추출할 수 있는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나 신재생에너지, 대규모 인프라 같은 자원은 부족한 반면 에너지 수요는 많아 수소 자급자족이 어렵다.
제1저자인 김아연 연구원(에너지화학공학과 석박통합과정)은 “비슷한 처지인 일본이나 유럽 일부 국가들은 이미 호주 같은 해외에서 수소를 수입하는 모델을 실증 연구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해외 공급망을 구체화하는 연구가 시급하다”고 연구 계기를 밝혔다.
임 교수팀은 인도네시아산 블루 수소를 액상 저장체(암모니아 등)로 변환해 해상 운송하는 모형으로 수소 수입 모델을 구체화했다. 사례 분석 결과 수소 1kg를 공급할 때 생산 단가는 약 3.45 달러~ 3.72 달러에서 형성됐다. 수소 생산방식과 운송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이는 2030년 수소 경제 로드맵에 제시된 1kg당 4천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또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9.64kg ~ 18.4 kg 수준이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해상 수송선박의 연료를 친환경 연료로 대체하거나, 수소 액상변환에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활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감축 가능하다.
공동 제 1저자인 이현준 연구원(에너지화학공학과 석박통합과정) 은 “시뮬레이션 결과, 수소를 수입할 경우 정부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제안된 2030년 목표(1kg당 4천원)는 달성 가능하지만, 2040년 목표(1kg당 3천원) 달성을 위해서는 수소 생산이나 운반, 저장 부문에서 비용 감소를 위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에서는 수소 생산부터 공급을 총 5단계로 나눠 진행했다. 습식 메탄 개질과 석탄 가스화 방식으로 생산(i)한 수소를 액화하거나 암모니아 또는 액상유기체(LOHC)로 변환(ii)해 해상 운송(iii)한다. 수입국으로 운송된 액상 저장체는 다시 수소로 변환(iv)되며, 특수 수송차량(트레일러)이나 파이프라인을 통해 주요 소비지로 공급(v)되는 순서다. 또 사례 연구 뿐만 아니라 각 단계의 비용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비교 분석해 최적의 공급 루트를 찾는 연구도 함께 수행했다.
임한권 교수는 “해외에서 우리나라로 수소를 수입하는 모델의 경제성과 환경 타당성을 전주기적으로 평가한 최초의 연구”라며 “향후 다양한 해외 수소 공급 모델 평가 연구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저널 오브 클리너 프로덕션(Journal of Cleaner Production)에 지난달 20일 게재됐다. 연구 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연구재단(NRF)의 수소에너지혁신기술개발사업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