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정보의 기본 단위인 ‘큐비트’를 상온에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양자 소재가 개발됐다. 새로 개발된 양자 소재로 기존 상온 동작 고체 큐비트 시스템의 고질적 문제인 신뢰성과 효율성 문제를 극복해 냈다. 현재 영하 270도의 극저온에만 작동하는 양자컴퓨터와 달리 상온에서도 쓸 수 있는 양자 컴퓨터 개발 전망이 한층 더 밝아졌다.
UNIST(총장 이용훈) 물리학과 김제형 교수팀은 고체 양자 시스템(큐비트 생성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포논(진동입자)의 간섭 문제와 광원 밝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김제형 교수는 “다이아몬드 같은 고품질 정제 단결정 소재 대신 철물점에서 흔히 보는 저품질 다결정 소재를 활용한 역발상으로 기존보다 높은 신뢰성, 속도, 효율을 갖는 상온 양자 시스템을 만들 수 있어 학술적으로도 주목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체 내 점 결함은 고체 시스템에서 만드는 대표적인 큐비트이다. 원자가 빠진 점 결함의 전자 스핀(spin) 이나 점 결함이 만든 빛 입자(광자)를 광학 큐비트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상온에서 작동하는 것이 큰 장점이다. IBM 등에서 연구하는 초전도 양자 시스템, 이온 트랩 양자 시스템 등은 영하 270 정도의 극저온에서만 작동한다.
하지만 기존 고체 점 결함 기반 큐비트 시스템은 고체 내부의 포논과 불필요한 상호작용을 하는 간섭 문제와 낮은 광 추출 효율 때문에 정보의 신뢰성과 효율 측면에서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단결정 벌크형 소재 대신, 다결정 나노 소재인 탄화실리콘(SiC) 나노선(nanowire)을 시스템 재료로 사용해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연구진은 다결정 나노 소재가 기존 정제 단결정 소재와 달리 면 결함이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점 결함이 면 결함 내에 자리 잡으면 포논에 의한 불필요한 간섭이 줄어드는 원리다. 결함으로 결함을 제어하는 ‘이이제이 시스템’인 셈이다. 또 정제 단결정 벌크 소재와 달리 나노구조는 광방출에 유리해 밝기가 크게 밝아지는 장점도 있다.
실험 결과 기존 고품질 단결정 시료보다 30배 이상 밝고 좁은 선폭을 갖는 빛을 확인했다. 빛 파장의 선폭이 좁을수록 포논 간섭 현상이 줄어듦을 의미한다.
김제형 교수는 “소재 제작과 측정 기술의 발달로 고체 점 결함 기반 양자 시스템 연구에는 진전이 있었지만, 점 결함 고유 특성을 제어하는 것은 난제로 남아있었다” 며 “기존 상식을 깨고 저품질 소재에 흔한 면 결함으로 점 결함의 특성을 제어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고 연구 의미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 기술로 상온에서도 기존보다 높은 신뢰성과 효율, 속도를 갖는 양자 컴퓨터, 양자 통신, 센서와 같은 양자 정보 시스템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나노레터스(Nano Letters) 10월 22일자 온라인 속보로 게재됐다. 연구지원은 한국연구재단의 양자컴퓨팅기술개발사업,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대학ICT 연구센터 육성지원사업을 통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