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가 울산의 전통 제조업 혁신을 통해 국가 산업의 미래를 바꿀 도전에 나선다. 인력양성, 연구개발, 창업육성에 이르는 전 주기를 일체화 한 혁신생태계, ‘국가 제조혁신 클러스터’ 조성을 통해서다.
제조혁신 클러스터의 핵심 키워드는 ‘인공지능(AI)’과 ‘탄소중립’이다. 기존 제조업에 인공지능을 접목해 스마트공장을 구현하고, 친환경 저탄소배출 제조기술을 보급해 미래 산업을 선도할 수 있도록 돕는 혁신 허브를 만드는 것이다. 울산의 서부 권역에 클러스터를 만들어 UNIST에서부터 인력양성과 연구개발을 시작하고, 인근 산업단지에 이를 바로 적용하는 모델이다. 기존 제조업의 고도화와 혁신 창업 활성화를 이끌고, 장기적으로는 부산‧경남, 대구‧경북 지역까지 이런 변화를 확산하는 것이 목표다.
이용훈 총장은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의 물결과 탄소중립경제로의 국제무역질서 변화는 우리 산업계가 피할 수 없는 미래”라며 “걱정만 앞설 것이 아니라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미래 산업 선도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용훈 UNIST 총장은 지난 2019년 11월 부임한 이후 대한민국 산업수도 울산의 전통 제조업 혁신을 위한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동남권 지역을 대표하는 과학기술원으로서 울산의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에 앞장서야 한다는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 지난 2년 간 UNIST는 지역 제조업 혁신을 이끌 연구기반 마련에 꾸준한 성과를 거뒀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헬스, 탄소중립 등 미래 산업의 핵심이 될 분야의 인력양성과 연구개발, 산학협력을 이끌 전진기지를 마련한 것이다.
가장 먼저 집중한 분야는 인공지능이었다. 이 총장은 부임 직후 관련 분야 교수진을 직접 모아 인공지능대학원 공모사업에 뛰어들었다. UNIST는 2020년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국비지원 사업에 선정됐고, 그해 9월 대학원을 개원하며 인공지능 연구 기반을 마련했다.
이 총장은 인공지능 연구를 지역산업으로 확산하기 위한 작업도 펼쳤다. 2021년 1월 출범한 인공지능혁신파크가 그 중심에 있다. 산업체 재직자 교육, 산학공동연구, 스타트업 보육 등 인공지능 관련 협력을 적극 추진했고, 현재 65개 기업이 참여하며 호응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함께 디지털 뉴딜의 핵심 분야로 꼽히는 반도체에도 역량을 집중했다. 2021년 9월 개원한 반도체소재부품대학원은 국내 유일의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 중심 대학원이다. 이곳에서는 울산 지역 정밀화학 산업의 고도화를 통해 반도체 소재 분야 진출을 돕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현재 11개 기업이 공정 분석 및 지원을 받고 있다.
이밖에도 UNIST는 미래차연구소, 산재특화 스마트 헬스케어 연구센터 등 울산의 기존 주력산업을 혁신하고, 신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연구기반을 마련해 제조업 혁신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특히 내년 초 개원을 앞둔 탄소중립융합원은 최근 화두로 떠오른 탄소중립 분야에 집중하는 조직이다. 차세대 에너지, 탄소포집 및 활용은 물론 기후환경과 탄소중립 정책까지 종합적인 분야를 아우르는 인재육성과 연구개발에 앞장선다.
이용훈 총장은 “울산은 인공지능과 탄소중립을 중심으로 한 제조혁신의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날 수 있는 도시”라며 “지역과 국가 산업의 미래를 선도할 ‘스마트 그린도시 울산’으로 가는 해답을 먼저 찾는다면 그 파급효과는 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1월 4일(목) 이준호 덕산그룹 회장은 UNIST에 발전기금 300억 원을 기탁하며 “UNIST가 만들어나가는 미래가 제가 꿈꿔온 미래와 꼭 닮아서 가슴이 설렌다”고 말했다. 이날 이 회장은 UNIST가 첨단기술 분야 인재육성과 창업생태계 조성을 통해 울산 지역경제를 혁신할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달라고 당부했다.
울산에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IT 소재 분야 산업을 일궈온 이 회장은 “그동안 울산의 전통산업을 미래형 산업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는 많았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찾아보기는 어려웠다”며 “국내 최초로 반도체소재부품대학원을 개원하는 등 미래 산업을 향해 방향을 정립하고, 이를 실현할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가는 UNIST의 모습을 보며 이번에야말로 울산 산업의 지평이 바뀔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말했다.
<제조혁신 관련 이용훈 총장과의 일문일답>
Q1. 제조업 혁신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 배경은?
최근 과학기술의 급격한 변화는 국가적인 의제로 계속해서 떠오르고 있다. 매년 새로운 기술변화의 충격이 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2018년 알파고 쇼크로 다가온 인공지능의 변화, 2019년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를 중심으로 한 무역분쟁,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진단, 백신, 치료제 등 바이오헬스 산업의 부상, 2021년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이 대표적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사회에 주는 충격은 특히 산업계에 큰 영향을 준다. 일례로 최근 국제사회는 탄소중립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경제체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탄소 국경세를 신설하고, 친환경적이지 못한 산업에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경제 질서를 재편하려는 시도다.
우리나라 제조업은 과거 산업시대에 빠르게 성장해 세계적 수준에 올라섰다. 이러한 성과를 꾸준히 유지하고, 또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 탄소중립, 인공지능의 부상에 대해서 우려하거나 겁먹기 보다는 이를 또 다른 기회로 생각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UNIST는 대한민국 산업수도 울산에서 이러한 변화를 시작하고자 한다.
Q2. 미래 산업을 준비하기 위해 집중해야 할 분야는?
인공지능(AI), 바이오헬스, 탄소중립의 세 가지를 꼽는다. 전 세계 유수의 대학들과 기업들이 이 세 가지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이들 분야에서 앞선 위치를 차지한다면 혁신의 선두에 설 수 있다.
UNIST는 이들 세 분야의 연구기반을 확충하고, 인재육성과 연구개발, 산학협력을 확대해나가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 분야는 울산의 기존 산업을 고도화하고, 또 새로운 산업 분야를 개척할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공지능(AI)대학원, 인공지능혁신파크, 반도체소재부품대학원은 디지털 뉴딜 분야를 이끄는 주체들이다. 인공지능 핵심 분야 연구는 물론 다양한 산업에 적용되는 인공지능 응용(AI+X) 분야에도 연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인공지능 발전의 토대가 되는 반도체 산업을 뒷받침할 연구개발과, 울산 지역 정밀화학 산업 고도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탄소중립은 전 세계적인 화두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친환경 에너지, 탄소포집 및 활용 연구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UNIST는 국내 어떤 대학보다 탄소중립에 준비된 대학이다. 미래 에너지와 탄소활용 분야의 탁월한 연구력을 바탕으로, ‘탄소중립융합원(Carbon Neutral Institute, CNI)’을 신설해 관련 분야를 선도해나갈 계획이다.
지난 4월 UNIST는 울산 만명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성과를 거뒀다. 최근에는 스마트 헬스케어 연구센터를 중심으로 미래 바이오메디컬 기술 역량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이 센터는 추후 설립될 울산산재공공병원과의 연계를 통한 재활, 진단 분야 심화 연구를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Q3. 제조혁신을 위한 울산과 UNIST의 남다른 경쟁력이 있다면?
울산은 국내 최대 규모의 산업도시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주력산업을 중심으로 배후산업이 풍부하게 발달해있다. UNIST는 비록 역사는 짧지만, 탁월한 연구력을 바탕으로 주목받는 연구중심대학으로 성장했다. 영국 THE 세계대학평가에서 국내 5위, 세계 179위에 올라있고, 개교 50년 이하 대학 중에서는 세계 10위에 꼽힌다. 연구의 질을 평가하는 네덜란드 라이덴랭킹에서 5년 연속 국내 1위에 올라있는 것도 우수한 연구력을 증명해준다.
울산의 산업체들은 혁신에 목말라 있다. 인공지능혁신파크를 출범하며 시작한 재직자 교육, 산학공동연구, 스타트업 보육 사업에는 모두 모집규모의 2배가 넘는 기업이 지원했다. 그만큼 변화를 갈망하고, 바라고 있었다는 의미다. 인공지능을 도입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기업들에게 UNIST는 새로운 기회가 됐다.
특히 앞으로는 탄소중립과 관련해 제조 기업들의 변화와 혁신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친환경에너지, 탄소포집 및 활용 등 탄소중립 관련 기술 분야에서 앞선 경쟁력을 확보한 UNIST는 울산 지역의 기업들이 탄소중립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발판이 될 것이다.
Q4. 앞으로 추진할 제조혁신의 방향을 소개한다면?
UNIST는 울산 지역 제조업 저변의 변화를 이끌어나가고자 한다. 이는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아닌 뿌리로부터의 변화를 말한다. 제조업의 기반을 혁신하는 역할을 통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를 도모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울산은 주력 산업을 이끄는 대기업들과 함께, 이들 기업에 다양한 소재와 부품을 납품하는 배후산업이 풍부하게 발달해있다. 제조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배후, 뿌리가 튼튼해져야 한다. 여기서도 핵심은 인공지능과 탄소중립이다.
인공지능을 접목한 스마트 공정의 도입은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고, 불량률을 감소시키는 효과로 이어진다. 실제 울산에 공장을 둔 삼양사는 UNIST 인공지능혁신파크 재직자 교육을 통해 발굴한 연구과제로 설탕제조 공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탄소중립은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 신재생에너지의 도입 외에도 다양한 방면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탄소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각종 소재의 경량화가 필수적이다. 더 가벼우면서 물성이 좋은 소재를 개발해 공급한다면, 탄소중립 시대에 발맞춘 경쟁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UNIST는 우수한 소재 분야 연구력, 산업 인공지능 분야 역량을 바탕으로 지역 제조 산업의 뿌리를 바꿀 수 있는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제조혁신 클러스터 등의 기반이 마련된다면 이는 더욱 가속화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