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나노튜브는 촉매 표면에서 솟아올라 자란다. 흡사 중력을 거스르는 것 같다. UNIST 연구진이 이 같은 성장의 비밀을 처음으로 밝혔다. 탄소나노튜브가 발견된 지 30년 만이다.
UNIST(총장 이용훈) 신소재공학과 펑 딩(Feng Ding) 교수팀(IBS 다차원탄소재료 연구단 그룹리더)은 탄소나노튜브 합성의 필수 단계인 ‘캡 솟아오름’ 현상을 설명하는 새로운 이론을 미국화학회지(JAC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난 30년간 간과됐던 현상을 분자 시뮬레이션과 밀도범함수 이론분석을 통해 밝혀낼 수 있었다”며 “탄소나노튜브를 합성하는 촉매 구조 설계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탄소나노튜브는 전도성, 강도, 연성 등이 뛰어나 1991년에 발견된 이래로 그래핀(탄소 원자가 벌집 모양으로 연결된 종이처럼 얇은 물질)과 더불어 가장 많이 연구된 탄소 물질 중 하나다. 메모리 반도체 소재인 실리콘의 대체 물질, 대용량 배터리 첨가제로도 주목받고 있는 물질이다.
이 물질은 그래핀을 돌돌 말아 만든 것처럼 생겼지만 실제로는 촉매 표면에서 수직 방향으로 성장해 속이 빈 원통 형태로 합성되는 특성이 있다.
‘캡 솟아오름’은 촉매 귀퉁이에 탄소가 모여 생긴 캡 구조가 돔 형태로 솟아오르는 현상이다. 합성 반응 초기에 생긴다. 만약 이 캡 솟아오름 현상이 없다면 탄소 원자와 촉매 입자가 구 형태 촉매 표면을 완전히 둘러싸는 형태로 반응이 끝나고 만다.
딩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캡 모서리와 촉매 표면 간의 계면 에너지 감소가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다. 에너지 감소가 촉매와 탄소 원자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을 상쇄해 캡 구조가 들려 올라가는 현상이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원리다.
시뮬레이션 결과 캡이 들려 올라갈수록, 즉 캡의 벽면과 촉매 표면이 이루는 각도가 90도에 가까워질수록 계면 에너지가 줄어듦을 확인했다.
이처럼 계면 에너지는 캡 모서리와 촉매 입자가 이루는 접촉각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접촉각 크기로 캡 구조 솟아오름 여부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예측 결과에 따르면 접촉각이 45도에서 90도 캡 구조가 잘 들려 올라가고 탄소나노튜브 합성 반응이 잘 일어나는데, 이는 실제 기존의 실험 결과와도 일치한다.
이번 연구는 화학 분야 권위학회지인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지난 17일자로 공개됐다. IBS 다차원탄소재료연구단 리핑 딩(LiPing Ding) 연구원, 벤 맥린 연구원(Ben McLean), 중국 장수대학교 쯔웨이 쉬(Ziwei Xu) 연구원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했다. 연구수행은 IBS(기초과학연구원) 등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