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전기도 전위차 있어야 전하(전자 등)가 흐른다. 반면 전위차 없이도 전자가 스스로 흘러 전기를 만드는 현상이 발견돼 물리학자들이 연구에 골몰해 왔다. 특히 2차원 반도체 물질을 돌돌 말아 튜브형태로 만들면 그 효과가 극적으로 커지는데, 그 원리를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UNIST 박노정 교수팀과 인천대 김정우 교수는 다층 나노튜브 형태의 이황화텅스텐에서 벌크 광전류가 증가하는 원인을 밝혀냈다. 또 이를 기반으로 이 반도체 나노튜브에 흐르는 광전류 크기를 2.5배 이상 증가시킬 수 있는 물질구조도 이론적으로 제시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광전류 증가 원인은 나노튜브의 다층 구조 덕분에 생기는 전하이동 때문이다. 이 다층 나노튜브는 평판 형태 이황화텅스텐이 돌돌 말려 나이테와 같은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또 이황화텅스텐(WS2)의 황(S) 원자 한 개를 셀레늄(Se)으로 바꿔줄 경우 다층 나노튜브 벽 사이의 전하 이동이 더 활발해져 이 효과가 2.5배 증가할 수 있다는 이론 시뮬레이션 결과도 제시했다.
이번 발견은 태양전지의 이론적 한계 효율을 극복할 신개념 태양전지 소재를 개발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연구팀의 전망이다. 태양전지 분야에는 태양광을 전력으로 변환하는 효율이 33.7%를 절대 넘지 못한다는 ‘쇼클리-퀘이서(Shockley-Queisser)’ 법칙이 절대적이었다. 전위차를 걸어주기 위한 pn 접합의 한계 때문이다. pn접합형 태양전지는 전류를 키우면 전압이 줄고, 전압을 늘리면 전류가 줄어든다. 반면 벌크 광기전효과는 전류와 전압 크기를 동시에 키우는 것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는 빛을 흡수해 실시간으로 바뀌는 반도체 물질 내부의 전자 구조도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밀도범함수 계산 능력을 보유한 덕분”이라고 “신개념 태양전지를 비롯한, 충전 없이 동작하는 적외선 센서, 차세대 반도체 소자 등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UNIST 물리학과의 김범섭 연구원이 참여했다. 연구결과는 다학제분야 권위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6월 10일자로 게재됐다. 연구수행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