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형태가 아닌 자신의 모양에 따라 이동 경로를 결정하는 새로운 입체 도형이 개발됐다.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단장 대행 연구팀은 입체 도형에 ‘가야 할 길’을 학습시킬 수 있는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이렇게 만든 도형을 ‘트라젝토이드’라고 명명했다. 연구결과는 8월 10일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평평한 경사면에서 구슬을 굴리면 직선으로 굴러간다. 표면이 울퉁불퉁하다면 표면의 모양에 따라 굴러가는 길이 바뀐다. 땅이 아닌 도형의 형태에 따라 경로를 결정하는 도형을 만들기 위한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지그재그 모양으로 굴러가는 ‘올로이드’나 ‘스피어리콘’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기존 개발된 도형들은 응용이 제한적이었다. 가령, 스피어리콘은 야구공의 솔기처럼 튀어나온 부분을 따라 움직이는데, 한 방향으로 계속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이동 후 가장자리에서 움직임을 멈추고 다시 중심으로 돌아온다. 즉, 움직임을 원하는 대로 설정하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입체 도형에 이동 방향을 학습시키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다. 우선, 비탈길에 미리 길을 그려두고, 찰흙으로 만든 구를 비탈길 위에 둔다. 그려진 길을 따라 찰흙을 꾹꾹 누르면 해당 부분이 평평해지며 울퉁불퉁한 모양의 도형이 만들어진다. 이 공을 비탈길에서 굴리면 그려진 경로 위를 따라 구른다. 학습시킬 수 있는 길이는 도형의 표면적 정도로, 비탈길이 길다면 학습한 경로를 주기적으로 반복하며 굴러 내려오게 된다. <관련 동영상 보기>
연구진은 이 방식을 알고리즘으로 만들고, 바닥이 아닌 자신의 형태에 의해 이동 경로를 결정되는 물체를 ‘트라젝토이드’라고 명명했다. 3D 프린팅을 통해 트라젝토이드를 인쇄한 뒤 경사면에서 굴리자 예상했던 경로를 따라 구불구불 굴러 내려갔다.
논문과 함께 실린 논평에서 헨리 세게르만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 교수는 “복잡한 경로를 따라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로봇에 접목할 수 있다”며 “구체를 원자에 비유하여 시간에 따른 스핀의 방향 변화를 정밀하게 설정할 수 있는 큐비트(양자비트)부터 유용한 신호와 잡음을 정밀하게 분리할 수 있는 자기공명영상(MRI) 장치 등 많은 응용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보도자료는 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에서 제공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