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그린수소 생산 기술의 상용화가 눈앞에 다가왔다. 기술의 핵심인 광전극의 성능이 오랫동안 유지되도록 보호하는 물질이 개발된 덕분이다.
UNIST(총장 박종래) 에너지화학공학과 류정기 교수와 스위스 취리히대학교(UZH) 데이비드 틸레이(David Tilley) 교수 연구팀은 태양광 수소 생산에 쓰는 금속산화물 광전극의 내구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보호층을 개발했다.
태양광 수소 생산은 물속 광전극에 햇빛을 쪼여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햇빛을 받은 광전극의 표면에서 물이 전기화학반응을 거쳐 수소와 산소로 분해돼 나오는 원리다.
이 기술은 물 산화 과정에서 광전극이 부식되는 문제가 있어 상업화를 위해서는 이를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물질 개발이 필수다. 특히 금속산화물 광전극은 값싼 소재임에도 마땅한 보호층이 없이 기술 개발이 더뎠다.
연구팀은 기존 고가의 반도체 광전극을 보호하는 데 쓰는 이산화티타늄에 폴리에틸렌이민 고분자를 추가해 금속산화물 광전극의 보호층을 개발했다. 이 보호층은 광전극이 빛을 흡수하여 만든 전자(음전하 입자)는 차단하고, 물 산화반응에 참여하는 정공(양전하 입자)만 선택적으로 전달하는 특성이 있어 광전극의 성능향상과 함께 부식을 막을 수 있다.
개발된 보호층을 비스무트바나데이트(BiVO4) 광전극에 적용한 결과, 높은 전류밀도(2.03 mA/cm2)와 함께 400시간 이상 안정적으로 물 분해 반응을 지속했다. 보호층이 없는 광전극이 5시간 만에 성능이 저하되는 것과 비교해 안정성이 크게 향상된 것이다. 전류밀도는 광전극의 효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또 개발된 보호층은 비스무트바나데이트 뿐만 아니라 산화철(Fe2O3)과 같은 다양한 금속 산화물 기반 광전극에도 쓸 수 있다.
류정기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저비용 고안정성 태양광 물 분해 기술 개발의 중요한 돌파구가 될 것”이라며 “태양광으로 고부 가치 자원을 생산하는 다른 광전기화학 전지 개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11월 1일 게재됐으며, UZH 화학과 배상현 박사가 제1저자로, UNIST 김민정 박사과정생과 최유리 박사가 참여했다.
연구 수행은 스위스 국립 과학재단(SNSF), 한국연구재단(NRF) 등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