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융합로 안의 플라즈마 상태를 기존보다 1,000배 빠르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개발됐다.
UNIST 원자력공학과 이지민·윤의성 교수팀은 플라즈마 상태를 설명하는 수학 방정식의 해를 가속화 해 구할 수 있는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 모델 ‘FPL-net’을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핵융합 발전, 일명 ‘인공태양’ 기술에서는 발전기 내부를 실제 태양과 같은 고온 플라즈마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플라즈마는 물질이 음전하를 띤 전자와 양전하를 띤 이온 입자로 분리된 상태로, 이 상태에서 입자 간 충돌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안정적인 핵융합 반응을 유지하는 핵심 요소다.
플라즈마 상태는 수학적 모델로 나타내는데 그중 하나가 ‘포커-플랑크-란다우 방정식'(Fokker-Planck-Landau, FPL)이다. ‘포커-플랑크-란다우 방정식’은 +, – 전하 입자 간의 충돌, 즉 쿨롱 충돌을 예측한다. 원래 이 방정식을 풀기 위해서는 해를 점진적으로 구해나가는 반복법이 쓰여 계산량이 많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
연구팀이 개발한 FPL-net은 기존에 쓰이는 반복법과 달리 한 번에 방정식의 해를 구할 수 있다. 기존보다 1,000배 빠른 속도로 해를 구할 수 있으며, 예측 오차는 10만분의 일로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포커-플랑크-란다우 충돌 과정은 밀도, 운동량, 에너지가 보존되는 특징이 있는데, 인공지능 모델 학습 과정에서 이러한 물리량이 보존되게끔 함수를 정의해 정확도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인공지능 모델의 정확도는 열적 평형 시뮬레이션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연속된 시뮬레이션과정에서 오차가 누적되면 정확한 열적 평형을 얻을 수 없다.
공동연구팀은 “정확도는 유지하면서도 GPU를 활용한 딥러닝으로 CPU를 사용하던 기존 코드에 비해 계산 시간을 1,000배 단축했다”라며 “핵융합로 전 영역을 시뮬레이션하는 난류 해석 코드나 현실 토카막을 컴퓨터의 가상 공간에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카막은 플라즈마를 가두는 특수 구조물이다.
연구진은 “다만 이번 연구는 전자 플라즈마에 한정돼, 응용을 위해서는 불순물이 포함된 다종입자들의 복잡한 플라즈마 환경으로 확장하는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한국연구재단,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등의 지원으로 수행되었으며, 국제학술지인 계산물리학저널(Journal of Computational Physics)에 2월 15일 자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