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은 현대 물리학의 두 축이지만, ‘공간’과 ‘시간’을 다루는 방식에서는 100여 년 넘게 어색한 불일치를 안고 있었다. 상대성이론이 처음부터 공간과 시간을 하나의 ‘시공간’으로 묶어 기술하는 반면, 기존 양자이론은 공간에 대해서는 양자상태(밀도행렬)로, 시간에 따른 변화는 양자채널(시간에 따른 진화)로 서로 다른 언어를 써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시공간 전역에 걸친 양자 상관관계를 통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UNIST는 물리학과 이석형 조교수 연구팀이 시간축 전체를 하나의 ‘양자상태’로 다루는 새로운 이론적 틀을 정립해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제안한 핵심 개념은 ‘시간 위의 다자 양자상태(multipartite quantum states over time)’다. 직관적으로 말해 여러 시점에 걸쳐 일어나는 양자 과정을 모두 하나의 거대한 양자상태로 묶어 표현하는 방식으로, 이를 통해 공간적으로 떨어진 계뿐 아니라 시간적으로 떨어진 계도 동일한 수학 구조 안에서 다룰 수 있게 된다.
연구진은 “초기 상태에 대해 선형(linear)일 것”과 “고전 확률론에서의 조건부 확률에 해당하는 양자적 조건화 가능성(quantum conditionability)을 만족할 것”이라는 두 가지 단순한 물리 가정을 출발점으로 삼아, 이 가정들을 모두 만족하는 시간 양자상태의 수학적 구조가 유일하게 결정됨을 증명했다.
이 결과를 통해, 그동안 서로 다른 형식으로 다뤄졌던 공간 상의 양자상태와 시간 상의 양자과정(채널)을 하나의 통합된 언어로 기술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연구진은 특히, 새롭게 정립한 시간 양자상태가 ‘커크우드–디랙(Kirkwood–Dirac) 준확률 분포’와 표준적인 방식으로 일대일 대응을 이룬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주목받는 ‘퀀텀 스냅샷(quantum snapshotting)’과 같은 실험 기법을 이용해 시간에 따른 양자 상관관계를 실제 실험실에서 정밀하게 재구성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처럼 이론–수학–실험 가능성을 모두 아우르는 이번 성과는 양자이론 내부의 언어만으로 시공간을 일관되게 다루는 첫 정교한 틀이라는 점에서 큰 응용 가능성을 열었다.
이번 연구는 이석형 조교수가 제1저자로서, 중국 하이난대학교 수리통계학과의 제임스 풀우드(James Fullwood)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두 연구진의 협력으로 완성된 이 이론은 향후 양자정보과학과 양자계측, 나아가 양자중력과 같은 궁극적 통일이론 연구에도 새로운 도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 수행은 정보통신기획평가원 등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연구가 게재된 피지컬 리뷰 레터스는 물리학 분야의 최고 권위 저널 중 하나다. 네이처인덱스 분석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17년까지 노벨상 수상 성과의 1/4 이상에 이 저널에 실린 논문을 토대로 하고 있다.
UNIST 물리학과는 올 한해만 6편의 연구 성과를 이 저널에 게재하는 성과 거뒀으며,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자연과학 수학·물리 부문 최수우 대학에도 선정됐다.

![[연구그림] 시간 양자 상태의 확장 방식 비교](https://news.unist.ac.kr/kor/wp-content/uploads/2025/12/연구그림-시간-양자-상태의-확장-방식-비교-1-1024x49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