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과 윤훈한 동문이 GIST(광주과학기술원)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반도체공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윤훈한 동문은 2010년 UN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 학사학위를 받은 뒤 자연과학부 물리학과 박기복 교수 연구실에서 지난 2020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핀란드 알토대학교 박사후 연구원,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책임연구원 등을 거쳐 지난해 12월 GIST 교수로 부임했다.
윤훈한 동문은 서면 인터뷰에서 박사학위 지도교수였던 박기복 교수와 UNIST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또 후배들에게는 다학제 협력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조급함을 갖지 않기를 주문했다.
독자적인 연구로 학계에 영감을 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윤훈한 동문을 1문 1답으로 만나봤다.
Q.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광주과학기술원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반도체공학과 조교수로 임용된 윤훈한입니다. 저는 2010년 UNIST에 입학하여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소자물리를 주전공으로 2013년 졸업했고, 자연과학부 물리학과에서 2020년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졸업 후 핀란드 알토대학교 전자및나노공학과 및 핀란드학술원 펠로우 박사후연구원,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책임연구원을 거쳐 2023년 광주과학기술원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반도체공학과에 임용됐습니다.
Q. 임용 소감을 한 말씀 해주신다면?
먼저 학부 및 대학원 전 기간에 걸쳐 거의 10년 가까이 저를 지도해주신 물리학과 박기복 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교수님께서 항상 밝은 미소로 부족한 점이 많은 저를 세심하게 이끌어주신 덕택에 저는 제 장점을 강화하고 단점을 보완하면서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의 진심 어린 조언과 꼼꼼한 지도가 없었다면 지금의 제가 없었을 것입니다.
UNIST에서 수업, 공동연구, 논문심사, 연구 및 행정 지원 등 이루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분께 가르침과 도움을 받았습니다. 제 인생의 거의 3분의 1 정도를 UNIST와 함께 해오면서 UNIST의 눈부신 발전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는데요, 제 자신도 동반성장 하면서 진정한 질적 연구의 즐거움을 깨닫고 큰 학문적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학비 걱정 없이 지속적으로 학문적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었던 덕택이라 생각합니다.
또 UNIST에서 참여한 여러 학생 및 동아리 활동 덕분에 대학생활이 즐거운 추억으로 가득 찰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달리할 수 있었습니다. UNIST의 발전과 학생 복지를 위해 노력해주신 교직원 및 관계자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UNIST를 통해 받아온 만큼 앞으로 제가 가진 역량을 십분 발휘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교육자로서 모범이 되고 연구자로서 인류의 삶에 공헌할 수 있는 과학기술을 추구하며 우리 사회에 이바지하도록 하겠습니다.
Q. 교수님의 연구 분야를 소개해주세요.
간단하게 인공지능 반도체와 양자 컴퓨팅 하드웨어를 위한 반도체 소자 연구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하이퍼 무어의 법칙 속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소자 구조 크기를 줄이거나 트랜지스터 수를 늘리는 전통적인 접근 방식을 넘어 주어진 설치 공간 내에서 정보 밀도, 데이터 처리 용량, 에너지 효율을 모두 높여야 하는 반도체 기술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이에 맞춰 저희 연구실은 최첨단 실리콘 반도체 기술을 넘어서는 소자 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반도체와 양자 컴퓨팅 하드웨어에 적용될 수 있는 저희 소자의 제조 공정을 CMOS 공정 내에 통합하는 원천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모놀리식 칩, 즉 하나의 기판 내에 회로 간 모든 소자가 상호 접속 부분을 형성한 단일 반도체 집적 회로 칩을 구현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입니다.다양한 양자 물질들의 물성과 물질들 간 접합 계면에서 발현되는 독특한 현상을 탐구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소자의 제작 및 특성화 그리고 실제 응용 연구를 하게 됩니다.
세부적인 연구 분야는 크게 4가지: 인공지능 센서 (초소형 분광기, 광자 증폭 광 검출기, 열 복사파 및 비냉각 적외선 감지기), 모어 댄 무어 소자 (위상 절연 유전체, 다진법 논리 게이트, 광전자 시냅스 소자), 전자 양자 광학 (양자점 접촉, 탄도 전하 수송 및 궤적 제어, 초격자 시준기, 전자 간섭계), 양자 상전이 (반데르발스 조셉슨 접합, 손대칭 전하 밀도 파동 및 표면 근접 효과, 마요라나 페르미온)입니다.
이들 기술은 자율주행 (인공지능 알고리즘 기반 데이터 처리 및 분석 기능 내장 센서), 빅데이터 (빛의 속도로 인코딩되는 다진법 논리 게이트), 초연결 (칩 내 및 칩 간 광전자 네트워크), 하이브리드 큐비트 플랫폼 (전자 간섭계와 혼합된 초전도 접합) 분야에 핵심 기술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양자 물질 계면 및 나노 소자 연구실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sites.google.com/view/q-mind-lab)
Q.학문적 또는 전문적인 성장을 위해 후배들에게 해주실 조언이 있나요?
첫째,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을 기억하고 학제의 경계를 넘어 여러 분야를 아우르며 교류하고 소통하시길 바랍니다. 각자 분야에서 뛰어난 서로가 자신을 낮추고 다른 이를 존중하면서 긴밀한 협업을 거치면 훨씬 더 나은 결과를 도출될 수 있음을 꼭 경험해보세요. 혼자서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닥치면 주변 사람들의 조언과 도움을 구하여 필요할 경우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도움 받은 것을 잊지 않고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더 크게 보답하여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한다면 주변의 응원과 협조를 얻는 기회가 많아지고 혼자서는 해내지 못할 일들을 해내실 수 있습니다. 또한, 학업과 연구에 몰입하는 선후배 및 동기 친구들을 가까이 하시기 바랍니다. 그 분들의 방식을 맹신하시거나 무작정 따라하실 필요는 없지만 자신에게 부족하거나 아쉬운 점을 발견하게 해줄 귀한 스승이 되어 줄 것입니다.
둘째, 우수한 성과를 얻고 있는 선후배 및 동기 친구들을 부러워하거나 스스로 조급해하지 마세요. 세계를 무대로 경쟁자는 수도 없이 많기 때문에 어차피 누군가는 잘 될텐데 내가 모르는 사람보다 아는 사람이 잘 되는 것이 내 자신에게도 더 좋은 일이더라고요. 그러니 부러워 말고 기쁘게 박수를 쳐주세요. 꽃피는 시기가 저마다 다르니 내 꽃을 피워낼 토양을 마련하는데 온전히 집중하시길 바랍니다. 지나고 보면 의외로 사소한 요소들이 모여 큰 역량 차이를 만들기 때문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배움의 시간이 가장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셋째,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함양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해보시길 권장드립니다. 학문의 개념적 틀을 잘 정립할 수 있도록 학업을 게을리 하면 안 되지만 연구를 위한 통찰력과 원동력은 학문 외적 요소를 통해 발현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넷째, 순간적인 대응력이 부족할지언정 항상 여유를 갖고 유연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대학 입시를 거치면서 문제를 빨리 풀고 상황에 빨리 대응하는 것에 익숙하지만 연구는 이와 달라서 문제 상황에 적합한 최선의 대응 방식이 항상 다변화합니다. 동일한 방법을 고수하기보다는 새롭고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예상치 못한 발견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한 발짝 물러나서 적재적소에 필요한 역할을 고민하고 맡은 바 책임을 다해 확실히 마무리 짓다 보면 과학적 우연의 산물이 나에게 찾아올 때를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다섯째, 실패가 성장의 기회와 발전의 촉매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실패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말처럼 논문을 투고하거나, 연구 제안서를 제출하거나, 구직 면접을 보는 여러 과정 속에서 수많은 실패를 경험합니다. 익숙해지기 쉽지 않지만 순간적인 어려움에 직면하더라도 부지기수의 도전과 실패를 겪더라도 이를 기꺼이 받아들이세요. 대신 무작정 버티는 것은 능사가 아니니 인내와 끈기를 현명하게 발휘하시길 바랍니다. 실패를 바탕으로 자신을 더 갈고 닦다 보면 나중에 실패한 이유를 불현듯 깨닫게 될 때가 많습니다. 부단히 노력한다면 반드시 더 나은 결과를 창출해내실 수 있을 겁니다.
여섯째, 학업과 연구에 전념하신다면 그에 걸맞은 내 자리가 있다고 확신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확신을 필연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마세요. 살면서 겪는 수많은 우연들이 필연적인 조건으로 작용하는 순간을 경험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바로 저처럼요.
마지막으로, 지금 이 순간을 즐기세요. 저로서는 UNIST 선후배 및 동기 친구들과 밤새 열띤 토론을 벌이고 함께 고민하면서 다양한 생각을 받아들이는 일련의 경험들 자체가 큰 배움의 과정이었습니다. 파도가 바위를 깎는 것처럼 UNIST에서의 일상과 습관의 흐름은 거대한 파도가 되어 저를 조각해왔고 UNIST에 대한 주인의식도 갖게 되었습니다. UNIST에서 보낸 시간은 저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고 UNIST에서 보낸 시간이었기에 정말 행복했습니다. 여러분도 지금 그 행복을 만끽하세요!
Q. 앞으로의 계획이나 장기적인 목표 등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임용 직후이다보니 당장 제가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초창기 연구실로서의 기반 마련입니다. 2017년 3월 과학동아에 “꿈의 연구실에서 만든 꿈의 다이오드”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제 학위과정 연구실이 소개된 적 있습니다. 지도교수님이신 박기복 교수님께서 조성해주신 연구 환경과 연구실 분위기는 정말 이상적이었기에 이를 본받아 제 학생들에게도 그러한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지도교수가 되는 것이 현재 최우선 목표입니다.
또한 교수님께서 저를 학부연구생으로 연구실을 구축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덕택에 아이디어를 직접 실험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었는데요. UNIST에서의 이러한 배움의 기반이 핀란드 알토대학교에서 재능과 열정이 넘치는 연구자들과의 공동연구 과정에서 큰 밑거름이 되었고, 운이 좋게도 최고 권위의 과학 저널인 사이언스(Science) 지에 논문을 출판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이에 준하는 훌륭한 연구성과를 더 달성해내는 것이 중장기적인 목표이고, 언젠가 제 연구실에서 오롯이 주도한 연구가 많은 분들에게 영감을 드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