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케이크 하나를 나누어 먹는다고 가정해 보자. 어떻게 하면 두 쪽 모두 만족스럽게 가장 공평하게 케이크를 자를 수 있을까? 언뜻 보면 복잡한 것 같지만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한 사람더러 케이크를 자르게 하고, 나머지 사람더러 자른 케이크 중 한 조각을 먼저 고르게 하면 된다. 케이크를 자르는 사람은 어느 한 조각이 조금이라도 크거나 작게 자르지 않으려고 무척 세심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만약 한 조각이 다른 조각보다 조금이라도 크다면 상대방이 그 큰 조각을 고를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신은 작은 조각을 차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케이크를 자르는 경우처럼 어떤 문제를 양쪽 모두가 만족할 수 있도록 공평하게 나누는 것을 ‘공평한 분배 문제(fair division problem)’라고 부른다. 만약 어느 한 쪽이 상대방보다 불리하다고 생각한다면 공평한 분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수학에서 말하는 ‘알고리즘’을 찾아내야 한다. 이 문제는 제2차 세계대전 중 폴란드의 수학자 W. H. 슈타인하우스가 게임 이론의 하나로 처음 제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슈타인하우스는 양쪽 모두 자신이 최선의 케이크 조각을 선택했다고 믿는 ‘부러움 없는 분배(envy-free division)’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방금 위에서 설명한 것은 그러한 방법 중의 한 가지다.
오늘은 제20대 대한민국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 날이다. 오는 5월 30일부터 4년 동안 국정을 책임지고 맡을 국민의 대표를 뽑는 날이다. 앞으로 몇 년은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 아주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능력 있고 오직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일꾼을 뽑는 일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는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그렇게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날이 갈수록 점점 치열해지는 무한경쟁의 국제화 시대에 선진국을 향해 도약하기 위해서 우리는 거친 파고(波高)를 헤쳐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선거구 획정 문제를 두고 국회는 그동안 아주 험난한 길을 걸어 왔다. 헌법재판소는 최근 들어 선거구간 인구 편차가 심하므로 선거구를 재조정할 필요성을 느끼고 제20대 총선부터 적용할 지역구를 다시 획정할 것을 선고했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이 그 이전의 결정과 크게 다른 점은 2015년 12월 31일을 데드라인으로 못 박아 놓고 그때까지 선거법을 개정해서 결론을 내리라고 선고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국회는 헌법재판소가 정한 기한 안에 결론을 내지 못해 모든 선거구가 무효화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2016년 2월 23일에 다시 선거구 획정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이제 해결되나 싶더니 2월 24일부터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에 대한 반발로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면서 선거구 획정을 포함한 선거법 개정안 표결이 다시 불확실해졌다. 이렇게 여당과 야당이 서로 합의했던 본회의를 무산시키는 등 선거구 획정 문제를 둘러싼 법안은 참으로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2016년 2월 28일 마침내 선거구 획정위원회를 통해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의 선거구 253개를 확정했던 것이다. 물론 일부 선거구에서는 게리맨더링식 분할이라는 비판의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렇게 헌법재판소가 정한 기한보다 무려 세 달이나 뒤늦게 국회가 선거구를 획정한 것은 누가 뭐래도 여당과 야당의 이기심 때문이었다. 여당도 야당도 어떻게 해서라도 한 의석이라도 더 차지하려는 욕심 때문에 타협을 보지 못했다. 앞에서 ‘공평한 분배 문제’를 언급했지만 여당과 야당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얽매어 의견을 모으지 못할 때는 제3자가 나서야 한다. 케이크를 놓고 서로가 먼저 자르려고 한다든지, 이와는 반대로 서로 자르지 않으려고 한다든지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두 아이가 이해관계 때문에 케이크를 자르지 못할 때는 어머니가 나서 잘라 주는 수밖에 없다. 만약 여당과 야당이 결정하지 못한다면 국민이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했던 것이다.
김욱동 문학평론가·UNIST 초빙교수
<본 칼럼은 2016년 4월 13일 울산매일신문 17면 오피니언에 ‘케이크를 공평하게 자르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