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부터 발효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이산화탄소의 포집과 처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UNIST에서 이산화탄소를 디젤 자동차의 연료로 바꿀 기술을 개발해 눈길을 끈다.
이재성(62세)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은 이산화탄소를 수소와 반응시켜 디젤 자동차 연료로 만드는 신촉매를 개발했다. 값싼 구리와 철로 이뤄진 ‘델라포사이트(delafossite)’가 주인공이다. 이산화탄소를 수소와 반응시킬 때 이 촉매를 쓰면 결과물로 디젤(액화탄화수소)을 얻을 수 있다.
기존에 이산화탄소와 수소를 반응시키는 데 사용한 촉매들은 메탄이나 메탄올 같은 저분자 물질을 만들 수 있었다. 이들은 부가가치가 낮고 시장이 크지 않아서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도 낮은 편이다. 이에 이재성 교수팀은 이산화탄소와 수소의 반응 시 한 단계 반응만으로 디젤을 만들 수 있는 촉매 개발에 도전했다.
메탄, 메탄올, 디젤을 이루는 원소는 탄소(C)와 수소(H), 산소(O)로 동일하다. 세 물질의 차이는 구조 부분인데 이는 반응 조건과 촉매를 다르게 하면 조절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와 수소의 반응 결과로 분자량이 큰 물질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 제1저자로 참여한 최요한(29세) UNIST 연구원(POSTECH 박사과정)은 “디젤은 메탄이나 메탄올보다 탄소의 연결고리가 더 길다고 보면 된다”며 “델라포사이트를 촉매로 쓰면 탄소를 길게 이을 수 있어 디젤 생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방식은 독일의 자동차 회사인 아우디(Audi)보다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아우디의 경우는 이산화탄소를 일산화탄소로 변경하는 단계를 한 번 더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재성 교수팀은 이산화탄소를 바로 수소와 반응시킬 수 있어 공정이 더 간단하다.
이재성 교수는 “태양광으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고(인공광합성), 이를 이산화탄소와 반응시켜 디젤을 얻을 수 있다”며 “이산화탄소를 단순히 땅속에 묻는 게 아니라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개발한 기술과 태양광 물분해 기술을 접목할 계획”이라며 “화력발전소와 제철소, 시멘트 공장 등 이산화탄소를 다량으로 배출되는 현장에 적용해 기술을 검증하고 해외로도 수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엘스비어(Elsevier)에서 발행하는 촉매 분야 최고 학술지인 ‘어플라이드 카탈리시스 B: 환경(Applied Catalysis B: Environmental, IF=7.4)’ 최근호에 게재됐다. 연구 지원은 미래창조과학부가 추진하는 기후변화대응사업과 중견연구자 사업을 통해 이뤄졌다.
▲이산화탄소와 수소의 반응 결과물로 디젤이 나오는 장면을 촬영했다. | 촬영: 김경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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