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AI)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철새의 이동경로를 추적하는 ‘모바일 트래커(Mobile Tracker)’ 기술 개발이 시작된다. 철새에 부착할 정도로 작고, 배터리 없이도 스스로 충전하며, 바이러스를 감지해 정보를 전달하는 전체 시스템의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변영재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가 주도하는 ‘무전원 모바일 트래커 시스템 연구센터(Self-Powered Mobile Tracker Research Center, SMTRC)’가 2017년 대학ICT연구센터(ITRC)에 선정됐다. SMTRC는 앞으로 최대 6년간 45억 원을 지원받으며 ‘자가충전형 초소형 전국단위 위치추적 시스템 원천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 기술은 조류독감의 확산 방지는 물론 다양한 위치추적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어 세계 시장을 선도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모바일 트래커는 사람이나 물체가 이동하는 위치를 추적하고, 이 정보를 보내주는 장치다.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옮기는 철새의 몸에 모바일 트래커를 부착하면 이동경로를 파악할 수 있어 조류독감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상용화된 위치추적기는 철새에 부착하기에는 크기가 크다. 또 배터리에서 전원을 공급받기 때문에 늘 위치정보를 받아오기 어려웠다.
SMTRC는 모바일 트래커의 크기를 동전보다 작게 줄이고, 배터리 없이 작동하도록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을 적용할 계획이다. 에너지 하베스팅은 온도 차이 같은 자연현상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불규칙하게 발생하는 전기신호를 모아 일정한 전류로 만들 수 있으며, 이를 이용해 모바일 트래커를 작동시킬 수 있다.
모바일 트래커에서 수집된 방대한 위치정보는 통신 모듈을 통해 서버로 전송되고, 이 자료를 빅데이터 시각화 기술로 다듬으면 조류독감 예측지도 등을 만들 수 있다. 이 자료를 기반으로 방역 작업을 진행하면 조류독감을 더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게 된다.
변영재 SMTRC 센터장은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공기 중 바이러스 입자를 감지하는 센서 기술을 이용해 찾아낼 수 있다”며 “미세먼지를 감지하는 센서를 붙이면 미세먼지 분포도 시각화 등으로도 적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기술은 에너지 하베스팅과 무선 하드웨어 솔루션, 통신/네트워크 기술, 빅데이터 시각화 및 임베디드, 바이러스 센서 등 총 5가지다. 이들이 완성되면 메르스(MERS)나 사스(SARS)처럼 위험한 바이러스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또 센서 데이터 관련 서비스 사업 활성화와 방역‧방제에 관한 효율적인 정책 수립에도 기여할 수 있다.
변 센터장은 “과제를 진행하면서 개발한 원천기술들은 IT 기술과 제품, 서비스 등으로 파생될 것이며 물류 추적, 공공장소 미아 방지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것”이라며 “이번 사업은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의료 분야에 IT기술을 접목한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한 지역 강소기업을 육성하려는 울산시와 UNIST가 공동으로 추진해 유치됐으며, 향후 관련 분야의 신산업 육성 및 지역 전문인력 양성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ITRC는 대학의 기술개발(R&D)을 통해 석‧박사급 고급인력을 양성하고 산학협력을 지원하는 ICT 분야의 대표적 고급 전문인력 양성사업이다. 2000년부터 시작됐으며 기존 36개 센터가 운영 중이다. 올해는 UNIST를 비롯한 7개 대학의 연구센터가 선정됐으며, 이들 센터는 향후 4년간(최대 6년) 매년 5~8억 원의 정부 지원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