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가 개발 중인 Uni-Brain은 인공지능 시대에 발맞춘 차세대 컴퓨터 프로세서다. ‘3진법 기반 초절전 신경망칩(Uni-Brain)’은 미래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로, UNIST는 신경망 소자부터 응용기술까지의 종합적 연구를 통한 신시장 창출을 목표로 두고 있다.
현대의 컴퓨터는 0과 1의 2진법을 바탕으로 발전해왔다. 2진법 컴퓨터는 소자 스케일링을 통한 집적도 향상 속도가 빨라 컴퓨터의 표준 양식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 높은 전력 소모로 인해 집적도 향상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이 어려워 새로운 저전력 컴퓨터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3진법 컴퓨터는 이런 대안 중 하나다. 참과 거짓의 이분법적 논리를 벗어나, 3개 이상의 논리 상태를 구성하는 ‘다치(多値)논리’를 기반으로 한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다. 하나의 소자에서 3개 이상의 값을 처리할 수 있다면 데이터 처리 및 전력 소모 분야에서 컴퓨터 성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이 중 3진법 소자는 로직 진수의 증가 대비 회로 복잡도를 가장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어 저전력 소자개발 및 회로 구성이 가능할 것으로 평가받는다.
UNIST는 다치 논리 기반의 소자 구성, 회로/시스템 구축과 이를 활용한 응용기술 분야의 연구개발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Uni-Brain 생태계를 조성하고 차세대 인공지능 분야를 선도할 연구를 이끌 계획이다.
2진법 컴퓨터의 한계, 3진법으로 극복한다
현재의 컴퓨터는 2진법 기반의 소자, 시스템을 이용해 구성된다. 반도체, 트랜지스터, 집적회로의 개발은 2진법을 기반으로 한 컴퓨터와 산업발전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높은 부가가치 창출을 위하여 소형화를 지속해 온 반도체 산업은 미세화의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2진법 반도체 소자는 이론 상 추가 스케일링은 가능하지만, 전력 손실의 문제 등으로 부가가치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불어 최근 빅데이터 활용, 인공지능 구현에 따라 전력 소모의 압력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로, 3진법 소자를 이용한 컴퓨터 개발이 재조명 되고 있다. 1950년대 컴퓨터 개발 초기에 이런 노력이 있었지만, 당시엔 BJT와 CMOS 의 우수한 2진법 소자와 집적 회로 기술이 등장해 3진 컴퓨터의 경쟁력이 없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후 반도체 산업은 2진 CMOS 기술을 기반으로 발전을 거듭했고, 관련 산업도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에 3진법 컴퓨터 개발은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최근 3진법 소자를 구현할 수 있는 연구들이 진전되면서 3진법 컴퓨터의 가능성은 다시 한 번 주목 받고 있다. UNIST도 새로운 소자를 기반으로 한 3진법 컴퓨터의 개발을 진행 중이다. 다치논리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프로세서를 개발해 미래 반도체 기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이다.
UNIST가 만드는 3진법 인공두뇌, Uni-Brain
UN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김경록 교수팀은 3진법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소자를 연구하고 있다. 김 교수팀의 ‘Ternary-CMOS(T-CMOS)’는 0, 1, 2의 값을 표현할 수 있는 ‘3진법 반도체 소자’다. 이 소자는 기존 2진 CMOS 소자의 구조 및 공정을 그대로 이용하면서 3진법을 구현할 수 있다는데서 매우 혁신적이다.
기존 CMOS 소자는 ON/OFF 전류 특성을 기반으로 nMOS와 pMOS라는 상호 보완적 반도체를 결합해 0과 1의 2진법을 구현한다. 연구팀은 CMOS 소자에 불순물 도핑 농도를 증가시켜, 터널링 현상을 통해 입력 전압에 무관한 새로운 정전류를 구현했다. 일정한 세기로 흐르는 이 정전류를 상보적으로 동작하는 T-nMOS와 T-pMOS에 동일하게 적용하면 전압분배에 의해 기존 0과 1외의 중간 값을 얻을 수 있다. 이를 통해 T-CMOS는 세 가지 값을 표현할 수 있다.
T-CMOS 소자는 기존 공정을 활용한 집적이 가능하고, 안정적 추가 상태를 확보해 설계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더불어 기존 소자 연구의 한계로 지적돼온 전력소모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연구팀은 지난 2015년 T-CMOS 구현에 대한 연구 결과를 국제전기전자학회(IEEE) 저널에 게재했다. 또한 2017년 2월 관련 논문으로 삼성휴먼테크 논문대상에서 장려상을, 7월엔 국제학회 IEEE-NANO에서 Best Paper Award를 수상했다.
UNIST는 과기정통부의 나노·소재분야원천기술 국가과제 다치로직 원천기술 개발사업 참여기관으로 선정돼 2021년까지 최대 17억 원을 지원받는다. 더불어 7월에는 삼성미래재단 지정과제로 선정돼 15억 원을 지원받고 있다.
한편 UNIST에서는 김경록 교수팀 이외에도 10여명의 교수진이 소재, 소자, 회로, 시스템과 어플리케이션을 포괄하는 연구를 함께 진행 중이다. 강석형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는 다치논리회로를 사용한 신경망칩 설계 연구에 나섰다. 기계학습 및 딥러닝을 위한 신경망 하드웨어는 3진 컴퓨터를 적용할 수 있는 유용한 분야 중 하나다.
Uni-Brain은 UNIST의 차세대 연구브랜드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UNIST는 T-CMOS 소자를 토대로 회로, 시스템 개발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 3진법 기반의 인공지능 컴퓨터를 만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Uni-Brain 연구의 미래
Uni-Brain은 초저전력 신경망 칩이라 미래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공략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연구진은 단기적으로는 2진 컴퓨터를 대체할 수 있는 분야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3진 컴퓨터는 여러 대안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으며, 실용화 가능한 분야를 중심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상황이다.
Uni-Brain은 휴대용 정보기기 및 IT 기술 전반에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으며, 이를 활용한 산업은 무궁무진하다. IoT 지능형 시스템, 생체모사 소자, 착용형 스마트 기기, 지능형 로봇, 무인 항공기 및 미래 자동차 등 다양한 미래 산업에 적용해 기술발전을 가속화할 수 있다. 소비전력을 절감한 시스템 기술은 진정한 의미의 유비쿼터스 정보화사회 구현을 기대하게 한다.
UNIST는 요소기술 IP화를 통해 과제를 수주하여 연구를 가속화 하고, 기업펀딩을 통해 연구의 실용화를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관련 스타트업 설립 지원을 통해 기술 실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3진 소자 기술의 실현은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 메모리 및 시스템 반도체의 관련 소재, 공정장비, 설계 IP 등 전후방 산업에 광범한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Uni-Brain 개발은 소자 수준부터 시스템까지 일괄연구를 진행하는 전방위적 연구 사례다. 때문에 기존의 기술 지형을 벗어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퍼스트 무브(First Move)형 연구로 볼 수 있다. 관련 고급인력의 육성, 신산업의 창출 등 ‘수출형 연구’ 대표 성과로의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다.
< UNIST-전자신문 공동기획 더 보기>
[UNIST, 수출형 연구로 K-사이언스 선도] (1)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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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 수출형 연구로 K-사이언스 선도] (3) Uni-Brain, 차세대 인공지능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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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 수출형 연구로 K-사이언스 선도] (5) 차세대 의료영상 기술, 광음향 내시경
[UNIST, 수출형 연구로 K-사이언스 선도] (6) 무(無)에서 유(油)를 창조, CCR
[UNIST, 수출형 연구로 K-사이언스 선도] (7)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