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를 통해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IoT)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제 막 태어나려고 하는 그 기술은 과연 어떤 운명이 있을까. 운명을 점쳐 보기 위해서 사주(四柱)를 풀 듯 ‘통신의 역사’를 한 번 풀어보고자 한다.
통신 기술은 멀리 떨어져 있던 지인에게 보다 빨리 소식을 전하기 위해 발달했다. 미국의 골드러시 시절인 1861년 웨스턴 유니언이라는 회사는 기찻길을 따라 동부와 서부를 잇는 ‘유선 통신 선로’를 개통하고 전보 사업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전보 기술이 한창 무르익어 가던 시절 알렉산더 그레엄 벨은 단순한 장음과 단음이 아닌 ‘목소리’가 전달될 수 있는 ‘전화기’를 발명했다. 벨은 웨스턴 유니언에 본인이 발명한 ‘전화기 기술’을 팔고자 했으나 거절당했다. 전화기 기술의 발전 가능성에 확신을 가졌던 벨은 오늘날 AT&T의 전신인 회사를 1885년 설립했고 24년 만에 AT&T는 웨스턴 유니언의 최대 주주로 성장한다.
이후 1890년대 후반부터 마르코니와 같은 공학자들에 의해서 무선 통신 기술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소위 ‘스파크’ 통신으로 불리는 이 기술은 1901년에는 세계 최초로 무선 통신 기술로 대서양을 가로질러 모르스 부호를 보내는데 성공한다.
1900년대에 들면서 휘센든과 같은 공학자들 덕분에 스파크가 아닌 목소리가 무선으로 전파되는 기술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1918년에는 암스트롱이 ‘슈퍼 헤테로다인’이라는 무선 수신기를 발명하면서 방송 시대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방송국에서 개인에게 무선으로 목소리를 전달하면서 무선으로 동시 접속하는 이용자수가 수백만 명에 이르렀다. 즉, 메가-단위 접속 (Mega-Scale Reach)이 이루어졌다.
무선 통신 기술은 1940년대를 거치면서 군사적 목적을 위해 눈부신 발전이 이루어졌다. 세계 2차 대전이 끝난 뒤 개인 간의 무선으로 통신이 가능한 무선 이동 전화기 기술이 민간에 풀렸다. 1981년 매킨지라는 컨설팅 회사는 ‘개인용 무선 이동 통신’ 시장은 2000년께 90만 명 수준으로 포화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AT&T에 제출했다. 이후 AT&T는 1982년 개인용 무선 이동 통신 사업을 맥커 형제에게 1조 원에 판다. 하지만 2000년에 이미 무선 통신 시장은 1억 명이 넘었고, AT&T는 맥커 형제들로부터 1987년에 14조 원에 다시 매입한다.
2017년 기준으로 무선 통신 가입자 수는 71억 명으로 이미 세계 인구수 만큼 육박했다. 이렇게 수십억 명이 무선으로 동시 접속하면서 기가-단위 접속 (Giga-Scale Reach)이 이루어졌다. 통신사들은 최근 10여 년 동안 엄청난 수익을 올렸지만 이미 세계 인구수 만큼 가입자가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가입자 수를 획기적으로 늘리기는 힘들다. 또 통신사들이 2013년을 기점으로 음성 연결로부터 얻는 수익보다 데이터 요금으로부터 얻는 수익이 더 커졌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통신사들은 더 많은 ‘동시 접속’을 발생시키지 않으면 사업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전보국’ 보다는 ‘방송’이, ‘방송’ 보다는 ‘개인’ 간 통신이 더 많은 동시 접속을 이루어냈다.
그럼, 사람보다 더 많이 존재하는 객체는 무엇일까. 해답은 바로 ‘사물’이다. 즉, 인간 보다 훨씬 많이 존재하는 것이 바로 사물이고, 이런 모든 사물을 무선 통신 기술로 연결하게 되면 통신사들은 다시 수많은 데이터 통신으로부터 수입을 올릴 수 있게 된다.
반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사물끼리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으면 여러 가지 편의성을 누릴 수 있다. 예를 들면 스마트키를 소지하고 차에 가까이 다가가면 자동차 문을 잠금 해제 해주고, 차를 몰고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집’으로 입력하면 자동차가 집에 미리 알려서 보일러와 통신해서 집안 온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 특히 사물인터넷 관련 제품군들은 다품종 소량생산 제품이 대부분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중소기업들이 시장을 선도할 수밖에 없다.
통신의 역사를 통해 사물인터넷의 사주를 풀어 점쳐 본 결과 사물인터넷 시대는 반드시 도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많은 중소기업을 살릴 수 있는 아주 의로운 기술로 보여진다.
변영재 UN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8년 4월 24일 국제신문 30면에 ‘[과학에세이] 역사로 점쳐보는 사물인터넷의 운명’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