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을 영어로는 벤처(Venture) 또는 스타트업(Startup)이라 하고 한자로는 창조할 創, 사업 業으로 표기한다. 벤처는 모험, 도전을 의미하는 단어로, 여태까지 남이 하지 않은 새로운 사업에 도전적으로 뛰어든다 하여 벤처 또는 스타트업이라 한다. 창업은 말 그대로 새로운 업종을 창조하거나 또는 기존의 업종을 새로이 창조하는 것이다. 즉, 여태까지 없던 새로운 형태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 면에서 창업은 흔히 얘기되는 개업과 분리되어져야 한다.
창업과 개업 모두 새로운 사업을 일으킨다는 면에서는 비슷하지만 개업을 창업활동·도전정신이 반영된 활동으로 보기는 어렵다. 물론 개업도 위험부담을 안고 시작하므로 어느 정도 도전정신이 필요하다고 할 수는 있지만 창업가라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다.
예를 들어보자.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은퇴한 노부부가 사람이 많이 지나다닐 것 같은 길목에 치킨집을 하나 열었다고 하자. 우리는 이것을 신장개업이라고 부른다. 개업은 예전에 누군가가 누차 해왔던 일을 나도 한번 하는 것이다. 안 해본 일을 하는 나로서는 처음이라 새로울 수 있지만 고객들에게는 전혀 새롭지가 않다. 그런 점에서 노부부의 치킨점은 창업이 아니다(그들이 소비자의 새로운 만족이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지 않았다는 가정하에).
다른 예로 맥도날드를 한번 생각해보자. 맥도날드는 맥코이라는 사람이 기존에 존재하던 흔하디 흔한 햄버거 가게를 새롭게 창조한 결과이다. 당시 햄버거 가게는 미국 전역 골목골목마다 존재했다. 맥도날드가 다른 햄버거 가게와 달랐던 것은 ‘표준화’에 있었다. 그들은 처음에는 최종제품을 표준화하려고 애썼다. 그 다음에는 고기 한조각, 양파 한조각, 빵 한조각 그리고 감자 한 조각마저 모두 똑같게 만들었다. 그 다음엔 햄버거 한개를 만드는 시간마저 똑같이 만들기 위해 조리기구를 새로 디자인하고 자동화했다. 마지막으로 햄버거를 서빙하는 방식마저 표준화하기 위해 종업원을 훈련했다. 그럼으로써 맥도날드는 최종 제품(햄버거)에 대한 품질과 서비스, 시간을 소비자들이 예측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같은 햄버거 가게이지만 기존 햄버거 가게와는 다른, 공산품 공장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자동화’와 ‘표준화’를 햄버거 가게에 도입해 패스트푸드 업종을 탄생시켰다. 맥도날드의 탄생으로 기존의 많은 햄버거가게가 문을 닫았다. 이것은 창업활동이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형태의 서비스가 창출되었다. 이것을 하기위해서는 불확실성에 맞설 수 있는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많은 창업활동이 기존의 경제질서를 창조적으로 파괴하고 새로운 경제질서를 만든다고 하여 창업가를 혁신가로 부르기도 한다.
최근 ‘창업가’라는 단어가 심각한 오해의 소지를 안은 채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흔히 자기 자신의 소규모 사업을 하는 사람을 창업가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아니다. 앞의 예에서 보듯 모든 소규모 사업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을 생산하거나 기존의 가치를 바꾸어 새로운 가치를 생성하는 것을 창업이라 하고 그 사람을 창업가라 한다. 과학기술기반의 창업을 장려하는 이유도 신기술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창업활동의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식당 이야기를 좀 더 해보면 최근 몇 년간 음식 및 요리, 식사문화를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재정립한 식당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들은 전통적인 요리법 대신 분자 요리학(음식 및 식재료의 질감과 조직, 요리과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새로운 맛과 질감을 개발하는 음식과학)을 도입해 다양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요리의 한계를 넓히고 있다. 그들은 실험적인 도구와 식재료를 이용해 사람들의 미감에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일례로 미국 시카고에 있는 모토라는 식당은 주사위, 풍선, 드라이아이스와 같은 과학실에서나 볼 수 있는 기구들을 사용해 어디서도 접해보지 못한 놀라움과 맛을 제공한다고 한다. 메뉴판 자체를 잘라먹을 수 있는 ‘맛있는 메뉴’에서부터 음식을 페덱스 상자로 배송하는 형태의 서빙 등 끊임없이 새로운 형태의 음식과 기발한 서비스로 우리들의 고정관념을 깨려고 한다. 그 식당의 수석요리사는 자신의 일을 고객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서커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창업을 한다면 반드시 창업의 정의를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승산이 없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한 기업이 후발주자로 기존 시장에 들어가 자신의 제품을 팔기위해서는 선두기업보다 1.7배에서 3배에 해당되는 마케팅비용을 필요로 한다고 한다. 선두기업의 시장지배력이 큰 독과점 시장에서는 3배, 선도기업의 지배력이 다소 약한 시장의 경우에도 1.7배나 많은 마케팅비용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보통 창업가는 이러한 자원이 없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창업가가 새로운 것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이다. 혹자는 투자유치를 받아서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지만 기존시장에 기존제품과 비슷한 제품으로 사업을 시작하려는 창업가에게 투자할 투자자는 없다.
황윤경 UNIST 기술창업교육센터장 교수
<본 칼럼은 2018년 5월 31일 경상일보 18면에 ‘[경상시론]창업의 정의’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