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극지방을 더 차갑게 얼리면 멀리 떨어진 열대 태평양의 바람세기가 더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 공동 연구진은 극지방에 냉각 효과를 주는 기후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밝혀냈다.
UNIST(총장 이용훈) 도시환경공학과 강사라 교수 연구팀은 기후모델 시뮬레이션에서 남극과 북극의 일사량을 감소시켰을 때(냉각효과) 적도 인근 태평양에서 부는 바람인 열대 태평양 무역풍이 세진 다는 것을 보였다. 이는 열대 태평양 무역풍이 강해지고 있는 최근 추세를 설명할 새로운 가설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기존 기후모델들은 열대 태평양 무역풍 세기가 약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열대 태평양 무역풍은 차가운 동태평양(남미 앞바다)과 따뜻한 서태평양 간의 온도차 때문에 부는 바람이다.
기후 모델은 대기와 대륙, 해양, 빙하 등 복잡한 요소를 수식으로 만들어 슈퍼컴퓨터로 계산하는 일종의 시뮬레이션이다. 강 교수팀은 기후모델에서 남극과 북극의 일사량을 줄이는 모의실험을 했다. 최근 남극 일사량(햇빛 양) 과대평가가 기후 모델 예측 오차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는 점과 산업화된 북반구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북극 일사량을 줄인다는 사실을 반영하기 위함이다. 그 결과 남극과 북극에서 각각 발생한 냉각효과가 바닷물(해양)이나 공기를 타고(대기) 열대 태평양에 전달돼 무역풍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구팀은 해양의 순환이 대기 순환보다 열대 태평양 무역풍 세기 강화에 더 큰 기여를 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이를 위해 기후 모델에 대기나 해양 같은 구성 요소를 각각 추가 하거나 빼는 방식으로 각 요소의 중요도를 알아보는 ‘계층화 모델 실험 기법’을 썼다. 美 하와이 대학교 말트 스튜커(Malte Stuecker) 교수는 “본 연구에서 고안된 계층화 모델 실험 기법을 사용하면 열대 기후에 미치는 대기와 해양의 상대적인 영향력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남극과 북극에서 발생한 냉각현상이 열대지역으로 전달되는 경로의 차이를 이해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연구에 참여한 신예철 UNIST 도시환경과학과 연구원은 “대기를 통한 북극 냉각효과 전파는 북반구 적도 위쪽에 존재하는 열대수렴대(열대 강우대)에 가로 막힌다”며 “동태평양에서 솟아오르는 차가운 바닷물(해양)이 존재해야만 북극 냉각효과가 열대 기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고위도 지역의 시뮬레이션 오차 개선을 통해 예측 오류가 빈번한 열대 지역의 오차를 개선 할 수 있음 보여주는 중요한 결과물” 이라며 “연구에서 고안된 계층화 모델 실험 기법은 미래 기후 예측이나 과거 고(古)기후 복원에서 열대와 고위도 지역의 ‘양방향 원격 상관’을 추가 분석하는데 쓸 수 있을 것” 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극지방 기후 변화가 열대에 미치는 영향은 열대기후가 극지방에 미치는 영향과 달리 2000년도 초반 고(古)기후가 복원되면서부터야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Science Advances에 11월 20일자로 공개됐다. 연구 수행은 한국연구재단 여성과학자 및 연구교류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