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가 복제 스트레스에도 끄떡 않고 빠르게 증식(복제)하는 비밀이 곧 풀릴 전망이다. 세포 분열 중 발생하는 DNA 복제 스트레스 해소를 돕는 새로운 단백질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암세포에서 이 단백질이 부족해지자, 암세포가 죽었다. 이 원리를 이용한 새로운 항암제 개발의 기대감 또한 높아지고 있다.
UNIST 채영찬·김홍태·최장현 교수팀은 세포 분열 중 발생하는 DNA(디옥시리보핵산) 복제 스트레스 해소를 돕는 ‘NSMF’ (엔에스엠에프) 단백질을 밝혀냈다. DNA 복제 스트레스는 복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로 인해 DNA 복제가 멈추는 현상이다.
세포가 분열(증식)할 때는 세포 속 DNA가 같이 복제된다. DNA를 이루는 약 30억 쌍의 염기 물질이 복제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원인에 의해 오류가 생기는데, 이 오류가 제때 교정되지 못하면 복제 스트레스가 쌓여 세포 생존을 위협 받는다. 이 때문에 세포는 다양한 단백질(효소 등)을 동원해 오류를 교정하는데, 이번에 밝혀진 NSMF도 그 중 하나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NSMF 단백질은 DNA 복제 오류가 생긴 지점을 빠르게 인식한 뒤, PRP19와 ATR과 같은 복제 오류 수정 단백질을 오류 지점으로 유도해 복제 오류를 수정하고, 멈춰있던 DNA 복제가 재개되도록 돕는다.
특히 NSMF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DNA의 특정 부분)를 잘라내 NSMF 발현을 억제하자 암세포가 성장하지 못하고 죽는 현상이 나타났다. 또 정상세포 대비 여러 종류의 암세포에서 NSMF 단백질 발현량이 높았는데, 이는 NSMF 단백질이 암세포의 복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암 성장 단백질’로써 기능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정상세포 보다 더 빠르게 분열해 복제 스트레스를 더 받는 암세포가 생존할 수 있는 비결이 NSMF 단백질과 연관된 것이다.
연구진은 “암세포의 복제 스트레스 대응 과정은 베일에 쌓여있었다”며 “이번 연구로 기존에 뇌 발달에 관여한다고만 알려졌던 NSMF 단백질이 세포의 복제 스트레스 해소를 돕는다는 새로운 사실 밝혀져, 암세포의 복제 스트레스 대응을 교란해 암세포를 죽이는 방식의 제4세대 표적항암제 개발이 탄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추가적으로 연구진은 NSMF 유전자가 결손 된 쥐 실험을 통해서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세포가 아닌 개체수준에서 이와 같은 사실을 입증한 것은 최초이다. 연구팀은 유전독성 화합물질 처리로 유도된 DNA 복제 스트레스가 NSMF 단백질에 의해 조절돼 유전체 항상성(Genomic Integrity)이 유지된다는 것을 쥐 모델 실험을 통해 보였다. 유전체 항상성은 DNA를 포함하는 각종 유전물질을 온전히 보존하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인 ‘핵산 연구’(Nucleic Acids Research) 에 5월 8일 자로 온라인 게재됐다. 연구 수행은 한국연구재단, 기초과학연구원(IBS), 국가마우스표현형사업단, 대학중점연구소(세포간 신호교신에 의한 암제어 연구센터)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