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쓰레기를 가열해 원유를 뽑아내는 열분해유 생산기술이 새로운 자원 재활용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설비를 소규모로 만들어 지역마다 분산 설치하면 경제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소형화에 따른 초기 투자 비용도 기존 중앙집중형에 비해 적어서 열분해유 생산 시장 진입 장벽도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UNIST(총장 이용훈) 임한권 교수팀은 분산형 시스템과 기존의 중앙집중형 열분해유 생산 시스템의 경제적·환경 타당성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인 저널 오브 클리너 프로덕션(Journal of Cleaner Production) 8월호에 발표했다.
분석 결과, 플라스틱 처리량은 중앙 집중 형태가 많았지만, 연간 수익이나 이산화탄소 배출(환경 타당성) 부문에서는 분산형이 우위를 보였다. 일간 플라스틱 처리량은 중앙집중형이 3,100~4,600 kg, 분산형 시스템은 1,000~4,000 kg로 나왔다. 최대 연간 수익은 각각 147,800달러(한화 약 1억 9천만 원)와 196,600달러(한화 약 2억 6천만 원)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일간 670~1,430 kg와 100~1,000 kg로 예측됐다.
연구팀은 총 61개 지역에서 배출된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6개의 컨테이너 형태 분산형 설비와 중앙집중형 공장으로 운송된다고 가정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실제 지역별로 배출되는 플라스틱 양을 반영했다.
제1 저자인 보리스(Boris Brigljević) UNIST 연구원(現 ㈜카본밸류 소속)은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원은 넓은 지역에 걸쳐 분포하는 특성이 있어서 소규모의 플라스틱 열분해 공장이 산재한 경우를 분석해 보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보리스 연구원이 경제성·지정학적 분석 데이터를 확보한 크로아티아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공동 제1 저자인 변만희 연구원은 “분산형 설비 가격이 중앙집중형보다 저렴하고, 운송 경로 최적화로 플라스틱 수거 비용이 줄어들면서 나타난 결과”라며 “지리적 여건 등에 따라 분석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한국에 관한 연구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임한권 교수는 “설비 대형화와 공격적 투자로 원가를 낮추는 ‘규모의 경제’ 대신 소규모 시설로도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춰 열분해유 생산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전반적인 열분해유 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연구 결과를 설명했다.
한편, OECD는 발간자료(Global Plastics Outlook)를 통해 현재 추세대로 간다면 2060년경 전 세계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이 2019년의 3배 수준에 이르는 10억1,400만 톤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에펠탑 10억 개와 맞먹는 무게다. 특히 이 중 재활용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약 20%가 채 안 될 것으로 예상된다.
플라스틱 열분해유 기술은 이 같은 낮은 재활용을 높일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300~800 °C의 고열로 폐플라스틱을 열처리해 원래 원료 상태로 되돌리는 기술이다. 정제한 열분해유는 플라스틱을 비롯한 각종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로 다시 쓸 수 있는 만큼 이미 사용된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계속 쓰는 순환경제를 구축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파키스탄의 라호르 경영과학대학교(Lahore University of Management Sciences)와 ㈜ 카본밸류와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