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공지능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눈부신 발전이 이어지면서, AI가 지닌 잠재력이 어디까지일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AI가 정말 우리의 일상과 산업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성을 넘어 이미 우리 눈앞에서 실현되고 있다.
지금은 경제학자로 일하지만, 어릴 적 필자의 꿈은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어 게임을 만드는 것이었다. 챗GPT가 코딩에 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단어 맞추기 게임을 만들어보았는데, 1분 동안 제시되는 단어들의 빈칸에 알맞은 글자를 골라 점수를 올리는 구조였다. 코딩은 전혀 필요 없었고, 게임 설계와 필요 요소만 자세히 설명하자 순식간에 완성됐다. 불과 5분 만에 만들었는데, 대학에서 프로그래밍 과목을 한 학기 배운 뒤에야 제출할 법한 게임이라고 하니, 챗GPT 덕분에 일순간 ‘중급 프로그래머’가 된 셈이다.
이어서 챗GPT의 코딩 실력을 연구에도 적용해 보았다. 기업 데이터를 통해 환율 변동이나 무역전쟁과 같은 경제적 충격이 기업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데, 일부 데이터 분석 과정의 자동화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 역시 챗GPT로 코드를 작성해 해결했고, 코딩 한 줄 없이 소프트웨어를 완성함으로써 연구자들의 시간과 에너지를 크게 절약했다. 분석체계가 자동화돼 낮은 비용에 더 다양한 분석이 가능해졌다. 그 결과 연구 효율성과 분석의 질이 함께 높아졌고, 함께 일하는 국내외 연구자들은 이를 ‘혁신’이라 부르며 반가워하고 있다. 월 20달러의 챗GPT를 통해 혁신을 체감한 셈이다.
앞으로도 AI 기술은 계속 발전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게임 예시만 봐도, 코딩 실력만큼이나 게임 구조와 규칙을 창의적으로 설계하는 능력이 핵심이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것을 구체적 지시나 설명으로 풀어낼 수 있는 사고력이 필수적이다.
동시에, AI가 발전할수록 GPU같은 컴퓨팅 자원 부족에서 비롯되는 불평등 문제도 우려된다. 실제로 고성능 GPU 공급 제한, 수출 통제, 높은 가격 등이 국가 차원에서는 지정학적 요인이 되고, 개인·기관 차원에서는 경제력에 따른 AI 서비스 접근 격차를 낳는다. 챗GPT만 봐도 무료 버전과 월 20달러, 월 200달러 서비스가 나뉘어 있어, 경제력이 AI 활용 범위를 결정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격차를 줄이려면 AI 교육과 컴퓨팅 자원 확보가 필수다. 유니스트와 울산시는 ‘AI 노바투스 아카데미아’를 통해 지난 4년간 지역 산업체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단기 집중교육과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제공해 왔다. 또한 ‘AI 최고경영자 과정’을 마련해 중소·중견기업 관리자들이 AI 기술을 현장에 적용할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다. 여기에 더해, 유니스트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전국 청소년 대상 ‘슈퍼컴퓨팅 청소년캠프’를 11년째 진행 중이며, 최근 울산시교육청도 참여해 울산 청소년을 위한 ‘AI 팀 프로젝트 슈퍼컴퓨팅 청소년캠프’도 열고 있다. 이렇게 AI 교육 프로그램이 확대·다양화되면, AI 격차로 생길 불평등을 조기에 완화하고 혁신 성과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컴퓨팅 자원 활용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울산시가 유니스트 슈퍼컴퓨팅센터에 최신 GPU 서버 확보와 운영을 위탁해 지역 대학·기업·중고등학교가 일정 부분 활용하도록 한다면, 고성능 AI 인프라 부족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으리라 본다. 이미 14년간 슈퍼컴퓨팅센터를 운영해 온 유니스트는 2022년 국가 초고성능컴퓨팅 전문센터로 지정돼 그 역량과 지속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 인프라를 울산 전체가 공유한다면, 혁신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AI 기술 교육과 연구개발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미 늦었다”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지금부터라도 한 걸음씩 따라잡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인공지능 시대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음을 직시하고, 준비와 실천을 미루지 않는 태도가 미래 경쟁력을 가름하게 될 것이다.
<본 칼럼은 2025년 3월 6일 경상일보 “[목요칼럼]AI 활용 역량이 곧 미래 경쟁력이다”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