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눈과 뇌를 키우는 기술이 국제 로봇학회인 ICRA에서 공개됐다. 인공지능대학원 주경돈 교수팀과 기계공학과 권철현 교수팀의 성과다.
주경돈 교수팀은 로봇이 실내 공간을 더 정확하게 인식하고 여러 대의 로봇이 안정적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돕는 두 가지 기술을 공개했다. AiSDF 기술과 CSE(Co-SLAM in Service Environments)데이터셋이다.
AiSDF는 거리장(Signed Distance Field) 표현법으로 3차원 지도를 복원하는 인공지능 모델이다. 벽이나 바닥처럼 단순한 구조와 책상, 기기 같은 복잡한 물체가 섞인 실내 공간에서 각 지점이 물체 표면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수치적으로 계산해 로봇이 3차원 지도를 정밀하게 그릴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로봇 팔이 좁은 공간에서 물체를 조작하려면 몇 센티미터 단위까지 정밀하게 인식해야 하는데 이때 AiSDF가 생성한 지도는 로봇의 공간 인식 정확도를 크게 높여준다.
CSE 데이터셋은 로봇 간 공간 인식 협업 기술의 성능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설계된 표준 시뮬레이션용 데이터셋이다. 병원, 사무실, 창고 등 실제 서비스 환경을 반영해 구성되었으며, 로봇 간의 추종(follow), 경로 재방문(revisiting), 폐루프 형성(loop closure) 등 다양한 실제 환경 기반의 상호작용 시나리오를 포함하고 있다.
이인하 연구원은 “서비스 로봇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공간에 대한 정밀한 인식과 로봇 간 협력이 필수적이며, 이번 연구를 통해 실내 환경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로봇들이 효율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권철현 교수팀은 3건의 성과를 발표했다. 이 중 2건은 자율주행차와 인간이 운전하는 차량간의 충돌 또는 자율주행차끼리의 충동을 예방할 수 있는 기술이다.
능동 추론 기반 모션 계획 기술은 인간 운전자의 행동이 반드시 합리적이지 않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자율주행차는 신호 위반을 하지 않지만, 인간 운전자는 황색등에서 무리하게 교차로에 진입하는 등 예측하기 어려운 행동을 한다. 연구팀은 인간의 ‘합리성 수준’을 반영한 추론 모델을 도입해, 자율주행차가 상대 운전자의 의도를 능동적으로 예측하고 그에 맞춰 안전한 경로를 계획할 수 있도록 했다. 교차로나 합류 지점 같은 상호작용이 많은 환경에서도 사고를 줄일 수 있다.
연구팀의 ‘비지도 커널 기반 학습 기술’은 자율 레이싱 상황을 가정해 설계됐다. 레이싱처럼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는 상대 차량의 전략을 사전에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연구팀은 커널 기반의 비지도 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상대 차량의 주행 정책을 불확실성까지 고려해 예측하고, 자율주행차가 이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자율주행차가 지도를 더 잘 그릴 수 있게 만드는 기술도 함께 공개됐다. 자율주행차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갈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스스로 정확한 지도를 생성해야 한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관측 시점(viewpoint)에 따라 달라지는 가시성 정보를 정합 점수에 반영한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서로 겹치는 영역이 적은 점군 간에도 높은 정확도로 정합을 수행해, 자율주행차가 보다 일관되고 정밀한 3차원 공간 지도를 생성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권철현 교수팀은 이 같은 자율주행 기술을 바탕으로 학회 부대행사로 열린 자율주행 레이싱 대회에서 2위를 차지했다.
한편, ICRA(IEEE International Conference on Robotics and Automation)는 로봇 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학회로, 2025년 행사는 5월 19일부터 23일까지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