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용량을 키우지 않고도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내연기관차의 연비에 해당하는 전기차 ‘전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철강 제조 공정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신소재공학과 김주영·이석빈·이기석 교수팀은 전기차 모터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전기강판 열처리 공정을 개발했다.
전기차 모터에서 전기가 자동차를 움직이는 운동에너지로 바뀔 때 에너지 손실이 발생한다. 철손(Iron Loss)도 그중 하나다. 모터 안에 걸리는 자기장 방향은 1초에 수백 번 바뀌는데 이때 모터 철강판 내부의 ‘작은 자석’들이 그 속도를 미처 따라가지 못해 생기는 에너지 손실이 철손이다. 나침반에 외부 자기장인 자석을 천천히 갖다 대면 침이 잘 돌아가지만, 자석을 이리저리 빠르게 움직이면 침이 자석의 움직임을 재빨리 따라오지 못하는 것과 흡사하다.
이 철손은 모터 에너지 손실의 약 2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에, 철손만 잘 잡아도 같은 전기로 달릴 수 있는 주행거리인 ‘전비’를 늘릴 수 있게 된다.
연구팀은 전기강판을 최종 열처리하는 공간에 질소 대신 수소를 채워 넣어 철손이 적은 전기강판을 만들어냈다. 질소 대신 수소를 채워 넣은 열처리 환경에서는 철 표면에 거칠고 두꺼운 질화물(AlN) 층이 생기지 않고, 얇고 균일한 산화막이 먼저 형성돼 자기장 변화에 대한 저항이 줄어드는 원리다.
실제 이 제조법으로 만들어진 전기강판의 히스테리시스는 기존보다 약 16%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히스테리시스는 자기장 방향이 바뀔 때 저항 같은 역할을 하는 값으로, 히스테리시스 값이 작을수록 철손이 줄어든다. 철손 자체를 약 8~10% 정도 줄일 수 있는 수준이다.
제1저자인 이소현 박사는 “최종 열처리 온도와 사용 가스를 바꿔가면서 전기강판의 피막, 거칠기, 표면부 미세 석출물과 불순물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최적의 열처리 공정을 찾아낼 수 있었다”며 “전기차 모터에서 발생하는 철손이 생각보다 표면층에서 많이 좌우된다는 점을 실험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김주영 교수는 “기존 설비를 크게 바꾸지 않고도 열처리 조건만 조정해 전기차 모터 철손을 줄일 수 있다”며 “우리나라 전기차 산업의 기술 경쟁력을 높여줄 소재 기술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금속공학분야 1위 학술지인 ‘재료 과학과 기술 학술지 (Journal of Materials Science & Technology)’에 온라인으로 지난달 31일 공개됐다. 연구 수행은 한국연구재단(NRF)의 중견연구사업 및 국가전략기술소재개발, InnoCORE AI-우주 태양광 사업단 등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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