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돌아왔다. 2년 전 일본 홋카이도 의대 교수로 임용되며 화제를 모았던 UNIST 동문, 이효정 박사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수리과학자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 박사의 새로운 둥지인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부산 의료수학센터’에서 눈코 뜰 새 없는 활약상은 <YTN 사이언스>의 ‘브라보 K-사이언티스트’ 코너에 소개됐다.
이효정 박사는 2017년 2월 UNIST 수리과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일본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활동한 지 1년 만에 의대 교수로 임용된 인물이다. 수리과학을 전공하고 의대 교수가 되면서 ‘의료수학(Medical Math)’ 혹은 ‘생물수학(Bio Math)’이라는 융합 분야에도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그런 그녀가 작년 10월경 고국으로 돌아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조금씩 시작되는 의료수학의 기초를 다지는 데 공헌하기로 한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은 그녀가 의료수학센터를 맡아 한 걸음씩 나아가는 중에 터진 긴급 사건이다.
이효정 센터장은 “신종 감염병이 발발하게 되면 가장 먼저 ‘R nought(기초감염재상산지수)’ 개념을 계산하게 되는데, 이는 한 명의 감염자가 평균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즉 전파속도를 나타낸다”며 “현재 코로나19의 R₀ 값은 2~4로 알려져 있는데 국내는 지역별 집단감염 등의 특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추정치를 비롯해 사람들의 규칙적인 이동 형태를 반영한 확산 경로 예측이나 방역 정책에 필요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성과 다양한 변수를 반영해 정부의 방역 정책 수립에 도움을 주려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감염자 수치의 정점이 낮아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점의 시점이 늦춰지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정책의 효과로 인해서 정점에 도달하지 않고 감소하는 그래프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녀와 수리연 감염병연구팀은 시시각각으로 쏟아지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데이터를 기반으로 확산세 등을 연구를 진행 중이다. 지금은 국내 확진자 숫자가 조금씩 감소하는 추세지만, 지금부터 할 일은 더 많다. 대구뿐 아니라 부산과 서울・경기 등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방역 대책에 필요한 근거들을 만드는 일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종식 시기는 지역별로 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서울・경기 지역에서는 확진자가 늘고 있고, 개학이나 개강 후에 사회활동은 지금과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저희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감염병 확산 추이를 분석해 더 좋은 방역 대책을 세우기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입니다.”
수리과학자 역할이 더 커지는 시대 온다
이효정 센터장이 소속된 부산 의료수학센터는 올해 2월 28일 개소한 따끈한 연구소다. 3년 뒤 완성될 부산 스마트시티에 들어갈 ‘빅데이터 분석센터’의 전신으로서 국내 의료수학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추진됐다. 수리연 산하의 외부 센터로는 산업수학혁신센터에 이어 두 번째로 세워졌는데, 뜻밖에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이 시작되는 바람에 개소식도 못하고 데이터 분석에 뛰어들었다.
이 센터장은 “부산시와 부산 지역 대학병원과 협업해 의료수학에 관한 다양한 과제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일본에서 이런 센터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초창기부터 공헌하고 싶은 마음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그녀의 지도교수인 이창형 자연과학부 교수도 적극적으로 추천한 기회였다. 수학과 통계를 전공하고, 의대 조교수까지 거친 그녀가 도전하기에 알맞다고 판단한 것. 이창형 교수는 “수학・통계와 의료 분야를 융합해서 경력을 쌓은 인재는 우리나라에 거의 없다”며 “이효정 센터장은 이 분야에서 훌륭한 학자이며 10년 안에 훌륭한 결과물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UNIST 후배들에게 수리과학의 가능성을 특히 강조했다. 의료수학센터가 만들어진 것처럼 의료 분야에서도 쌓여가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려는 시도가 많아졌고, 산업수학 분야는 이미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것.
그녀는 “의료 관련 데이터는 꾸준히 늘고 있으며, 이런 데이터를 분석해 진단이나 치료 후 전망을 예상할 수 있다”며 “그만큼 수리과학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고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수학을 전공하면 뭐 먹고 사냐’는 소리는 옛말이 될 정도로 수리과학자가 필요한 영역이 늘고 있다”며 “수학에 관심 있는 UNIST 후배들이 수리과학 트랙으로 많이 진학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효정 센터장은 2020년1학기에 수리과학 트랙에서 진행하는 콜로키움의 연사로 초청됐다. 그녀는 특강이 취소되지 않는다면 취소되지 않는다면 전반적인 감염병 연구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연구를 소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