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임성빈 동문은 최근 국제막스플랑크연구학교(International Max Planck Research School, IMPRS)에서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올해 9월부터 막스플랑크 진화생물학연구소(MPI for EvolBio)에서 박사과정으로 공부하게 된 것. 인생의 다음 챕터의 시작을 앞두고 설레는 표정의 그를 만났다.
임성빈 동문은 박테리아 진화를 연구할 수 있는 박사과정 프로그램을 찾다가 IMPRS를 알게 됐다. IMPRS는 막스플랑크 진화생물학연구소에서 운영하는데, 2010년 설립된 이래로 현대 진화생물학의 모든 영역에서 최고 수준의 연구와 교육을 수행하고 있다. 박사과정 학생은 매년 모집하며 웹사이트를 통해 바로 지원할 수 있다.
임 동문은 로버트 미첼(Robert J. Mitchell) 생명과학과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미생물학을 연구해왔다. 그가 참여한 연구는 주로 ‘박테리아가 다른 박테리아나 환경 요인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이었다. 특히 미세유체(microfluidic)를 이용하거나 기아(starved) 조건을 만들어, 다양한 자연 상태에서 먹이-포식자 상호작용을 연구했다. 이때 사용한 미생물은 대장균과 이를 먹이로 삼는 포식 세균, 델로비브리오 박테리오보루(Bdellovibrio bacteriovorus)이었다.
그는 또 자신만의 연구주제로 세라티아 마르세센스(Serratia marcescens)라는 미생물이 생산하는 항생제 색소인 플로디기오신(prodigiosin)의 전달 메커니즘을 연구했다. 이런 경험은 그가 미생물학자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됐고, 자신이 연구할 고유한 주제를 찾는 데도 힘이 됐다.
그는 “막스플랑크 진화생물학연구소에서의 새로운 출발이 매우 기대되고 설렌다”며 “UNIST에서 미첼 교수님을 멘토로 만나 많은 지원과 지도를 받았던 게 행운이었고, 앞으로도 멘토의 길을 따라 연구경력을 쌓으며 두각을 나타내고 싶다”고 말했다.
미첼 교수는 “임성빈 학생은 낯선 분야에 도전하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걸 즐기는 성실하고 성취도가 높은 사람”이라며 “그동안 해낸 것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도 큰일을 해낼 것이라고 믿는다”며 그의 미래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IMPRS에서 임성빈 동문은 제나 갈리(Dr. Jenna Gallie) 박사팀에 합류해 다양한 측면에서 현대 진화생물학을 연구하게 된다. 특히 박테리아 내에서 번역 종렬의 진화를 연구할 계획이며, 추후 여러 학문을 융합해 진화생물학의 연구주제를 확대할 구상도 하고 있다. 그는 “먼 훗날 연수실을 열고 미생물학과 수학, 계산모델을 이용해 진화 이론을 연구하기를 꿈꾸고 있다”며 “진화생물학 관련 전문가로 가득한 막스플랑크 진화생물학연구소에서 배우고 연구하게 된 것은 제 꿈을 이루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임성빈 동문과 1문 1답
Q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2013년에 UNIST 학부에 입학해 생명과학과 전공으로 학사 학위를 받고, 2019년부터 생명과학과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시작해 2021년 학위를 받았습니다. 로버트 미첼 교수팀의 연구실에서 미생물학을 연구했으며, 제가 특히 관심 있는 주제는 박테리아에 관한 다양한 상호작용입니다.
Q2. 미첼 교수에게 지도받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미첼 교수님의 미생물학 수업을 들으면서 만나게 된 미생물학은 제게 정말 흥미로운 분야였어요. 교수님께서 수업 중에 폭넓게 생각하고 질문할 기회를 주셔서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하고요. 자연스럽게 미첼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인턴십을 했고, 졸업 후에는 석사과정도 이 연구실에서 밟게 됐습니다. 미생물학뿐 아니라 교수님의 연구방식까지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미첼 교수님은 연구실 전체 주제와는 조금 동떨어지더라도, 학생 개개인이 미생물학에 대해 가진 관심을 키울 수 있도록 격려해 주시는데요. 그 덕분에 저도 세부적인 주제에 따로 관심을 가질 수 있었고, 막스플랑크 진화생물학연구소로 진학도 가능해졌어요.
Q3. 미생물 연구의 중요성과 가치를 설명해주세요.
제 연구는 학문적 부분과 산업적 부분으로 나눠서 가치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우선 학문적으로, 델로비브리오 박테리오보루스(B. bacteriovorus)가 포식 과정에서 정확하게 조정되는 매우 정교한 매커니즘을 사용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이 매커니즘이 어떻게 제어되는지, 단순히 영향소 섭취 과정이 아닌 복잡한 시스템을 구축한 이유가 무엇인지, 실제 자연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조건에서 포식활동이 어떻게 변하는지 등 흥미로운 연구주제가 무척 많습니다.
산업적 관점으로 보면, 이 미생물은 심각한 임상 문제를 일으키는 병원체를 포함한 광범위한 병원체를 먹어 치웁니다. 항생제로 사용할 수 있다는 거죠. 요즘 병원체들은 항생제에 내성이 생겨 약효가 줄어들게 되는데요. 많은 연구에서 델로비브리오 박테리오보루스(B. bacteroovorous)는 병원체를 꾸준히 포식해도 병원체가 이 포식세균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지 못했습니다. 즉 병원체 입장에서 내성이 생기지 않으므로 약효가 꾸준히 유지될 수 있는 겁니다. 따라서 이 미생물은 광범위한 병원체를 공격하는 동시에, 내성이 생기지 않는 ‘차세대 항생제’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실용화까지는 아직 많은 단계가 남았지만, 차근차근 진행해나가려고 합니다. 이처럼 미첼 교수팀에서는 다양한 실험 기술과 접근법을 사용해 델로비브리오 박테리오보루스(B. bacteroovorous)의 학문적 및 산업적 가치를 모두 충족할 계획입니다.
제 연구주제인 세라티아 마르세센스(Serratia marcescens)라는 미생물이 생산하는 항생제 색소인 플로디기오신(prodigiosin)의 전달 메커니즘은 학문적인 관심에 더 집중했습니다. 질문은 간단했어요. ‘박테리아가 소수성(hydrophobic) 화학물질을 전달해, 수성 조건(aqueous condition)에서 다른 박테리아를 공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하는 것이죠. 제 연구 이전에는 막(membrane vesicles)이 하나의 경로가 될 수 있다고 했지만, 저는 다른 경로가 있음을 보였습니다. 직접적인 접촉 매개 전달의 자세한 분자 메커니즘과 원리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연구는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Q4. 주요 연구 분야와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연구를 소개해 주신다면?
저의 주요 관심 분야는 ‘미생물의 실험적 진화’입니다. 박테리아는 많은 개체와 세대를 쉽게 다룰 수 있으므로, 진화 실험에서 가장 매력적인 모델 중 하나로 꼽힙니다. 저는 미생물을 사용해 자연의 진화 원리를 연구하고 싶습니다. 현재의 분석 기술과 생물정보학의 혁신은 박테리아 공동체를 이해할 더 나은 여건을 만들었거든요. 그러니까 ‘미생물의 실험적 진화’와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tRNA의 진화와 박테리아의 번역 시스템을 공부할 계획이지만, 박테리아의 새로운 표현형이나 사회적 행동의 습득에도 관심이 있어요. 박테리아는 공동체에 대해 의식하지 못하면서도 어떻게 공동체 수준에서 복잡해지고 효과적으로 적응하는지 궁금해요. 이를 알아내려면 인구역학, 유전학, 분자생물학 등도 함께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분야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어서 아직 구체적인 방법은 모르겠지만, 가장 좋은 길을 찾아낼 예정입니다.
Q5. IMPRS 프로그램 이후의 계획은 어떻게 예상하시나요?
IMPRS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후에는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이나 그룹 리더가 되어서 몇 년 더 일하고 싶습니다. 제게 중요한 것은 연구를 위한 실질적인 전략을 세우고 질문을 추구하는 방식에 접근하는 건데요. 막스플랑크 진화생물학연구소에는 바이러스, 수학, 물리학, 컴퓨터공학, 진핵생물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연구원들이 있고, 우수한 과학자들이 모여서 심포지엄을 하는 등 다양한 교류가 일어납니다. 이런 기회를 통해 다음 프로젝트를 구상하는 데 도움을 받고 싶어요. 아마도 그런 일이 가능한 최고로 이상적인 환경이겠죠?
Q6. UNIST를 선택한 이유와 장점을 말해준다면?
제가 입학했던 2013년, UNIST는 매우 젊고 혁신적인 대학이었습니다. 저는 UNIST의 독특하고 실용적인 커리큘럼(예를 들면, 복수전공 의무화, 100% 영어 강의, 인턴십, 최고의 교수진 등)에 끌렸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전공에 관심이 있는지는 몰랐지만, UNIST에서 배우다보면 제 분야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UNIST는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에게 폭넓은 기회를 제공합니다. 풍부한 교육과정과 우수한 교수진은 물론이고,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토론 중심의 강의’도 매우 활발합니다. 저는 후배들이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훈련을 하도록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이 부분에서 저는 지도교수인 미첼 교수님께 엄청난 지원을 받은 셈입니다.
Q7.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을 제기하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 토론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과학을 믿는 이유는 그것이 반드시 진실이기 때문이 아니라, ‘현재 지식을 기반으로 제안할 수 있는 최선의 진술’을 해주기 때문입니다. 진술은 새로운 연구가 진행되면 언제든지 변할 수 있어요. 우리는 과학자로서 우리의 태도를 믿어야 하며, 미지의 지식을 탐구하는 핵심 동기는 ‘최선을 다해 질문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질문은 혼자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과학에 관해서는 모든 젊은 과학자들이 주저하지 말고 비판하길 바랍니다. 손을 들고 질문하세요. 또 자신의 아이디어를 말해주세요. 누군가가 그것에 대해 짜증을 낸다면 그 사람과 친구가 될 필요가 없어요. 혹시 제게 궁금하신 점이 더 있다면 이메일을 보내주셔요. sblim052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