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들에게 이롭고 기억에 남을 만한 가전제품을 꼭 하나 디자인해보고 싶어요.”
전성은 쿠쿠전자(주) 디자이너는 UNIST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출신이다. 올해 2월 학위수여식을 하면서 울산광역시장상을 받았다. 졸업도 하기 전에 취업에 성공한 그는 매일 꿈을 향해 부지런히 달리고 있다.
지난 2월 학위수여식을 앞두고 진행된 이메일 인터뷰에서 전성은 디자이너는 “가전제품 기획부터 양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익혀 궁극적으로 가전제품 개발 전반에 영향을 주는 ‘엔지니어링 디자이너’로 성장하고 싶다”며 “한국 가전업계에 한 획을 긋는 인물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가 지금의 회사를 선택한 이유는 가전제품에서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생활에서 활용하는 가전제품이나 가구를 개발하면 삶을 편리하게 바꿀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쿠쿠전자에서는 밥솥이나 정수기 분야 디자인을 담당할 예정”이라며 “노력해서 얻은 결과물이 누군가에게 사랑 받으며 사용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무척 뿌듯할 것 같다”고 기대를 표했다.
전 디자이너는 2010년 UNIST에 입학했다. 사회로 가는 첫 관문으로 개교한 지 1년 지난 대학을 선택한 건 일종의 도전이었다. 하지만 그는 “UNIST가 아니었다면 지금 모습이 없었을 것”이라며 “학교가 성장하는 만큼 스스로도 성장한 것 같다”며 UNIST엑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그와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Q1. 졸업하는 소감을 부탁한다.
A1. 졸업이라는 단어 앞에 두고 대학생활을 돌아보니 정말 뜻 깊고 소중한 인연과 일이 많았다. ‘시간이 눈 깜빡 할 새에 흘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동안은 회사에 다니면서도 UNIST 재학생이었는데 학위수여식과 함께 학교를 떠나게 된다고 생각하니 약간 두렵기도 하고 시원섭섭한 마음도 든다.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에 대한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2학년이 돼 전공을 선택했을 때는 학생들이 지금보다 훨씬 소수였다. 그래서인지 다른 학부보다 더 끈끈한 무언가 있었다. 새벽에 과제하러 가면 언제나 함께했던 소중한 친구들, 정 많은 선․후배들, 항상 따뜻하게 반겨주고 격려해준 교수님들, 매일 웃으며 맞아준 행정실 선생님들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이 분들 덕분에 무사히 UNIST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었고,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
Q2. UNIST에서 개인적으로 이룬 성장이라면?
A2.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를 전공으로 선택한 후 학문적․경험적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접하면서 개인적으로 많이 자랐다고 생각한다. 산․학 프로젝트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공학적 지식을 현실에 적용하다 한계에도 부딪혔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 대해 좌절한 적도 있고, 밤새 새로운 프로그램을 익히면서 힘든 기억도 있다. 하지만 고생한 만큼 성장한다는 말처럼 이런 경험들이 저를 많이 키웠다. 입학할 때는 공부만 하던 학생이었는데, 지금은 끈기와 집중력, 책임감 등을 두루 길러진 사람이 됐다.
Q3. UNIST에 다니면서 디자인 관련 상을 많이 받았다는데?
A3. 2013년 해외공모전 수상은 잊지 못할 추억이다. 직접 이탈리아까지 가서 상을 받았는데 지금 생각해도 꿈만 같다. 지인 추천으로 공모전에 참가했는데, 팀워크가 좋았던 게 수상의 원동력이 됐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서로 의지하고 일 분배도 잘 하면서 최고의 팀워크를 발휘했다. 개인적으로는 국제 디자인 공모전에서 수상한 덕분에 디자인에 더 흥미를 느끼게 됐다. 이 경험을 통해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만의 차별화된 매력도 깨닫게 됐다. 마음 맞는 사람이 모여서 무언가 창조하면서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에는 1007호라는 멀티미디어실이 있다. 다른 대학에서는 주로 ‘야작실’이나 ‘실습실’이라고 부르는 공간인데, UNIST에서는 주로 ‘천칠호’라고 부른다. 이곳에서 선배, 동기, 후배들과 과제하면서 쌓은 추억들은 정말 잊지 못할 것 같다. 별 이야기도 아닌데 농담도 나누고 의지하면서 함께 버텨낼 수 있게 도와준 공간이 아닌가 싶다.
Q4. 학업 이외에 가장 의미 있었던 활동은?
A4. 3학년 때 학부학생회로 활동한 것과 ‘2014 태화강 국제 설치미술제’에 참여한 경험을 꼽고 싶다. 학부학생회를 하면서 학부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고 다른 친구들과도 돈독해졌던 것 같다. 특히 학부를 빨리 이해하게 되면서 ‘하고 싶은 일’도 헤매지 않고 바로 찾을 수 있었다.
2014 태화강 국제 설치미술제는 정연우 교수님의 추천으로 참가했다. 이 활동은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대외활동이라 더욱 뜻 깊었다. 교수님과 학생들이 모여 자유롭게 토론하고 작품도 만드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다. 하지만 그 만큼 결과물에 대한 반응도 좋아서 UNIST는 물론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학부생들이 함께 큰 작품을 만들어보는 값진 경험이기도 했다.
Q5. 나에게 UNIST는?
A5. 울산에서 초․중․고교를 나왔는데 대학도 UNIST를 다니게 됐다. UNIST는 사회로 나가기 전 전성은의 마침표이자 새로운 시작이다. UNIST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을지도 모른다. 2010년 2기로 입학해 UNIST와 함께 성장하면서 학교에 대한 애정이 더욱 각별해졌다. 다른 대학 출신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유독 학교 자랑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만큼 ‘UNIST와 함께 성장했다’는 게 스스로에게 큰 힘이 된다.
Q6. 쿠쿠전자(주)에 입사하게 된 계기는?
A6.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를 전공하면서 산업디자인이라는 학문에 굉장한 흥미를 느꼈다. 재미도 있었고, 내 노력으로 나온 결과물이 누군가에게 사랑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엄청난 매력을 느꼈다. 이 점은 지금도 똑같다. 저는 산업디자인 분야 중에서도 특히 생활 속에서 보이는 가구나 가전제품에 관심이 많았고, 평소 가전제품과 가구 디자인도 많이 살폈다. 취업을 준비할 때도 쿠쿠전자(주)뿐 아니라 다른 가전 회사에도 지원했다.
쿠쿠전자(주)는 지방(경남 양산시)에 있지만, 실무를 가까이에서 익힐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었다. 제품 개발 관련 부서가 서로 지식을 공유하며 배울 수 있다는 점에 굉장한 매력을 느꼈고 입사를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김관명 교수님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
Q7. 어떤 일을 하게 됐는지 앞으로의 포부는 무엇인지?
A7. 앞으로 밥솥이나 정수기 디자인 업무를 맡을 예정이다. 지금은 학부 때 배웠던 대로 제품의 내․외부를 생각한 밥솥 외형 디자인과 모델링, 부품모델링, 디스플레이 UI 디자인 등을 하나씩 다시 익히고 있다.
물론 입사 전 예상했던 업무와 다른 부분이 많긴 하다. 하지만 이곳에서 익힐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흡수해 제 것으로 만들고, 향후 ‘저를 대표하는 밥솥과 정수기’를 만들어 보고 싶다. 제가 디자인한 가전제품을 대중이 사용하는 모습을 직접 보면 가슴이 벅찰 것 같다.
Q8.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
A8. 궁극적으로 가전제품 개발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영향을 끼치는 ‘디자이너+엔지니어’로 성장하고 싶다. UNIST에서 공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초기부터 다짐한 목표다. 실제 가전제품 제조회사에서 제품 기획부터 양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익혀 한국 가전업계에 큰 획을 긋는 ‘엔지니어링 디자이너’로 거듭나고 싶다. 지금도 주어진 현실에 안주해 버릴까 노심초사하며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의 제 꿈은 쿠쿠전자(주)의 제품 디자인 혁신을 이끈 1세대 엔지니어링 디자이너다. 혹은 일렉트로룩스나 다이슨 같은 세계적인 가전제품 회사의 디자이너가 되고 싶기도 하다. 이런 목표를 이룬다면 대중에게 이롭고 기억에 남을 만한 가전제품을 디자인해 선보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