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eas are everywhere.”(아이디어는 어디에나 있습니다.) 창업생태계에 있으면서 가장 많이 듣는 문장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 문장의 의미는 창업생태계에서 ‘좋은 아이디어’ 자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는 발명(Invention)과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의 차이점에서 잘 알 수 있다.
발명은 기존에 없었던 무엇인가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활동(Something new)을 의미하는 반면에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은 새롭게 만들어진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나아가 비즈니스로의 연결을 포괄하는 의미이다. 즉, 발명의 경우 발명자의 능력이 있다면 혼자서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지만, 기업가정신은 좋은 아이디어와 더불어 그것을 실행하는 능력(시장과의 연결을 포함하는)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행하는 능력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실행의 능력은 단순히 책에서 접하고 단기적인 교육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랜 시간동안 몸소 접하고 연습을 해야 하는 비정형의 문화적인 요소가 강한 부분이다. 이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국내외의 많은 성공한 창업가(Entrepreneurs)들의 부모들이 창업가였고 그 영향을 받았다거나, 작은 아이디어라도 그것을 직접 실행해 보는 기회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현재 창업생태계가 가장 활발한 미국의 경우 이러한 실행의 기회를 잘 나타내는 것이 ‘차고(Garage) 문화’라고 생각한다.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로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거대 IT 기업들 Apple, HP 등이 모두 차고에서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차고’는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인가? 차고(Garage) 문화의 힘은 단순히 공간적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닌, 아이디어의 실현에 있다. 차고에는 다양한 도구들이 널려 있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하다보니 자연스레 자신의 아이디어를 다양한 방법으로 실현할 수 있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를 잘 나타내 주는 영화가 바로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이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로 주인공 안소니 홉킨스가 허름한 창고에서 세상에서 가장 빨리 달리는 바이크를 손수 만드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즉,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해내는 장소가 바로 ‘차고’인 것이다.
이 차고는 또다른 비즈니스적 경험도 제공하는데 그것이 바로 ‘개인의 중고장터 (Garage Sale)’다.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에서도 개인의 중고장터를 운영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가족 구성원들이 더 이상 쓰지 않는 물건들을 내놓고 중고로 판매하는 것이다. 아이들도 어릴적부터 자신의 쓰지 않는 물건을 고르고, 가격을 정하고, 판매를 하는 비즈니스의 전 주기를 경험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우리의 환경은 이러한 실행의 힘을 경험할 기회가 미미하다는데 그 문제가 있다. 실제로 한국의 창업 생태계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이벤트와 교육이 아직 ‘아이디어’ 단계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몇 가지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데 첫째는 창업이 단순 새로운 아이디어만으로 될 수 있다는 착각을 심어줄 수 있다. 실제로 다양한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수상한 팀들이 비즈니스화를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둘째는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가설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많은 학생 창업팀의 경우 단순 아이디어와 질문 몇 가지로 시장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테스트하고 그 결과를 신봉하는 경향을 많이 보이고 있다. 이는 실제 시장은 자신들의 단순 질문보다는 수십배는 복잡하고 까다롭다는 부분을 놓치게 된다.
이제 우리도 창업문화 (Entrepreneurial culture)를 위해 나름의 ‘차고문화’를 만들 필요가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에서 나아가 그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화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고 그 초기 제품을 시장에서 검증할 기회를 최대한 많이 주어야 한다. 단순히 미래의 창업자들을 건물밖으로 내몬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제품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할 수 있는 문화와 함께 우리 만의 ‘차고문화’를 만들어 내야 한다.
강광욱 유니스트 경영학부 교수 기술창업교육센터장
<본 칼럼은 2016년 8월 17일 경상일보 18면에 ‘[경상시론]창업의 조건 : 실행의 힘’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