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6일은 중미 파나마에서 파나마 운하확장공사가 공식적으로 준공되는 날이었다. 2007년 9월 시작된 공사는 총 공사비 약 52.5억 달러를 투입, 당초 계획보다는 1년 정도 지연된 셈이다. 1914년에 개통된 파나마 운하는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총 길이 82KM의 운하로서 갑문의 길이가 305M, 폭 33.5M, 최대수심이 12.8M에 불과해 선박 길이 294M, 선폭 32M, 흘수(draft, 선박이 물에 떠 있을 때 물속에 잠기는 부분의 깊이) 12M 이하의 선박(Panamax급)만 통과할 수 있었다.
이러한 시설 제약으로 콘테이너선의 경우, 5,000TEU급 선박이나 소형 원유선 및 석유제품선만이 통과할 수 있었고 통행 적체현상을 겪어 왔었다. 이번 확장공사로 통항선박의 폭은 49M로, 길이는 366M로, 배의 흘수 또한 15.2M로 확장됨으로써 13,000TEU급 콘테이너선과 15-16만톤 규모의 유조선 및 벌크선도 통행할 수 있게 됐다.
특히, LNG수송선의 경우, 종전에는 5만 입방미터 규모 선박밖에 통행이 안됐으나 이제는 초대형 LNG선도 통항이 가능해 전세계 LNG수송선단의 97%까지 수용할 수 있게 됐다. 수송 거리 또한 현저히 감축돼 미국 남부해안 또는 카리브해에서 극동까지 25일이면 도착할 수 있다. 또한 운송비도 30~50%정도 절감되는 등 해운물류부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동북아지역의 석유 및 천연가스 공급원이 다양화 됨으로써 역내 수급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석유보다는 천연가스의 수급안정에 기여폭이 더 클 것이다. 미국의 셰일 원유 증산으로 새로운 수출선을 확보해야 하는 중남미 산유국은 파나마 운하확장을 이용한다 해도 초대형 유조선 통항이 어려워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인 미국의 대아시아 LNG수출이 가속화 되면 상대적으로 역내 및 중동 공급자의 지위는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천연가스 수입가격측면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산 LNG가 아시아 시장으로 유입,공급원이 다양화 되면 기존의 말레이시아,인니, 브루나이 및 중동지역 국가들에 대한 가스의존도를 줄이고 가격협상력이 강화돼 아시안 프레미엄(Asian premium: 중동산유들이 아시아 소비국들의 높은 중동의존도를 이용, 유럽 및 북미 고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가로 공급하는 할증가격)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스가격체계에 있어서 지금까지의 원유가격(일본 원유통관가격: JCC)에 연동하는 방식이 아닌 NYMEX 선물가격에 연동시키거나 미국 루이지애나주 Henry Hub 현물가격에 연동시켜서 도입하게 되면 직·간접적으로 미국의 가스가격이 아시아시장 가격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등 엄청난 변화가 예상된다. 또한 한국 및 일본에 공급되는 현물 가스거래가격( Platts가 발표하는 ‘Japan Korea Marker’ 가격, JKM)도 자연스럽게 미국 시장가격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셋째는 미국의 에너지 시장 영향력이 다시 증대될 것이다. 최근 세일오일의 증산으로 세계 원유시장에서 사우디를 대신해 스윙 프로듀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미국이 막대한 셰일가스를 무기로 천연가스시장에서도 그 영향력을 높여갈 것으로 예상된다.
넷째, 중동, 호주 및 러시아의 아시아 시장 쟁탈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아시아 소비국의 경우,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천연가스수요는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미국의LNG 유입은 중동의 입지를 약화 시킬 것이고 유럽국가들의 러시아 가스의존 감축정책에 따라 러시아는 아시아 시장에서 출구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공급자간 경쟁은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현재 호주가 추진중인 LNG 신규투자사업이 순조롭게 진척돼 세계 최대수출국으로 부상하는 2020년경부터는 호주도 경쟁대열에 참여하게 될 전망이다.
다섯째, 천연가스 가격체제가 점차 원유연동에서 가스연동체제로 변화돼 가고 아시아 시장 또한 미국, 호주, 러시아, 중동, 아시아산 LNG가 치열한 경쟁체제를 이룰 때 ‘글로벌 거래상품’으로 그 성격이 변화해 갈 것이다. 그럴 경우, 오일허브를 추진하는 우리 입장에서 LNG허브를 싱가포르에 넘겨줄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장기적으로 볼 때 천연가스 공급원이 다양화 되고 수입가격체제가 개편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우리 정부나 기업들도 새로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우리에게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도록 협상력을 강화해 나가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또한 중국계 홍콩자본과 니카라과 정부가 합의해 2014년 12월에 착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니카라과 신설운하’ 역시 그 진전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파나마운하 관리청이 얼마나 적절한 통행료를 부과해 운하 확장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지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김관섭 UNIST 경영학부 초빙교수
<본 칼럼은 2016년 8월 22일 울산매일신문 16면에 ‘파나마 운하 확장과 동북아 석유·가스물류 변화’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