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도인 필자에게도 최근 몇 년전부터 ‘뉴 노멀(New Normal)’이라는 익숙지 않은 경제용어를 가끔씩 듣게 되어서 이번 기회에 자료를 찾아보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지속 성장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가 새로운 경제표준(노멀 Normal)으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파악된다. 그래서, 그간 성장위주로 공격적인 투자를 해왔던 많은 기업들도 최근 들어서는 보수적인 현금 운용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세계적 정치·경제·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각국의 지도자 및 유력인사들이 모이는 다보스포럼도 올해 주제를 ‘4차 산업혁명의 이해’로 설정했다고 한다. 뉴노멀 시대에 4차 산업혁명을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한 의미로 해석된다. 그동안 다보스포럼의 주제는 지속되는 경제위기 관리 전략에 집중돼왔다.
21세기의 시작과 함께 나타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의는 자료마다 조금씩 차이는 나지만 기존 3차 산업혁명인 정보화 시대의 개념이 더욱 확장되면서 더 작고 저렴하면서 강력해진 센서들이 인공지능과 결합하면서 사람의 두뇌를 대체하는 시대가 시작된다는 것으로 특징지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시대흐름은 공상과학영화들에서 오래전부터 나온 것처럼 똑똑해진 로봇들이 저급 수준뿐만 아니라 중급 수준의 노동시장을 대체하면서 인간의 힘든 일들을 상당 부분 대신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다른 측면으로는 기존 전통 제조업 분야에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부정적인 측면도 담고 있다. 아울러, 현재 값싼 노동력을 강점으로 성장하고 있는 후발국들의 경우에는 경쟁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선진국과의 격차가 더욱 커지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정부도 이 같은 저성장 뉴노멀 시대와 4차 산업혁명 변화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차원에서 지난 8월12일 제2차 과학기술전략회의에서 대한민국 미래를 책임질 9대 국가전략 프로젝트를 선정, 발표했다. 9대 프로젝트는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자율주행차, 경량소재, 스마트시티, 인공지능, 가상증강현실 등 5개 분야와 국민 삶의 질 제고를 위한 정밀의료, 신약, 탄소자원화, 미세먼지 등 4개 분야이다. 이 발표 이후, 각 프로젝트별 소관부처들은 이에 대한 세부 실행계획을 짜느라 분주하고 지자체들도 이에 맞춰 지역의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서 재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유니스트에서 스마트센서연구센터를 맡고 있는 필자도 그 세부내용들을 센서 관점에서 다시 한번 바라보게 됐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8대 핵심부품 중 레이더, 라이다, 영상센서 등 핵심 센서들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스마트시티 분야에서도 각종 도시 인프라에 다양한 센서들과 ICT 기술을 이용해서 통합적인 도시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실증해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가상증강현실에서는 각종 인식·분석용 센서부품에 대한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미세먼지와 정밀의료의 경우에도 가장 기초적인 자료 수집을 위해서 관련 센서들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스마트센서 분야에서는 스마트의 개념에 항상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석이 포함되는 점을 감안하면 9대 국가전략 프로젝트에서 최소 6개 분야가 스마트센서와 깊은 연관성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울산과 같은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 도시는 그간 많은 양질의 일자리로 인해 부자도시로 자리매김해 왔다. 하지만 최근 조선 등 주력산업 업종에서 한꺼번에 일자리가 없어지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가오는 뉴노멀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이러한 전통 제조업 분야 일자리가 더욱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니 해당 지역에서는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최근 울산지역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센터와 울산정보산업진흥원 설립 준비가 한창이다. 미래유망기술로 부각되고 있는 인공지능과 스마트센서 기술은 4차 산업혁명에서도 핵심이 되는 분야인 만큼 지역 미래 먹거리 산업 창출에 이 같은 새로운 기관들이 많은 역할을 해줄 것이라 기대한다.
김재준 UN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6년 9월 6일 경상일보 18면에 ‘[경상시론]뉴 노멀(New Normal) 시대와 스마트센서’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