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학기 중 주말을 이용해 10월21일부터 중국 북경에서 열린 세계로봇콘퍼런스(WRC 2016)에 다녀왔다. 최근에 생체신호를 이용한 로봇제어에 관심이 생겨서 다른 나라의 로봇개발 동향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북경 중심에서 지하철을 타고 한시간 정도 남쪽으로 가면 나오는 대흥구라는 지역의 국제전시장에서 개최되고 있었다. 전시장에 도착했더니 수많은 중국 사람들이 전시장으로 몰려들고 있었고 입구에서는 입장권을 받기 위해 많은 인파들이 줄을 서 있어 다소 당황스러웠다.
내부에 들어가서는 축구장만한 전시장 크기에 놀랐고 그 넓은 장소를 수많은 중국회사들이 채우고 있다는 것에 또 놀랐다. 나중에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니 전시장 크기가 4만㎡ 규모로 단일 전시회가 우리나라 코엑스 전체에서 개최되는 것과 비슷했다. 중국에 가면 다들 규모의 경제에 대해 놀란다고는 하지만, 로봇이 신생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회사들이 존재하는 것을 보고 몇년 전부터 중국에서는 하루에 만개가 넘는 회사가 창업된다는 얘기가 그냥 하는 말이 아님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전시회는 크게 산업용 로봇관, 서비스 로봇관, 특별 로봇관, 국제관 등으로 구성되었고 다른 나라의 전시회처럼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는 안드로이드 로봇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었다. 그러나 필자의 눈길을 끈 것은 4종의 로봇 경진대회였다. 로봇 축구와 무인기 경진대회는 국내에서도 많이 본 적이 있어 그냥 보아 넘겼던 반면, 국제수중로봇 경진대회는 조금 이색적이어서 호기심이 컸었고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자율주행 경진대회다.
자율주행차 분야는 국내에서도 아직 개발준비 단계에 머물고 있는데 중국에서 벌써 많은 학교와 기관들이 참여하는 경진대회를 전시회에서 개최하고 있다는 점에 놀랐다. 전시된 내용들은 국내 전시회들에서 보던 기술들과 비슷하지만 좀 더 다양한 제품들을 볼 수 있었고 가끔씩 휴대폰을 꽂아서 사용하는 서비스 로봇같은 경우는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결국, 로봇분야에서는 수많은 회사들이 존재하는 양적인 측면 외에도 기술내용인 질적인 측면에서도 오히려 앞서 있을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시관을 둘러보고 나와서 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는 도중 전시관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는 Yi-Chuang Artificial Intelligent Robot Innovation Park라고 적혀 있는 큰 건물을 보고는 약간은 소름이 돋았다. 그 지역을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혁신단지로 만든다는 의미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전시회가 개최된 장소 일대를 로봇 기술에 대한 세계적인 허브로 육성하겠다며 4만㎡에 달하는 공간을 로봇 분야 전시회와 산업육성을 위한 전용공간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또한 이 로봇 혁신파크가 들어선 곳은 ‘E-Town’이라 불리는 북경경제기술구 지역으로 세계 500위 이내의 글로벌 기업들이 83개나 입주해 있는 중국의 대표적인 국가단위 개발구여서, 세계적인 로봇허브로 육성하겠다는 중국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는 않는다. 우리나라로 치면 판교가 최근 한국판 실리콘 밸리로 발전하면서 각종 IT기업들이 모여들고 있는 것과 비슷한 지역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북경의 경우 이러한 판교와 같은 과학기술파크 개념인 중관촌 지역이 앞서 소개한 E-Town 외에도 4개나 더 있으며 총면적이 367㎢에 이른다고 하니 이웃 나라인 우리 입장에서는 새삼 많이 부러운 게 사실이다.
오랜만에 찾은 북경을 보면서 지금 필자가 있는 울산지역의 현실을 다시금 돌아본다. 지난주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중소기업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현대중공업이 어려워지면서 먹고 살 길이 막막하고 새로 추진 중인 신규사업 성격상 울산지역이 더 이상 매력이 없어서 수도권으로 이사 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무한히 팽창하고 발전하는 북경을 둘러보다가 지역경제를 돌아보니 많이 비교되어 답답한 심정이고, 요즘 연일 언론에 나오는 정치 뉴스를 보고 있으면 정말로 이제는 나라까지 걱정되어 정신이 혼미해진다.
김재준 UN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6년 11월 2일 경상일보 18면에 ‘[경상시론]세계로봇콘퍼런스(WRC 2016)를 다녀온 소회’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