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우리나라가 세계 핵융합 연구 발전사(史)에 또 하나의 획을 그었다. 한국 거대과학의 자랑이자 우리 핵융합에너지 개발의 기반인 초전도핵융합장치 KSTAR(케이스타)가 핵융합에너지 상용화 핵심기술 중 하나인 고성능 플라즈마 운전(H-모드)의 세계 최장 기록인 70초를 달성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핵융합 연구는 인류가 아직까지 정복하지 못한 에너지원의 원리인 핵융합 반응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핵융합발전소 건설을 위해 끊임없는 연구를 해왔고 이제는 마지막으로 남은 기술적 문제의 해결을 위해 7개국(미국, 유럽연합, 일본, 중국, 러시아, 인도, 한국)이 추진하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인 ITER 건설이 프랑스 남부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와 병행해서 각 나라가 자체적으로 궁극적 미래에너지원인 핵융합에너지를 얻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와 노력을 이어가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핵융합 연구 역량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성과가 나온 것은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다.
KSTAR는 2008년 첫 가동을 시작한 이후 매년 핵융합 연구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지난해 기록한 고성능 플라즈마의 55초 운전 기록도 세계 최장 기록이었고, 올해는 그보다 15초가량 운전 기록을 늘려 70초라는 새로운 기록을 만들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것은 핵융합 상용화를 위한 마지막 단계인 ITER 사업을 대한민국의 기술력이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KSTAR를 맨손으로 건설한 우리의 연구 인력들이 현재 ITER 건설을 끌어가고 있다. 핵융합 발전 역사의 첫 페이지 시작을 열고 주류를 차지한 것은 두말할 것 없이 강대국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한민국이 국내를 넘어 세계 핵융합 발전사의 주인공으로서 당당히 이름을 새기고 있다.
이런 성과 뒤에는 국내 핵융합연구자들의 구슬땀이 있다. 핵융합이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연구 분야임에도 우리나라 핵융합 발전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연구에 매진하며 역사를 이뤄냈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해서는 안 된다.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를 통해 인류의 에너지 문제 해결이라는 업적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차세대 핵융합 연구를 이끌어 나갈 연구인력 양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ITER 건설이 끝나고 연구단계에서 마지막 핵심 기술연구를 주도할 수 있는 고급인력을 KSTAR에서 양성하고, ITER 건설 경험을 우리의 핵융합로 건설에 투입해 핵융합 발전 상용화를 선도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정작 상용화되는 시점에서 그 기술력을 계승할 후계자와 계획이 없다면, 그 성과에 대한 축배는 경쟁 국가들의 몫이 될 것이다.
연구인력 양성이 단순히 자금 지원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촉망받는 젊은이들이 핵융합 연구자로서 꿈을 갖지 못한다면 무의미한 일이다. 우수한 이공계 인력들이 핵융합 연구의 우수성과 전망을 인식하고 함께 연구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대한민국은 세계 최초로 핵융합 발전소 건설의 꿈을 이루는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박현거 울산과학기술원 핵융합플라즈마 물리연구센터장
<본 칼럼은 2017년 1월 5일 한국경제신문 34면에 ‘[기고] ‘핵융합 발전 상용화’ 축배 들려면’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