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서울에서 ‘세기의 대국’이라 불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를 벌여 이세돌 9단을 꺾으면서 명성을 구가하고 있는 ‘알파고’ 덕분에 이제 누구나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이라는 용어에 익숙해졌다. 인공지능은 어느덧 우리 생활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이 없으면 생활에 불편을 느끼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인공지능은 생활 일부가 되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인공지능은 컴퓨터의 빠른 연산 기능과 무한에 가까운 기억장치에 저장된 데이터를 이용하여 실제로 사람과 같이 ‘학습’을 할 수 있어 앞으로 많은 분야에서 사람을 대신하여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도 있다. 사람이 여전히 인공지능보다 훨씬 빠르게 잘하는 것이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무엇을 모르는가?’에 대해서 ‘아는 능력’이다.
사람은 전혀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질문을 듣는 순간 그것에 대해서 모른다는 것을 순식간에 알 수 있다. 반면 인공지능은 ‘모른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순차적으로 모든 정보를 확인하고 비교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아무리 빠른 컴퓨터를 장착한 인공지능이라고 하더라도 ‘모른다’는 결론을 내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능력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렇듯 학습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여전히 인간과 기계는 생각하는 방법이 다른 만큼 인간이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앞으로도 남아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인공지능이 절대 만능이 아니라는 점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며칠 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 (MWC·Mobile World Congress)’에서 단연 화두는 인공지능이었다. 일본 라인은 네이버와 함께 준비한 AI 플랫폼 ‘클로바’를 공개하는가 하면, 국내 이동통신사들도 ‘누구'(SK텔리콤)와 같은 AI 플랫폼 스피커나 ‘기가지니'(KT)와 같은 AI 기능 셋톱박스를 내놓기도 하였다. AI 사업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하여 전 세계 기업은 양질의 데이터를 모으는 한편 기계학습 훈련 전문가들을 양성하기 시작하였다.
‘카카오 택시’와 같은 앱이 소비자에게 공짜로 제공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이렇다. 그러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가 많을수록 교통 이동에 대한 수많은 ‘양질의 데이터’가 쌓이는 만큼 향후 더 가치 있는 사업을 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가치가 발생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2008년에 미국의 ‘제퍼디(Jeopardy!)’라는 퀴즈 프로그램 우승으로 명성을 얻은 미국의 IBM이 개발한 ‘왓슨’이라는 인공지능의 이후 활동에 눈길이 간다. 이 인공지능은 2011년에는 미국 컬럼비아 의과대학 과정을 이수한 이후 영상을 통한 암 진단 능력을 세계 곳곳의 의료 케이스를 통하여 그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실제로 병력이 오랫동안 쌓인 만성환자의 경우 의료 차트 정보의 양이 수백 페이지에 이를 수 있는 것에 대하여 ‘인간 의사’가 이 만성환자의 모든 병력을 일일이 읽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정확한 병력사에 기인한 진단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고 한다. 반면 ‘왓슨’과 같은 인공지능 의사의 경우 만성환자의 병력을 모두 이해한 이후 전 세계 의료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그에 필요한 처방이나 진단을 할 수 있다. 당연히 ‘인간 의사’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분야도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로봇에 의한 자동화로 요약되는 ‘4차 산업 혁명’이 가속화된다면 ‘인공지능’ 의사가 처방하여준 약을 100% 자동화된 ‘인공지능 약사’로부터 처방 약을 받을 날이 10년 이내로 실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분명 인간과 인공지능은 생각하는 방법이 완전히 다르다. 이에 따라 인간의 능력을 대체하지 못하는 분야도 분명 남아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분야가 활성화되고, 어떤 분야가 사양의 길로 갈지 아직은 명확한 답을 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인공지능의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운데 인간의 가치가 희석되지 않고 그 존엄성이 드높여지는 시대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울산과기원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7년 3월 7일 국제신문 30면에 ‘[과학에세이] 10년 뒤 나의 주치의는 ‘인간’일까? ’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