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기계공학분야에서 인공지능의 귀납적 모델과 연역적 모델의 다양한 적용 사례를 살펴보고 두 모델의 차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1 인공지능과 기계
인공지능의 시대가 왔다. 인공지능이 최근 주목 받는 이유는 다양한 분야에서 과거에는 할 수 없었고, 기대하지 못했던 성능을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인공지능은 복잡하고 어려운 수식들이 얽혀 있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다. 하지만 본질은 간단하다. 기계를 인간답게 하는 것이다. 인간다운 기계라는 표현이 생소할 수도 있다. 인공 지능의 기반이 되는 인공신경망을 생각해보자. 인공신경망은 인간의 뇌 구조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수학적 모델이다. 인간을 모사한 기계가 인간보다 깊은 사고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알파고는 이세돌을 이겼다.
인공지능은 다양한 도로 상황을 학습하여 운전자의 조작 없이 스스로 주행할 수 있는 자율주행자동차를 가능케 한다. 하지만 기계는 여전히 인간보다는 단순하다. 두 자릿수 사칙연산을 배운 인공지능은 세 자릿수 사칙연산을 보는 순간 엉뚱한 답을 내어놓는다. 이처럼 기계는 우리보다 뛰어나기도 하며, 우리보다 단순하기도 하다. 그렇다면 인간의 사고방식과 기계의 사고방식은 어떤 면에서 차이가 있을까?
2 기계의 귀납적 학습 방식 (기계학습과 딥러닝)
귀납적 사고란 수많은 사례들을 일반화하여 패턴 또는 모델을 추출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귀납적 학습을 통해 빅데이터 속에 숨어 있는 원리를 추론한다. 빅데이터 수집이 가능해진 요즘, 인공지능이 주목 받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2.1 기계학습: 비지도·지도 학습
기계학습은 학습 데이터의 종류에 따라서 일반적으로 두 가지로 나뉜다. (1) 비지도 학습은 출력 정보가 없는 데이터에서 특정 패턴을 찾는 것이다. 비지도 학습을 통하여 주로 데이터 이면에 존재하는 은닉 변수와 구조 (hidden variables and structure)를 찾거나 클러스터링을 통하여 대표성 (representation)을 부여한다. (2) 지도학습은 입력과 출력이 주어진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새로운 입력에 대한 출력을 결정할 수 있는 패턴을 추출한다.
비지도 학습 예시: 로봇 이상 감시 (Anomaly Detection)
정상 상태 데이터의 분포와 새로 취득된 데이터 사이의 통계적 거리를 계산하여 기계 시스템의 상태를 판단할 수 있다. 그림 1은 산업용 로봇에 비지도 학습이 적용된 사례를 보여준다. 로봇의 축 관절을 구동하는 서보 모터의 입력 신호와 인코더 신호의 차이를 학습한다면, 서보 모터에 결함이 발생하거나, 과 하중이 걸려 이상이 발생했을 때 스스로 감지 할 수 있는 지능 로봇을 구현할 수 있다.
지도 학습 예시: 회전체 상태진단
기계설비의 결함 데이터의 취득이 가능하다면, 지도 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정상상태와 고장상태를 분류할 수 있다. 이것은 인공지능을 통해 스스로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기계시스템을 의미한다 (그림 2). 인공지능이 내장된 스마트센서를 통해 기계시스템의 정보가,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사물인터넷 플랫폼 상에서 서로 연결되고 공유된다면 기존의 기계시스템에 혁신을 가지고 올 수 있다. 예를 들어 GE는 제조용 사물인터넷 플랫폼 프리딕스 (Predix)를 통해 지능형 디지털 제조 시장을 선도해나가고 있다.
2.2 딥러닝: 기계와 영상 이미지
‘백문이 불여일견’ 이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이미지는 많은 시각적인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이미지에서 필요한 정보를 추출하고자 하는 노력은 오래 전부터 계속되어 왔다. 특히 영상처리 분야에서는 물체를 대표할 수 있는 꼭지점, 윤곽선과 같은 특성인자 추출을 통한 접근을 시도해왔다. 하지만 최근 딥러닝 중 합성곱 신경망 (Convolutional Neural Network, CNN)의 등장은 이미지 인식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았다. 이는1,000개의 카테고리로 나눠진10만개의 영상에서 물체를 5퍼센트 미만의 오류로,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분류에 성공하였다 [1].
그림 3은 회전체 기계 시스템에 합성곱 신경망이 적용된 사례를 보여준다. 기계 시스템의 주요 구성 요소인 회전체는 고장 시 경제적 손실이 크며 특히 안전과 관련하여 그 상태를 진단하고 미리 예방하는 기술은 필수이다. 회전체의 상태를 진단하기 위해 스펙트럼 또는 궤도 분석이 주로 사용된다. 특히 궤도는 회전체 역학과 연계되어 시스템의 상태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2]. 하지만 시스템마다 궤도의 형상이 조금씩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아직도 현장에서는 궤도 형태를 작업자가 직접 모니터링하고 있다. 궤도 형상을 영상 이미지로 변환하여 이미지 패턴 인식 문제로 접근한다면 합성곱 신경망을 통해 궤도 형상 분류 문제를 쉽게 학습시키고 적용할 수 있다 [3].
2.3 딥러닝: 기계와 시계열 데이터
순차신경망 (Recurrent Neural Network, RNN)은 인공신경망의 형태 중 하나로, 시계열 데이터에 내제되어 있는 동적 패턴과 특성 파악에 유용하다. 이는 구조적으로 메모리에 해당하는 은닉상태 (hidden state)를 통해 과거 정보가 다음 단계로 전달이 가능해 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적 특징 때문에, 순차신경망은 최근 자연어 처리에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
센서에서 측정되는 대부분의 계측 데이터 (진동, 소음 등) 또한 자연어와 같은 시계열 형태를 가진다. 따라서 순차신경망은 제어계측 분야에도 적용 가능성이 높다. 그림 4와 같이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측정된 시계열 데이터에 순차신경망을 적용해서 제품 또는 설비의 정상/불량을 판단하는 진단 방법들이 최근 연구되고 있다.
3 인간의 연역적 학습 방식
앞의 기계공학에서 인공지능의 다양한 성공 사례에도 불구하고, 귀납적 사고는 그 한계가 분명하다. 많은 관찰 데이터가 없다면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은 관찰의 수가 적어도, 또는 관찰 없이도 다른 새로운 것 들을 추론해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수학에서는 기존의 이론을 바탕으로 새로운 정리를 만들고, 증명도 할 수 있다. 베이지안 학습은 사전지식 분포 (prior)와 관찰에 의한 확률 분포인 가능도 (likelihood)를 이용하여 둘 사이의 적절한 합의점으로 사후확률 분포 (posterior)를 찾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던 지식이 일어난 현상과 다르면 그 지식을 적절히 수정할 필요가 있다.
기계분야에서는 베이지안 학습 중에서도 칼만 필터가 유명하다. 센서 융합과 궤도 추정 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차의 위치를 추론하는 것에도 사용되어 왔다. 뿐만 아니라, 그림 5처럼 복잡 시스템의 고장진단에 전문가 지식과 관찰된 복합 결함 증상을 재귀 베이지안 추정을 통해,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고장원인을 추론하기도 한다.
4 결론: 지능형 기계시스템
앞에서 데이터 기반에 인공지능 기법이 적용된 지능형 기계시스템의 사례를 살펴 보았다. 모터의 입력신호, 회전체의 진동신호, 궤도의 영상 이미지, 전문가 지식 같은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가 존재하며, 이에 따른 적절한 인공지능 모델을 통한 성공적인 결과들도 보았다.
딥러닝의 경우에는 모델과 그 연산이 복잡하기 때문에 비록 좋은 결과를 낸다고 해도, 내부적으로 어떠한 동작 원리로 작동하는지 해석하기가 쉽지 않다. 반면에 베이지안 접근 방식은 사전지식에 기반하기 때문에 인공신경망에 비해 적은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복잡한 구조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서로의 단점을 극복 하기 위해, 귀납법과 연역법 적인 사고를 동시에 사용해야 한다. 기계시스템에 적절한 데이터와 모델을 통한 인공지능은 기계·제조산업의 혁신을 앞당길 수 있는 핵심요소가 될 것이다. 기계시스템의 지능의 향상을 위해서 기계공학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의 연구가 활발하기를 기대한다.
박승태 울산과학기술원 제어설계공학과 석사과정 | e-mail: swash21@unist.ac.kr
정해동 울산과학기술원 제어설계공학과 박사과정 | e-mail: hdhd13@unist.ac.kr
이승철 울산과학기술원 제어설계공학과 조교수 | e-mail: seunglee@unist.ac.kr
<본 콘텐츠는 2017년도 [기계저널] 57권 3호에 ‘기계공학에서 인공지능 적용 사례’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