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12월에 발의된 석대법(석유 및 석유대체 연료사업법)이 우여곡절 끝에 2년4개월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그동안 울산의 최대현안이었던 동북아 오일허브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이번 석대법의 국회통과는 침체기에 있는 울산경제의 신성장동력을 개발하고 금융산업과 연계해 울산의 취약한 서비스업을 개선할 좋은 기회를 제공하리라 기대된다.
석대법 통과로 동북아 오일사업의 걸림돌이었던 법적 기반(오일트레이더의 법적지위, 보세구역내 블렌딩 허용 등)이 마련됐으나, 그 동안 석유시장과 산업환경도 많이 변해 동북아 오일허브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바라는 마음에서 몇가지 제안을 한다.
첫째, 동북아 석유·가스 수요 공급에 대한 중장기 전망을 다시 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2~3년간 저유가의 지속, 전기차의 실용화 단계,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의 발굴 노력, 빅데이터, 인공지능을 포함한 4차산업혁명의 대두 등 산업환경이 급속도로 변했다.
석유공급시장도 변화가 있었다. ESPO(동시베리아~태평양) 송유관은 2012년 말 이미 북한 바로 위 코즈미노 항구까지 와 있고, 작년에는 파나마운하 확장공사가 완성돼, 세일가스, LNG용 대형선박의 운행 및 수송기간도 대폭 단축됐다. 그 동안 러시아의 신동방정책, 미국의 세일혁명 등으로 동북아의 원유 및 가스 공급은 증가하며 다양화할 것으로 전망돼 왔다. 그러나 수년전에 예측한 이러한 전망들은 최근의 석유·산업환경 변화와 관련해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둘째, 동북아 오일허브 시장의 상품 차별화가 필요하다. 세계원유시장은 기준원유 및 거래되는 시장에 따라 북해시장(Brent 유), 미국시장(WTI, 서부텍사스유), 아시아 시장(두바이유 등)으로 나뉘고 이러한 기준원유가 각기 런던 및 뉴욕상품거래소, 싱가포르 장외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 3대 기준원유 외에 러시아산 원유, 북미산 셰일오일 그리고 남미산 오일도 존재한다. 이러한 원유, 가스 외에 석유제품시장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동북아 오일허브가 성공하려면 동북아시장에서 충분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차별화된 상품시장이 형성돼야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다. 울산은 러시아와는 철도로 북남미와는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지정학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이제는 어떤 석유상품으로 동북아석유시장을 차별화할 것인가에 대한 전문가들의 구체적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 등 각 해당지역 관련자들과의 전략적 제휴방안도 논의하고 건설 중인 북항 및 남항도 IT와 결합한 첨단 연계시스템 등 디자인 단계부터 효율적으로 건설돼야 할 것이다.
셋째, 해외 트레이더의 유치작업을 본격화해야 한다. 석유거래는 궁극적으로 상품거래소에서도 거래될 수 있으나 현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트레이더의 역할이다. 신용 있는 트레이더들이 적정한 가격을 산정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형성돼야 한다. 자체적인 신용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싱가포르 등 이미 신용이 확립된 외국의 독립계 트레이딩 회사들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중요한 것은 국내 트레이더의 육성이다. 외국 트레이딩회사들이 진출할 때 상당 수의 내국인 트레이더를 활용한다. 유니스트에서는 2012년 이래 이러한 트레이더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이제 국내 트레이더 양성이 보다 강화돼야 하겠다.
동북아 오일허브는 현재 투자자의 차질로 북항의 상부공사도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위한 투자자의 유치도 당장 중요하다. 그러나 이제 법적기반이 마련된 동북아 오일허브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그 동안 제반 환경 변화를 재검토하고 석유의 저장·중개·거래를 총괄할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보다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정구열 UN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
<본 칼럼은 2017년 4월 7일 경상일보 18면에 ‘[특별기고]동북아 오일허브:석대법 통과후 울산의 과제’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