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기술’은 머리카락 굵기의 약 십만 분의 일 크기인 나노미터(10-9 m)수준에서 정밀하게 가공된 소재나 소자를 만들어 내는 기술로서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이다. 나노기술을 활용해 개발된 소재나 소자들은 마이크로미터(10-6 m)나 그 이상 크기 수준에서 관찰되던 물리, 화학, 생물학적 특성들이 크게 개선되거나 혹은 보이지 않던 새로운 특성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나노 소재 혹은 소자들의 특성을 적절하게 활용하면 전기전자, 기계, 바이오, 화학 및 에너지 등 광범위한 산업분야에서 기술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십수 년간 전 세계적으로 나노기술에 관한 연구들이 급증했고 우리나라에서도 나노기술 분야에서 많은 연구개발이 이뤄져 왔다.
나노기술의 발전은 환경분야(환경공학 혹은 환경과학)의 연구개발 동향에도 큰 영향을 줬다.
우선, 나노기술을 환경공학에 접목해 보다 우수한 환경정화기술을 개발하고자 하는 연구 흐름이 등장했다. 예를 들어, 높은 비표면적을 가지는 다공성 나노재료를 활용한 오염물질의 흡착기술, 나노재료를 활용한 고활성의 환경정화용 촉매기술, 항균성 나노재료를 활용한 병원성 미생물의 살균기술 등에 관한 연구들이 최근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대부분의 연구들은 아직 초기단계로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일부 나노구조의 흡착제 및 지하수 정화용 나노입자 등은 경제성 및 현장 적용성을 확보하여 상용화에 근접한 기술들로 평가받기도 한다.
한편, 나노기술과 관련된 환경분야의 또 다른 연구 방향은 나노물질의 위해성 및 환경영향에 관한 것이다. 이러한 연구에서는 나노재료를 일종의 환경오염물질로 규정하고 이들의 인체 위해성뿐만 아니라 환경 매체로의 유입과 거동,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연구한다. 그간 연구들에 따르면 은이나 구리와 같은 금속 혹은 금속산화물 나노입자들, 탄소나노튜브나 그래핀과 같은 탄소계 소재들을 포함한 다양한 나노물질들이 독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러한 나노물질들이 물, 대기, 토양 등 환경 매체들에 유출되면 물리, 화학, 생물학적인 변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일부는 독성이 저감하거나 증가하기도 하고 생물체에 축적되기도 한다.
나노재료를 활용해 환경오염을 정화하고자 하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나노물질로 인한 환경오염을 걱정하는 것은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나노기술의 양면성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앞서 언급한 두 방향에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연구를 이어간다면, 환경분야에서의 나노기술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나노재료를 활용한 환경정화기술을 개발할 때는 해당 나노재료의 유출을 차단하기 위한 기술적 방안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유사한 예로 대기 중에 존재하는 오존은 폐 손상을 유발하는 유해한 오염물질로 인식되고 있지만, 고도정수처리공정에서는 난분해성 수질오염물질들을 정화하기 위한 산화제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정수처리설비로부터 오존의 누출을 철저하게 차단하고 반응 후 잔류하는 오존 가스는 배오존 장치를 통해 분해하여 배출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나노물질의 위해성 및 환경영향에 대한 연구 분야에 정부 지원을 늘려나가야 한다. 현재 나노기술과 관련된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은 대부분 기능성 나노재료의 개발과 응용에 집중되어 있다. 나노물질의 위해성 및 환경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나노기술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관리방안과 정책을 확립해나갈 수 있다.
이창하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7년 5월 15일 울산매일신문 22면에 ‘[현장소리 칼럼] 환경분야에서의 나노기술’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