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낙동강을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 주요 하천에서의 녹조 발생이 큰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녹조는 수온, 일사량, 영양염류, 유속 등 다양한 인자들의 복합적인 작용에 의해 발생된다. 최근 연이은 녹조의 발생과 4대강 사업과의 연관성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을 보인다. 보의 설치에 따른 유속의 감소와 물의 정체가 녹조의 발생에 영향을 준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현재 발생되는 녹조는 유속이 아닌 영양염류의 유입이나 수온 상승에 그 원인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한 판단은 차치하더라도 녹조의 발생 빈도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고 식수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울산시도 낙동강 원수를 공급받아 사용하고 있는데, 대부분 공업용수로 활용하지만 일부 식수로도 활용되기 때문에 낙동강 수계의 녹조 문제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녹조는 사실 식물성 플랑크톤으로 녹조류, 규조류, 남조류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봄, 가을엔 녹조류나 규조류가 많이 발생하고 여름철과 같은 고수온 조건에선 남조류가 우점한다. 주로 문제가 되는 남조류들은 맛냄새 유발 물질이나 독성물질을 분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남조류의 일종인 마이크로시스티스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 물질을 분비하는데, 이 물질은 인체에 급성으로 치명적인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보고된 녹조 피해 사례는 주로 물고기 폐사에 그치지만, 해외 사례에선 오염된 물을 마신 가축 및 야생동물의 폐사, 심지어 인체 중독으로 인해 치사에 이른 경우도 보고된 바가 있다.
특히 1996년 브라질에서는 혈액투석 치료에 마이크로시스틴으로 오염된 물을 사용해 100여명의 환자가 중독됐고, 그 중 5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다행히도 녹조 및 조류 기인 오염물질들(맛냄새 물질 및 조류독소)이 정수장에 유입되더라도 처리공정 중 대부분 제거된다.
특히 오존 산화와 활성탄 흡착을 통한 고도정수처리공정은 마이크로시스틴과 같은 조류독소의 제거에 매우 효과적이다. 울산시의 경우 현재 시 전역에 공급되는 수돗물을 100% 고도정수처리하고 있기 때문에 녹조로 인한 수돗물 안전에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녹조로 인해 원수의 수질이 악화될 경우 평시보다 염소의 투입량이 늘어나 소독 부산물의 발생이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는 있다. 물론 유사시에도 소독부산물의 생성량이 수질 기준치를 웃도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의 상승 및 하천 수질의 변화 등으로 인해 향후에는 녹조 현상이 더욱 악화될 여지가 있다.
또한 4대강 사업으로 설치된 보가 수질 악화 및 녹조 발생에 미치는 불확실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상황을 주시하면서 수계별 녹조의 발생 원인에 대한 보다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이에 따른 정확한 원인 분석을 기초로 녹조 방지를 위한 과학적인 대응책이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상수원으로의 영양염류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상수원 보호구역 내 오염행위에 대한 감시 및 단속 활동도 강화해 나가야 한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녹조의 발생 및 확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원격 모니터링 기술, 녹조로부터 기인하는 미량 유기오염물질들의 실시간 분석 기술, 그리고 유사시 녹조 및 녹조 기인 오염물질들을 보다 빠르고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수처리 기술에 관한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녹조 문제 해결을 위한 철저한 조사와 체계적인 대응전략 마련을 새 정부에 기대해 본다.
이창하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7년 5월 24일 울산매일신문 17면에 ‘[시론 칼럼] 녹조와 수돗물 안전’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