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초등학교 또는 그 이전부터, 청년이 되어 사회에 진출하기 전까지 많은 시간을 배우는데 사용한다. 정규 학교 수업을 소화하고, 과외를 받고, 학원까지 다니지만 사회에 발을 내딛을 때에는 또 새로 배워야 할 많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 세상의 변화는 전에 없이 빠르고, 그중에서도 특히 IT 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시대의 변화를 점점 가속화시키고 있다. 인쇄기와 타자기는 이제 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고, 휴대용 저장장치의 대명사였던 플로피디스크는 어느새 USB 메모리에 자리를 내어주고 ‘저장’ 명령의 아이콘으로 흔적만 남았다. 1995~1996년에 신기하기만 했던 워드·한글 등의 오피스 프로그램이 없으면 업무를 볼 수 없을만큼 필수 도구가 되었다. 100세 시대. 기대 수명이 길어지면서 우리는 예전보다 오랜 기간 동안 직업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생겼고, 새로운 업무환경에 적응하고 후속세대와 함께 협업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일상적으로 급변하는 환경은 매우 최근의 현상이다.(그런 입장에서 우리는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기에 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이전에는 지식을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것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할 만큼 일상의 변화는 드물었다. 도서관은 지식의 보고로 오랫동안 칭송받았고, 장인으로부터 비법을 전수받아 몇 대째 가업을 이어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현대의 빠른 기술 발전은 이러한 장인의 지식들을 쉽게 낡은 것으로 만들어버리고, 전에 없는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는 이제 어디에서든 스마트폰을 통해 온세상의 지식을 검색할 수 있고, 자동차 여행을 가기 전에 지도를 챙기지 않고, 송금을 위해 은행에 갈 필요가 없다. 반면에 편리한 신기술들을 활용하기 위해서 우리는 직간접적으로 배움을 요구받고 있다. 인터넷 사용법과 네비게이션 사용법을 알아야하고, 온라인 송금에 필요한 절차를 배워야한다. 미래의 신기술들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사용법을 익혀야 할 것이다.
최근에는 배움에 대한 요구가 기계로까지 확장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으로 대표되는 최신 자동화 기술들은 컴퓨터를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반복적으로 학습시킴으로써, 특정분야에 있어서만큼은 기계가 인간 수준의 판단력을 가지도록 하는 기술이다. 이러한 판단력이 기계가 가지는 다른 장점들(수많은 정보의 저장능력, 빠른 연산 속도, 24시간 접근성)과 합쳐지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애플 시리와 아마존 에코는 음성인식에서 많은 성과를 이루었고, 헬스케어와 법률 분야에서는 이미 IBM 왓슨이 맹활약을 하고 있으며, 구글 알파고는 2016년 이세돌과의 바둑 대국에서 승리하면서 매우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네이버 클로바와 삼성 빅스비 등의 인공지능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준비되고 있다. 바야흐로 학습과 배움의 시대이다.
새로운 IT 기술들이 배움을 가중시키는 것만은 아니다. 1990년대 윈도우의 대중화는 사용하기 쉬운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선보임으로써 그동안 전문가들만의 특별한 도구였던 컴퓨터를 일반 사용자에게까지 확장시켰으며, 이는 폭발적인 인터넷의 성장에 큰 바탕이 되었다. 2007년에는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통신과 컴퓨터를 통합한 진정한 개인 컴퓨터의 시대를 열었는데, 아이폰의 여러 혁신적인 기술 중에서 따로 사용법을 숙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하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는 아이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을 편리하게 만들기 위한 다양한 IT 기술의 개발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특히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인간과 컴퓨터의 관계를 훨씬 더 쉽게 만들어 줄 가능성이 높다.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미묘한 감정의 차이를 구분하면서, 인간과 기계 사이에서 깊은 교감까지도 이끌어 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배움의 시대에서 아마도 우리는 평생동안 많은 것을 끊임없이 배우게 될 것이다. 새로운 기술들을 빠르게 익힌 세대와 그렇지 못한 세대 사이에 격차가 발생해 사회적으로 분리되거나 소통이 단절되는 모습들도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는 배움의 격차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과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해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창희 UNIST 전기전자컴퓨터학부 교수 학술정보처장
<본 칼럼은 2017년 9월 5일 경상일보 18면에 ‘[경상시론]배움의 시대’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