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나라는 평창동계올림픽으로 들썩이고 있다. 특히 개막식 때 드론 1218개로 스노보드와 오륜기의 형상을 하늘에 연출한 것은 큰 화제가 됐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하는 5G가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까지 호들갑을 떠는 걸까.
혹시, 20여 년 전에 사용했던 ‘막대기폰’을 기억하는가. 이른바 제2세대 이동통신(2nd Generation)이라는 의미에서 2G라고 명명됐다. 1세대 통신(1G)이 ‘벽돌폰’으로 통하던 음성 통화 중심의 아날로그 이동통신이었다면, 2G는 GSM이나 CDMA와 같은 디지털 기술로 통화 품질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고 SMS와 같은 문자메시지가 가능해진 2세대 이동통신을 말한다. 2세대 통신은 1세대 통신에 비해 수용 능력도 10배로 늘어나고 단말기의 크기도 기존 1G보다 1/8 수준으로 소형화가 이루어졌다.2000년대 초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선보인 3세대 이동통신(3G) 기술은 기존 2G에 비해 10배 가까이 빠르게 데이터 전송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간단한 인터넷 서핑이나 사진 동영상과 같은 멀티미디어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고 처음으로 ‘영상통화’가 가능해졌다.
3G보다 10배 가까이 속도가 빨라진 4세대 이동통신기술은 동양권에서는 숫자 ‘4’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 4G 대신에 Long Term Evolution을 축약해서 LTE라고 부르고 있다. 4세대 이동통신 기술에 해당하는 LTE는 2011년 상용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LTE는 빠른 데이터 송수신 기술을 바탕으로 ‘앱’의 성능과 카메라의 해상도 등을 향상했다. 실시간으로 많은 정보를 주고받아야 하는 자율주행 분야나 가상현실(VR)과 같은 빠른 데이터 송수신이 필요한 분야의 발전과 맞물려 통신사들은 이제 ‘5G’ 기술의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전화기 충전 문제가 고민이 된다. 20여 년 전 2G 이동통신시절에는 한 번 충전으로 일주일씩 전화기를 썼다. 3G 이후 데이터통신이 가능해지면서 전화기의 용도가 음성을 주고받는 기능에서 문자메시지나 인터넷 검색 등과 같은 데이터를 주고받는 역할이 커지면서 한 개의 단말기를 가동시키는 시간이 많아졌고 배터리 용량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는 날로 증대하고 있다.
데이터통신 속도가 3G에서 LTE로 업그레이드되면서 10배 가까이 빨라졌다고 하는 것은 주어진 시간 동안 10배로 많은 정보를 주고받는다는 말이다. 똑같이 주어진 시간 동안 배터리 전력을 10배로 많이 사용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요즘은 스마트폰을 아침에 완충해도 오후에 다시 충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현재의 LTE보다도 10배 정도 빠른 5G 기술은 기존에 10초에 걸쳐 보내던 동영상을 이제 1초 만에 보낼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같은 화질이면 10초동안 10장의 동영상을 보내거나, 동영상의 화질을 다시 10배 좋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에 결국에는 배터리를 10배 더 빠르게 소진하게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물론 배터리의 용량을 높이는 방법이 있는데, 지금 쓰는 배터리 10개를 연결해서 쓴다면 스마트폰의 크기가 커져 버리는 문제가 있다. 배터리 크기를 유지하면서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연구도 한창이지만 이미 ‘리튬’ 원소를 쓰고 있는 만큼 에너지 밀도가 획기적으로 늘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배터리 용량을 높이려는 노력과 함께 불편함 없이 자주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의 도입이 필요해졌다. 예를 들면 자동차나 택시를 탔을 때 콘솔박스에 올려놓거나, 식당 테이블에 올려 놓기만 해도 충전이 돼야 한다. 더 나아가서는 도시철도 내부와 같은 특정구역에 들어서면 주머니에서 전화기를 꺼내지 않아도 자동 충전이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이것은 바로 ‘무선전력 전송’이라는 기술로 가능하다. 자주 충전하는 것으로 패러다임이 변해야만 5G 기술도 우리 실생활에서 불편 없이 더 빠른 데이터 전송으로 많은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다. 필자는 이미 2009년도부터 무선전력 전송 기술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머지않은 가까운 미래에 사용자가 인지하지 않는 동안에 충전이 가능하도록 기술을 발전시켜 나갈 것을 기대해본다.
변영재 UNIST 전기전자컴퓨터 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8년 2월 20일 국제신문 30면에 ‘[과학에세이] 5G가 뭐길래?’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