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이 지난 3월 14일 7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호킹의 자녀들은 그의 임종을 알리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랑하는 아버지가 오늘 눈을 감았다. 아버지는 위대한 과학자이자 특별한 사람이었다. 그의 업적과 유산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그는 이 시대의 가장 뛰어난 물리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기억에 남는 것은 아마도 불굴의 의지와 따뜻한 인간애일 것이다.
그는 1942년 1월 8일 영국 옥스퍼드에서 태어났다. 1959년 옥스퍼드 대학에 입학했고, 1965년에 케임브리지 대학원에 진학한 후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74년 32세에 영국 학술원의 최연소 연구원이, 1977년에는 케임브리지 대학의 중력물리학 정교수로 임명됐다. 1979년부터 2009년까지 뉴턴의 뒤를 이어 케임브리지 대학 루커스 수학 석좌 교수로 재임했다. 그는 영국왕립천문학회의 에딩턴 메달과 미국 물리학회의 대니 하이네먼 상을 비롯해 많은 상을 수상했다.
그는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계보를 잇는 뛰어난 물리학자로 평가된다. 그는 우주론과 양자중력 분야에서 뛰어난 학문적인 업적을 남겼다. 로저 펜로즈와 함께 일반 상대론적 특이점에 대한 정리를 증명했고, 블랙홀이 열복사를 방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는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과, 현대 물리학인 미시 세계를 설명하는 양자역학을 결합한 최초의 물리학자 중의 한 사람이다. 상대성 이론과 양자 역학을 바탕으로 우주의 생성과 운영 원리를 설명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중요한 업적으로 그는 ‘우주의 대가’라고 불려진다.
그의 이러한 학문적인 뛰어난 업적보다도 더 존경받아야 할 것은 아마도 그의 포기하지 않는 인간 승리 정신일 것이다. 1962년 케임브리지 대학원에 입학한 그는 중동 여행 뒤 전신 근육이 서서히 마비되는 근위축성 측색경화증(루게릭병)이 발병해 1~2년 밖에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이 진단은 맞지 않았지만 그는 루게릭병으로 손발을 움직일 수 없게 됐다. 특히 1985년 폐렴을 앓은 후 기관지 절개 수술까지 받아 가슴에 꽂은 파이프를 통해 호흡했고, 휠체어에 부착된 고성능 음성합성기를 통해 의사소통을 했다. 그러나 그는 신체 중에서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손가락 두 개로 컴퓨터를 작동시켜 강의도 하고, 글을 받아쓰고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는 일반인들을 위해 우주의 역사와 시공간의 개념을 쉽게 풀이한 대중 과학서「시간의 역사」를 펴냈는데, 이 책은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1,000만권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로 기록됐다. 또 2000년에는「호두껍질 속의 우주」를 출판했는데 이 책은 2002년 세계적 과학 저술상인 ‘아벤티스 과학서적상’을 수상했다. 그는 이 책에서 “우주의 역사가 인간과 같은 지적 존재를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매끄럽지 않고 호두껍질처럼 약간 울퉁불퉁한 표면의 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멀지 않은 미래에 인류에게 다가올 수 있는 거대한 위협에 대해 예언·경고했다. 소행성 충돌을 비롯해 인공지능(AI)과 기후변화, 핵전쟁, 변종 바이러스 등의 위험을 예고했다. 기후변화, 특히 온난화는 되돌릴 수 없는 시점에 매우 가까이 와 있음에도 미국이 파리 기후협약 탈퇴를 결정한 것에 대해 걱정하기도 했다. 이 시대 최고의 과학적 지성으로서 지구와 인간에 대한 진심어린 고민과 사랑의 표현일 것이다.
그는 “인생은 아무리 나빠 보여도 살아있는 한 누구나 희망이 있고 또 성공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 “고개를 들어 별도 보라. 당신의 발만 내려다보지 말고”, “내가 우주에 대한 인류의 지식에 무언가를 보탰다면, 나는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와 같은 수많은 명언을 남겼는데 대부분 불굴의 정신과 샘솟는 희망, 인간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것이라 생각된다. 21세기의 아주 특별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루게릭병이라는 시한부 인생 속에서도 일생동안 최선을 다한 물리학자로 오래도록 우리의 가슴에 남을 것이다.
민병주 UNIST 기계항공·원자력공학부 초빙교수
<본 칼럼은 2018년 3월 23일 울산매일신문 19면에 ‘[시론 칼럼] 위대한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