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울산의 대기질을 연구하면서 요즘처럼 무기력하기는 처음이다. 몇주째 계속되는 폭염으로 울산의 미세먼지와 오존 수치가 전국 최고를 기록한 날이 많았다. 환경문제와 관련해 울산에서는 남 탓할 수 없다. “내 탓이오”가 맞는 말이다. 미세먼지를 연구하며 나름 전문가로 불리지만, 당장 실효성있는 대응을 못하니 실생활에서는 일반인과 다를 바 없다. 이렇게 더운 날에도 미세먼지 때문에 창문 여는 게 망설여지고, 숨 막힐 듯 더운 날에 유치원생 아들에게 마스크를 씌우는 게 좋은지 잘 모르겠다.
미세먼지 고농도 현상의 원인규명과 대책마련을 위한 충분한 연구도 아직 요원하다. 미세먼지는 1~2년 단기 연구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과 연구지원으로는 부족하다. 울산시의 연구역량을 모두 모아 지역 대기오염 현상을 충분히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효성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울산시의 대기환경 연구개발(R&D) 역량을 단기간에 대폭 향상시키려면 산하기관(보건환경연구원, 울산발전연구원)에 대기환경을 전공한 고급 인력과 분석 장비를 집중 지원해야 한다.
최근 중국의 영향없이도 유독 미세먼지 농도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날이 반복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직접적인 먼지 배출이 아닌 대기 중 광화학반응에 의한 2차 생성에 주목해야 한다. 우선 대표적인 전구물질로 알려진 질소산화물과 휘발성유기화합물의 배출을 저감해야 한다. 특히 울산은 산업단지에서 배출되는 휘발성유기화합물 배출량이 전국 최고 수준이라, 미세먼지 2차 생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휘발성유기화합물 배출을 저감해야 한다. 다행히 울산시는 환경부와 함께 8월 말까지 배출사업장에 대한 특별단속을 실시하고 배출총량제를 추진할 예정이다.
배출총량제의 기본전제는 정확한 배출량 산정이다. 측정분석에 기반해 배출량을 산정하는 게 가장 정확하지만, 실제로는 화학물질이나 원료 사용량, 배출계수, 제거율 등 측정결과가 아닌 기존 자료로만 배출량을 계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방법은 신뢰성이 낮을 수밖에 없으므로, 근본적 개선책이 필요하다. 산업체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와 전구물질을 제거하는 기술은 많이 개발됐고, 현재 울산시도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함께 미세먼지 고효율 저감 기술을 개발 중이다. 그러나 신기술이 실제 산업현장에 적용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이미 검증된 기술을 사업장에 우선 적용하고 굴뚝뿐 아니라 배관, 저장탱크, 펌프 등에서 누출되는 휘발성유기오염물질을 저감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배출원이 아닌 환경대기 중 미세먼지를 공학적으로 제거하는 건 ‘계란으로 바위 깨기’보다 무모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살수차 운영이 가장 현실적으로 보이지만,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대형 공기청정기, 대형 선풍기, 인공강우도 고려할 수 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공단 주변을 울창한 숲으로 만들고, 광촉매를 대형건물 외벽에 칠하는 등 무모한 도전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해 보면 좋겠다. 이런 과정에서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성과가 나올 수도 있다.
민관산학이 각자 알아서 평소대로 대기환경 문제에 대응할 때가 아니다.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협조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연구력이 검증되고 열정이 가득한 전문가 중의 전문가를 소집해야 한다. 실무자 차원에서 자주 만나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고, 현장에서 함께 측정분석하고, 모여서 공부하는 유기체를 만들어야 한다. 대기환경 연구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울산에서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스스로 대기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대대적인 언론홍보를 통해 미세먼지 탈출 아이디어 공모전이라도 하면 좋겠다.
최성득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8년 8월 1일 경상일보 19면에 ‘[특별기고]울산 미세먼지? 내 탓이오!’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