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정책은 원자력 발전소를 더 이상 사용하지 말자는 정책을 말한다. 지난 대선에서 탈원전 정책을 공약한 문재인 정부는 집권 이후 신고리원자력발전소 5․6호기의 공사를 3개월 간 일시 중단하고, 시민 배심원단들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가 공사의 중단 혹은 재개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1,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한수원 노조 등 원자력업계의 반발이 일어나는 등 논란이 발생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 하에서 지난해 연말(2017.12.29.)에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 위원장이 임명됐다. 임명된 위원장은 원자력핵공학과를 졸업했지만 그의 경력은 원자력 안전 분야와는 거리가 멀었다. 더구나 그는 신고리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건설 재개를 반대하는 탈원전 전문가로 참여하기도 했다. 현 정부가 그런 인물을 원안위 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은 원안위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 뿐 아니라 새로운 위원장이 임명되면서 원안위의 비상임 위원 4명이 과거에 원자력 관련 연구과제 참여 등의 이유로 물러났다. 위원장 자신도 과거에 원자력 이용자의 사업에 참여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자격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는 지난 10월 12일 국회에서 처음 의혹을 받았을 때 “결격사유 여부와 관련해 감사원의 감사를 받겠다”고 답했는데, 그 후 그는 국정감사 출석을 앞두고 갑자기 사퇴했다. 그의 이러한 행동은 공직자로서 국민에 대한 책임과 의무는 안중에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원안위 위원 4명(상임감사 포함)은 민변 회장 출신의 변호사, 중어중문학 전공의 환경운동가, 화학공학 전공의 대학교수, 사회복지학 전공의 공무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김호철 위원은 월성1호기 계속운전 반대 소송의 대리인으로 활동했었는데 올해 초 원안위 위원으로 위촉되면서 소송대리인을 그만뒀다. 원자력 안전위원회는 원자력 진흥과 관련된 활동에 참여한 사람은 안전위원이 될 수 없다는 자격요건이 있다. 이것은 원자력 관련 산업체의 이익이나 원자력 진흥을 일방적으로 대변함으로써 원자력 안전을 방해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탈핵이나 반핵운동가도 참여하지 않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안전에 문제가 되는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평소의 신념에 따라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안위의 위원으로 참여하는 사람은 원자력 안전에 대한 전문가로서 찬핵, 반핵론자가 아니며, 중립적이고 사실관계에 근거해 판단하고 발언할 수 있는 전문가여야 한다. 또 원자력 안전을 위해 원안위 위원은 합리적인 사고방식과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각의 소유자라면 더 좋을 것이다.
지난해 완공된 신고리 4호기는 그 성능이 기술 기준에 적합하다는 심사·검사 결과를 지난 10월 24일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에서 확인했고, 전체회의에서 운영허가가 논의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재 원안위는 사무처장(위원장 직무대행)과 비상임위원 3인만 남아있어 의결정족수인 5인도 채우지 못하고 있어서 5조원이 투입된 최첨단 원전인 신고리 4호기는 완공된 지 1년 넘도록 운영허가를 받지 못해 하루 약 20억원의 손실을 발생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정부는 차관급에 해당하는 원안위 위원장이 3년 임기 중 1년도 채우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위원장의 사직서를 급하게 수리했다. 원안위의 현 상황은 공직자의 책임과 의무가 얼마나 중요한 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원자력 분야의 안전을 책임지는 원안위 위원장은 전문적인 지식은 물론 공직자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공공 생활의 표준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곳으로 알려진 놀란위원회(The Nolan Committee)는 훌륭한 공직자의 조건으로 공평무사, 청렴성, 객관성, 책임성, 개방성, 정직성, 지도력 등 7개의 원칙을 제시했다. 인사는 만사의 기본이며, 성공하는 정권이 되는 출발점이 된다. 이번 일을 교훈으로 삼아 앞으로는 공직자에 대한 공평무사한 인사가 이뤄지길 바란다.
민병주UNIST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초빙교수
<본 칼럼은 2018년 11월 8일 울산매일신문 18면에 ‘[현장소리 칼럼] 공평무사한 공직자의 인사를 바라며’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