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대 대학원 지원자 수가 입학 정원에 미달하는 등 이공계 대학원의 위기가 자주 거론되고 있다. 서울대가 이 정도이므로 이미 다른 대학은 오래전부터 대학원생 모집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 왔다. 특히, 지방에서는 장학금 혜택이 많은 UNIST와 같은 과학기술원을 제외하면 상당수 대학이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외국인을 많이 뽑기도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공계가 취업에 유리하다고 알려지면서 ‘이공계 기피현상’이 사라진 것 같았다. 이공계 대학원을 졸업하면 정부출연연구소와 대기업 등에 취업하기 유리하지만, 이제는 취업난이 심해지다 보니 우수한 대학생이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고 바로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공계 대학원 기피현상 이전에 주목할 것이 있다. 바로 대학생의 ‘전공 쏠림 현상’이다. 특정 학과가 취업에 유리하다고 알려지다 보니 상위권 학생이 특정 학과로 몰린다. 과학기술원에서는 학생이 자유전공으로 입학하여 본인의 진로에 대해서 고민하고 2학년에 올라가면서 전공을 선택한다. 그 후에도 다른 전공으로 얼마든지 변경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대학에 입학해서 1~2년 고민을 해도 꽤 많은 학생은 본인의 적성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다(솔직히, 필자도 적성에 맞는 전공을 택한 것인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결국, 학생은 취업이 잘 된다고 소문이 났거나 언론에 많이 노출되는 전공을 택한다. 특히, ‘전화기’라고 불리는 전기·전자공학, 화학공학, 기계공학이 최고의 인기 학과로 꼽힌다.
특정 전공의 대학생 감소는 대학원 모집과 직결되고 해당 학문의 지속적인 발전에 큰 저해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금은 건설(토목)공학을 선택하는 학생이 급감했으나, 이 전공은 사회기반시설과 관련되므로 꾸준한 수요가 있으며 연구개발이 필수적이다. 지금 당장은 학생의 외면을 받고 있지만, 건설 관련 민간기업, 공기업, 정부기관이 상당히 많이 있어서 취업기회가 많은 편이다. 연구에 뜻이 있는 학생이라면 대학원까지 졸업하고 박사 후 연구원 경력도 쌓다 보면 대학입학 후 10년 이후에 취업하는데, 지금 인기 있는 분야가 머지않은 미래(20~30년 후)에도 전망이 좋을지 모르겠다. 지금은 비인기 학과지만 상대적으로 경쟁이 적고, 사회적 수요가 많으며, 본인이 노력하는 만큼 성과가 나와서 좋은 곳에 취업할 수 있는 전공이라면 진학을 고려해볼 만하다.
연구에 관심이 있는 이공계 상위권 학생과 학부모께 전공 선택에 관해서 다음과 같은 조언을 드리고 싶다. 첫째, 전공 이름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학과 이름이 화려할수록 이상한 학과일 가능성이 크다. 해당 전공이 어떤 역사를 가지고 발전해 왔는지 파악해야 한다. 알고 봤더니 그냥 OO과였더라는 얘기를 심심치 않게 들었다. 둘째, 주요 학과와 연구실 홈페이지에 방문해서 해당 전공 교수와 대학원생의 학부/대학원 전공은 무엇이었는지, 대학원 졸업생이 어떤 경력을 갖고 어디에 취업했는지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필자의 연구실 대학원생 학부 전공은 생물학, 지구과학, 화학, 화학공학, 환경공학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학부 전공과 대학원 전공이 다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셋째, 대학 입학 후 전공을 변경하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다. 학교별로 다르지만, 복수전공, 부전공, 전과 제도 등이 있고, 대학원에 진학할 때도 전공 변경이 수월하다.
마지막으로, 안정된 직장에서 수준 있는 업무를 담당하고 싶으면 대학원 진학을 권장한다. 이공계 대학원 생활이 결코 쉽지 않지만, 상위권 이공계 대학원에서는 학비와 생활비 부담이 적은 편이다. 특히, 과학기술원에서는 등록금이 면제되고, 기숙사에 전원 입사 가능하며, 생활비 지급이 보장되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 없이 학업에 매진할 수 있다. 좋은 연구 환경에서 꾸준히 연구실적을 쌓으면 취업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최성득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8년 12월 21일 경상일보 18면에 ‘[경상시론]이공계 대학원 기피와 전공 쏠림 현상’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