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가 개교한 2009년 3월에 부임해서 이제 울산에서 만 10년을 살았다. 울산에 오기 전에는 대부분의 외지인과 마찬가지로 울산에 대한 인상이 별로 좋지 않았다. 과거 울산하면 떠오르는 것은 노사분규와 환경오염이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환경을 전공하면서 대표적인 공해 도시의 사례로 항상 언급되는 곳이 울산이었다. 환경을 연구하기는 최적의 도시이지만 가족과 함께 정착하고 싶은 도시는 아니었다. 대학원 동기가 울산에 있는 대기업에 취업했을 때도 선뜻 축하해 주기보다는 안쓰러운 마음이 앞섰다. 이런 내가 울산에서 10년 넘게 살게 될 줄은 몰랐다.
막상 울산에서 살아보니 평상시에는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는 살기 좋은 곳이다. 공단 인근을 제외하면 환경오염도 예상했던 것보다 덜 심각하다. 산, 강, 바다 등 천혜의 관광자원을 가진 도시이기도 하다. UNIST 캠퍼스에서 근무하다 보면 전원생활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어서 바쁜 일상에 위안이 된다. KTX와 부산울산고속도로 개통 이후에 교통 여건도 상당히 좋아졌다. 수도권과 비교해서는 문화생활을 즐기는 데 한계가 있지만 나름대로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사실, 연구자로서 즐길 수 있는 시간 여유가 별로 없기도 하다.
그러나 시내 교통과 공단 주변 환경문제에 관해서는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다. 울산 시내, 대왕암, 간절곶 등에 방문할 때 교통이 다소 불편하고, 석유화학공단을 지날 때면 항상 불쾌한 냄새를 맡게 된다. 크고 작은 화학사고도 빈번히 발생하다 보니 안전문제도 걱정이다. 80~90년대보다 환경이 크게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에는 환경 문제가 크게 개선된 것 같지 않다. 오히려 최근 몇 년 동안 미세먼지 고농도 사례가 증가하면서 체감 환경은 더 나빠졌다. 울산시의 가장 큰 치적 중의 하나인 태화강을 생태 하천으로 탈바꿈시키고 각종 경관을 개선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태화강물을 직접 마시지 않는 한 태화강과 시민 건강은 별로 상관이 없다. 이제는 눈에 보이는 환경문제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전 국민이 미세먼지에 관심을 두고 불편을 호소하고 있지만, 미세먼지에 함유된 눈에 보이지 않는 극미량 독성물질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다. 독성물질 중에서 휘발성이 있는 물질은 미세먼지 농도가 낮은 날에도 공기 중에 존재한다. 인체 유해성 차원에서는 눈에 보이고 냄새를 맡을 수 있는 환경오염은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농도도 아주 낮아서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몸에 축적되는 독성오염물질이 위험하다. 이런 물질 중에서 대기환경기준과 배출기준이 마련돼 법으로 규제되는 물질은 극소수다. 법적 기준이 있는 소수의 오염물질에 대해서 기준을 충족한다고 만족하거나 안심할 수는 없다. 특히, 울산은 단위면적당 유해화학물질 사용량과 배출량이 전국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관련 내용 바로가기)
울산시에서 큰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대기환경 현안들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대기오염의 주요 배출원이 기업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항상 그래왔듯이 미래 먹거리와 경제 살리기가 우선인 상황에서 환경문제를 강하게 제기하기는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수년째 조선과 자동차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인데 이 업종에서 사용하는 다량의 페인트에서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배출되어 대기 중에서 2차 미세먼지로 생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면, 기업 발목을 잡는 거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 연구자로서 울산시와 기업체에 계속 쓴소리를 해야 할 듯하다. 그것이 환경전공 교수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10년 동안 UNIST에서 울산의 환경 모니터링 연구기반을 다졌으므로, 새로운 10년 동안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자명하다.
최성득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9년 1월 10일 경상일보 18면 ‘[경상시론]울산에서의 10년과 앞으로의 10년’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