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카카오 카풀에 대해 택시업계가 강력하게 반발하여 파업을 한 바 있다. 카풀은 자차운전자가 출퇴근 시간에 목적지가 비슷한 사람끼리 동승하여 서로의 비용을 줄이는 승차공유 서비스를 말한다. 승차공유는 미국의 우버(Uber)가 그 원조다. 몇 년 전 한국시장 진출하려다 논란 끝에 철수한 바 있는 우버는 에어비앤비(airbnb)라는 숙박공유업체와 함께 ‘공유경제’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차 한 대 없이 시작한 우버는 시장가치가 이미 GM을 훨씬 추월하고 숙박공유업체인 에어비앤비도 호텔건물 하나 없이 시총이 힐튼호텔을 넘어섰다. 이는 최근 공유경제로 인한 ‘산업구조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이번 카풀사태를 보면 우리나라의 공유경제는 아직 갈 길이 험한 것 같아 보인다.
공유경제란 개인소유의 물건이나 서비스를 타인과 공유해 쓰는 ‘협력소비’의 개념으로 시작됐다. 즉 자신이 필요한 만큼 쓰고 남는 부분을 타인이 소비해 자원의 낭비를 방지하는 ‘가치소비’가 주목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익도 극대화 하는 비즈니스모델로 변질돼가고 있다. 이런 이윤창출형 공유경제 모델이 기존 시장과 충돌을 일으키자, 우버는 자동차 트럭 헬기 등 ‘이동수단(모빌리티) 서비스’로, 에어비앤비는 단순 숙박중계가 아닌 고급호텔급 서비스 등으로 다각화 해가며 활로를 찾고 있다.
원래 ‘나눔의 경제’인 공유경제는 소유에 대한 욕망으로 초래되는 자본주의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취지였다. 심화되는 빈부격차, 한쪽에서는 식량이 남아돌고, 또 한쪽에서는 기아(飢餓)로 아이들이 죽어가는 부조리를 ‘공유’라는 개념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자 한 것이다.
최근에 이슈가 된 카풀도 출퇴근 시간과 방향이 비슷한 사람이 카풀을 해서, 자원이 절약되고 교통체증이 줄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 그러나 공유경제가 이윤창출을 주목적으로 ‘산업화’ 되면 또 다른 양극화가 생겨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유경제는 세계적으로, 숙박 공간뿐만 아니라 금융, 인력중개, 교육 등 거의 모든 분야로 번지고 있다. 이는 블록체인, 인공지능 등 4차산업혁명이 진행됨에 따라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승차공유만 해도 미국, 유럽은 물론 중국도 공유자전거회사인 모바이크(Mobike), 공유자동차회사인 디디추싱(滴滴出行) 등이 대중화 돼있어 우리보다 이미 앞서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도 피할 수 없는 미래에 현명하게 대처해야 하다. 100여 년전 자동차택시가 출현했을 때 마차를 모는 마부들도 파업했다. 마부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자동차 보급을 중지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마차는 택시로 변했고, 그리고 택시는 앞으로 자율주행과 결합하여 로보택시 단계로 들어갈 것이다. 이럴 때 마부가 남보다 먼저 택시기사가 되고, 택시기사가 로보택시를 운영한다면 많은 돈을 벌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단순치 않다. 당장 생계가 위협받고 또한 신기술을 따라 잡는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앞으로 공유경제가 커짐에 따라 기존 시장과의 이러한 갈등은 더 심각해 질 것이다. 그러나 사회가 이러한 변화를 거부할 때 우리나라는 시대의 낙오자가 된다.
그래서 공유경제와 기존산업과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공유경제는 ‘공유’라는 사회적 가치창출에 중점을 두고, 사회는 기술혁신에 부지런히 적응해야 한다. 정부는 사회가 기술을 따라잡도록, 단기적으로는 기존산업의 피해를 보전하고 장기적으로는 재교육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기술과 사회는 서로 영향을 주며 공진화(供進化)한다. 새해에는 우리사회가 밀려오는 신기술을 과감하게 수용해 가며 함께 진화해야한다. 더 이상 과학기술의 발전이 사회·제도에 밀려서는 안 되겠다.
정구열 UNIST 산학융합캠퍼스 단장
<본 칼럼은 2019년 1월 15일 경상일보 19면 ‘[정구열칼럼]카풀사태와 공유경제의 도전’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