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성을 부리던 미세먼지가 조금 잠잠해졌다. 구름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이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다. 스마트폰에서 끊임없이 울리던 미세먼지 고농도 알람도 쉬는 중이다. 그러나 최근 기상청 발표에 의하면, 황사 발원지에 비가 적게 내려 이번 봄에 황사가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황사와 미세먼지가동시에 국내로 유입되면 이번 봄에는 어느 때보다 미세먼지에 많이 시달릴 것 같아서 걱정이 앞선다.
정부는 한 달 전인 2월15일부터 ‘미세먼지 특별법’을 시행하여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이행하고 있다. 3월13일에는 국회 본회의에서 ‘재난 및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미세먼지가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되었다. 정치권에서도 매우 심각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음이 분명하다.
하루 뒤인 3월14일, 울산시는 ‘울산지역 미세먼지 관리 종합 대책’을 통해 2022년까지 미세먼지 배출량을 40% 이상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온갖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지금 당장 미세먼지를 해결하라는 전 국민적 요구가 있는 상황에서 행정당국이 미세먼지와 총력전을 벌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에서 다양한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마련할 때 전문가와 충분히 상의한 것인지 의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당수 저감 대책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있다. 개별 저감 대책이 미세먼지 농도를 각각 얼마만큼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 미세먼지 농도가 대폭 낮아지더라도 왜 낮아졌는지 잘 모를 수밖에 없다.
미세먼지는 일종의 만성질환이다. 산업화를 거치며 폭발적으로 증가한 화석연료 사용 등으로 인해 미세먼지 문제는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는 장기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중국발 미세먼지 유입, 대기 정체, 여름철 광화학 반응 등으로 갑작스럽게 고농도 사례가 발생하는 경우는 급성질환에 해당한다. 이 경우에 정부와 울산시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한다. 그러나 이미 미세먼지가 고농도인 상태에서 저감조치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울산의 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을 가장 먼저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답답하다. 어떤 증상이 나타나면 그 원인을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현재 상황은 어디가 아픈지 왜 아픈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온갖 약을 한꺼번에 처방하는 것과 비슷하다. 단기간에 병세를 호전시킬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진단과 치료와는 거리가 멀다. 울산시 미세먼지를 저감하기 위해서는 산업단지와 선박에서의 미세먼지 1차 배출과 2차 생성을 저감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안은 정교한 연구결과에 근거하기보다는 불확실성이 많은 배출량 자료와 전공 상식에 의한 것이다.
울산의 미세먼지 오염특성에 대해서 학술적으로 밝혀진 것이 별로 없다. 실시간 중량 농도의 시공간적 변화 외에는 충분한 자료가 없다.
산업단지에서 배출된 미세먼지 안에는 다양한 독성물질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중금속과 다환방향족탄화수소 외에 어떤 독성물질이 있는지 연구 사례가 거의 없다. 굴뚝을 제외한 오염원에서 미세먼지가 얼마나 배출되는지도 잘 모른다. 대부분 실측값이 아니라 문헌 조사를 통한 추정값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산업단지와 자동차에서 배출된 기체 오염물질이 대기 중에서 미세먼지로 변환된 양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울산에서 그 양이 어느 정도인지 아무도 모른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최성득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9년 3월 18일 경상일보 18면 ‘[경상시론]울산 미세먼지,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다’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