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는 지금 KTX 열차를 타고 서울에서 울산으로 내려가는 중이다. KTX 열차 안에서 왕복 네 시간 이상 노트북 컴퓨터로 온갖 업무를 한다. 잦은 출장으로 인해 주어진 시간에 여러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회의가 어중간한 시간에 시작하거나 끝나면 서울에서 식사할 시간이 없다. 이때는 간단히 김밥이나 햄버거를 먹거나 도시락을 사서 열차 안에서 한 끼를 해결한다. 2013년 부교수로 승진한 이후로 특실 단독석을 선호하는 이유다.
2010년 11월 울산에 KTX가 개통되기 전에는 서울 출장을 가기 위해서 울산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김포공항에서 내려서 지하철을 타고 서울 시내로 갔다. UNIST에 부임하고 2년 정도 서울에는 비행기를 타고 다녔고, 다른 지역에 가기 위해서는 직접 운전을 했다. 귀국하고 나서 가장 활발하게 학술 행사에 참여할 때였는데 여간 고된 것이 아니었다. 서울 당일 출장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하루 숙박을 하는 것도 다반사였다. 폭우나 강풍으로 비행기가 결항이 되면 여간 난처한 것이 아니었다. 이러한 어려움을 알기 때문에 예전에는 회의 참석을 요청한 기관 담당자와 다른 참석자들이 ‘멀리서 오셨다’라며 반색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KTX 덕에 많은 사람이 서울 출장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다. 회의에 참석하기 싫으면 교통편이 여의치 않다고 거절이라도 하면 좋겠는데 이제 교통편은 변명거리가 될 수 없다. 그래서 확실히 예전보다 서울 출장이 늘었다. KTX 울산역이 UNIST 근처에 있어서 다행이지만 당일 출장이 많아서 더 피곤하다. 회의 장소가 서울역이면 좋겠는데, 서울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오전 일찍 회의를 시작하기도 한다. 이럴 때는 집에서 새벽에 나서야 한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많이 사라졌다.
서울 출장을 가는 이유는 과제 착수·중간·최종 보고회, 타 과제 평가·자문회의, 워크숍, 학술대회, 초청 세미나 발표, 각종 국가기관 자문회의 등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국가 연구과제를 수행할 때는 감독 공무원과 연구자가 착수, 중간, 최종보고회 참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 외의 각종 회의는 굳이 대면 회의가 필요 없는 경우도 많다. 특히, 일방적인 발표 후에 여러 분야별 자문위원들이 돌아가면서 짧게 의견을 제시하는 회의에는 되도록 참석하지 않으려고 한다. 의견을 충분히 개진할 시간도 없고, 심도 있는 토의도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경우에는 서면 자문서를 전달해도 충분하다. 한편, 회의 주제가 지엽적이거나 실무차원의 회의라면 연구 책임자가 아닌 실무자들만 만나서 협의하는 것이 더 낫다.
5G 인터넷 상용화가 막 시작한 시점에서 앞으로 온라인 화상회의가 더욱 주목을 받을 것 같다. 외국계 기업 등에서는 이미 화상회의를 많이 하며, 세종시에 정부종합청사가 생기면서 정부 차원에서도 화상회의 필요성이 높다. 대학에서는 외국에 있는 지원자 면접을 종종 화상으로 진행한다. 화상회의를 위해서 일반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스카이프나 구글 행아웃을 사용할 수 있으며, 이 외에도 다양한 상업용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필자가 11년째 대학에 재직하면서 연구 목적의 화상회의를 진행한 적은 다섯 번도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와 같은 IT 강국에서 연구 관련 화상회의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와이파이 인터넷 접속 환경에 따라서 영상 통화 품질이 낮은 경우가 많고, 직접 눈을 마주치고 표정을 살피며 소통하는 것에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아주 민감한 이야기를 온라인으로 나누기도 부적절하다. 앞으로 무선 통신기술이 더 발달하여 5G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더욱 실감 나는 화상회의가 기대된다. 출장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그 시간에 연구에 집중하는 그런 시대가 빨리 오면 좋겠다.
최성득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9년 4월 17일 경상일보 18면 ‘[경상시론]5G 시대, 출장이 줄었으면’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