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6월 19일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용 원자력발전소 (이하 원전)인 고리 1호기가 38여년의 운영을 끝으로 퇴역한 후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19년 4월 15일 우리나라 원자력의 패러다임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울산과 부산이 공동으로 원전해체연구소를 유치함으로서 원전의 건설, 가동 및 운영, 그리고 해체에 이르기까지 원자력의 전주기를 망라하게 된 것이다. 최고의 원전 밀집도와 최대의 산업시설을 보유한 울산이 원자력 주기의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는 원전해체의 산업적 활성화를 위해 국가 및 지역 사회와 함께 헤쳐가야 할 사명을 부여받았다.
원전해체는 원전 건설과는 달리 해체가 완료되기까지 소요기간이 10~15년 이상으로 매우 긴 편이다. 원전은 규모가 방대할 뿐만 아니라 수 십년 동안 가동하면서 방사성 물질이 원전 설비, 시설 또는 부지에 스며들 수 있어 안전을 우선으로 철거해야 한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전문기관에 따르면 원전해체에 필요한 핵심기술 38개 및 실용화 기술 58개를 포함한 96개 기술 중에서 미확보 기술이 각각 10개 및 17개 등 27개로서 현재 우리나라가 가진 원전해체 기술은 선진국의 80% 정도로 평가되고 있다.
1960년대 초기에 건설한 연구용원자로 1․2호기, 1980년대 건설한 우라늄변환시설과 같은 원자력시설의 해체 활동을 통해 소규모 시설에 대한 해체 기술을 확보하여 왔으며 원전을 운영하는 동안 증기발생기와 같은 대형 설비의 교체 경험을 통해 원전해체에 대한 현장 기반 기술을 축적해 왔다. 미확보 기술은 유관 산학연의 연구개발 활동을 통해 구축하고 또한 원전해체 경험 선진국들과의 국제 협력을 통해 상업용 원전해체에 대한 기술을 마련할 것이다. 2021년까지 원전해체연구소가 지어지고 나면 원전해체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들이 이곳에서 실증이 되고 해체현장에서 사용할 준비를 하게 된다.
원전 1기를 해체하는데에는 7,500억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한다. 10년 후 10조원에 달하는 국내 원전해체 시장과 세계적으로도 440조원에 육박하는 해체 수요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원전해체연구소의 우리나라 원전해체 산업기술의 태동과 활성화를 위한 견인 역할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원전해체 기술의 역량을 보유한 중소중견 대기업의 해체산업으로의 진출은 지역 경제를 성장시키고 해체기술의 국산화 및 수출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차제에 울산은 원전해체연구소의 성공적인 유치를 발판으로 기업의 원전해체 산업 진입을 위한 요소들을 면밀히 파악해 경쟁력을 갖춘 원전해체산업의 발전을 주도해야 할 것이다.
원전해체 기술 국산화와 함께 세계 해체시장 진출에 나서려면 적기의 기술 뿐만 아니라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원전해체 기술 인력의 양성이 필수적이다. 울산은 이미 유니스트, KINGS, 울산대 그리고 원전 해체 기업 등 해체 연구 및 산업 인력 양성 환경의 준비가 돼 있다. 더불어 고리 1호기 해체 경험을 체계화하면 향후 국내 원전해체 시장을 주도하면서 세계적으로 160개가 넘는 영구정지 원전의 해체시장 진입 기반 구축도 충분히 가능하다. 1978년 턴키 방식으로 원전을 도입한지 30여년 후 원전 수출에 이르렀듯이 말이다.
원전해체는 영구정지한 원전을 경제적이고도 안전하게 처리해 환경을 녹지로 복원하는 일련의 과정으로서 원전의 특성, 나라별 여건에 따라 적합한 기술을 적용해 수행된다. 자원이 많지 않고 원전 근거리에 거주 환경이 있는 우리로서는 원전해체 방사성폐기물의 부피를 감소시켜 처분비용을 줄이고 또 제염을 해 재활용을 하는 등 원전해체 산업 기술의 부가가치를 높여야 할 것이다. 원전해체연구소의 기술 특성화가 바탕이 돼 안전한 해체 제염과 엄격한 평가를 거친다면 원전해체 시 발생하는 폐기물이 산업 및 방사선 이용 시장의 신선한 자원으로 다시 활용될 것이다. 수 십년 원자력의 역사가 말해주듯 원전 전주기의 마지막에 해당하는 해체는 환경복원과 미래 지속적인 원자력을 위한 필연이다.
이러한 필연의 기회를 활용해 학계와 연구계는 기술 고도화를 통한 국제 경쟁력 기반 마련, 산업계는 현장 기술을 확보해 수익 창출 및 국가 경제 활성화의 주역이 돼야 할 것이다. 우수한 인적 자원과 산업적 환경을 활용한다면 산업수도로서의 울산이 원전해체 기술 산업의 성지로 새롭게 도약하리라 확신한다.
김희령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본 칼럼은 2019년 4월 26일 울산매일신문 18면 ‘[기고] 원전해체 기술 산업의 성지, 울산!’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