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수업 시간에 ‘자유’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학생들에게 무엇이 자신을 속박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라고 질문을 던지면 항상 나오는 답이 ‘돈의 부족’이다. 언뜻 생각하면 돈은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해주고, 사고 싶은 것을 살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우리에게 많은 자유를 줄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자유의 의미를 좀 더 확장해서 우리를 구속하고 있는 수많은 요인들을 인지하고 이러한 속박으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면 돈으로 얻을 수 있는 자유는 제한적이다. 오히려 문제를 돈으로 해결해 버리는 경우 문제를 풀어가면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능력들을 개발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돈을 믿고 타인에게 ‘갑질’을 하는 사람은 돈이 있기에 오히려 상대를 배려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셈이다. 결국 돈은 일시적인 자유를 주거나 삶을 좀 편리하게 해줄 수는 있을지 몰라도 그 자체로 진정한 자유를 제공하지 못한다.
조금 더 생각해보면 우리는 돈 이외에도 수많은 것들에 얽매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불안한 마음, 걱정, 스트레스 등 부정적인 감정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나기 어려운 경험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또한 상대와 소통이 안 돼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 사회생활에서 인간관계가 잘 안되는데 이유를 잘 모르는 경우,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싶고 창의적인 발상을 하고 싶은데 기존의 사고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 등등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러 속박들 속에서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전통이나 관습, 부모님의 기대 등 우리를 구속하는 것들 대부분이 우리에게 친숙한 것들이라서 이것들을 속박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혹시 그러한 속박들을 인지하더라도 거기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몰라서 자유로워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결국 자신을 구속하고 있는 것들을 인지하고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기존의 것들을 별 생각 없이 수용하는 수동적 태도를 버리고 매사를 본인의 관점으로 점검해보는 적극적인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다.
비판적 사고란 어떤 문제나 주장을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면밀히 검토, 분석, 평가해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사고라고 할 수 있다. 수 많은 정보와 주장의 홍수 속에서 길을 찾을 수 있게 해주고 다른 사람들의 주장에 쉽게 현혹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해주는 비판적 사고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능력이다. 그런데 이 ‘비판적 사고’에 대한 오해들이 있다. 그 중의 하나는 그것을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주장의 문제를 지적하고 공격하는 부정적 의미의 행동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의 생각을 제대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명확한 관점과 판단에 대한 적절한 근거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비판적 사고는 본질적으로 자신의 관점과 판단을 점검하는 자기 규제적 행위이다. 따라서 비판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 자신에 대한 상대의 의견에 대해서도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은 겸허히 받아들인다.
비판적 사고에 대한 또 다른 오해는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100%의 객관적인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비판적 사고는 존재하지 않는 객관적인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관점에 바탕을 두고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며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상대와 소통하고 교류하는 긍정적인 행위이다. 따라서 비판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 스스로의 생각을 검토하고 의심해 보는 반성적 자세와 다른 사람들의 비판을 수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수정하고 보완할 수 있는 열린 태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반성적이고 열린 태도를 가진 비판적 사고의 소유자는 자신을 구속하고 있는 문제를 인지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그 결과 자신을 구속하고 있는 요인들을 제거하거나 관리함으로써 점차 더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즉, 비판적 사고력을 가진 사람은 누군가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독립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데, 바로 이 독립적인 사고 능력이 우리가 자유로워지는데 필요한 기본 조건이다. 자유로워지고 싶은가? 그렇다면 우선 살아가면서 부딪히게 되는 수많은 크고 작은 일들에 대해 누군가에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으면서도 타인과 교류와 소통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진 비판적 사고력의 소유자가 되도록 노력해보자.
이주영 UNIST 기초과정부 교수
<본 칼럼은 2019년 4월 29일 울산매일신문 19면 ‘[매일시론] 자유를 위한 비판적 사고’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