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신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직급에 관계없이 직원들과의 독서토론을 제안했다. 첫 번째 토론할 책으로 상생과 공존을 주제로 한 <수축사회>를 추천했다. 이러한 토론회를 통해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벤처기업 현장과 ‘소통’하는 현실적인 정책들이 나왔으면 한다.
<수축사회>는 여의도의 미래학자라 불리는 홍성국 전 미래에셋대우 사장이 쓴 책이다. 우리 경제가 ‘팽창사회’에서 탈피해 이제는 저성장이 일상화되는 수축사회를 대비할 때라는 내용을 담은 책이다.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 전 세계는 인구와 생산물의 급증으로 사회 전체적으로 파이가 증가하는 팽창사회였다. 이제는 인구 감소와 생산성의 획기적 증대로 인한 공급과잉, 과다한 부채, 부의 양극화로 더 이상 성장이 어려운 수축사회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앞으로 올 수축사회에 대한 대비책의 일환으로 ‘4차 산업혁명으로 무조건 뛰어들 것’과 ‘사회적 자본을 축적할 것’을 주문한다
미래사회를 수축사회로 규정하는 것은 비약일 수 있다. 그러나 저자가 해결책으로 제시한 ‘4차산업혁명’과 ‘사회적 자본’에 대해서는 공감이 간다. 첫째, 4차 산업혁명은 초기에는 일자리를 파괴할 것이다. 그래서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특이점’에 이르면 얘기가 달라져 산업혁명의 역사는 계속될 것이다. 수축사회를 막으려면 우리도 4차산업혁명에 무조건 전력투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기존의 이익집단과 소통하고 설득해야 한다. 우리의 미래 먹거리가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둘째, 사회적 자본의 축적이다. 사회적 자본이란 사회를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요소들, 신뢰의 문화, ‘네트워크’를 통한 연결, 소통, 상호호혜적 규범 등을 포괄하는 제반 사회관계적 자산을 말한다.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세계적 경제철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1995년 발간된 <신뢰(Trust)>라는 책에서 “신뢰기반이 없는 나라는 사회적 비용이 급격하게 커져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필자도 몇 년 전 본 칼럼을 통해 “신뢰 문제는 한국이 선진국으로 넘어가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관문”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수축사회>의 저자 홍성국은 “이기주의에 기반한 이데올로기와 생활방식으로는 팽창시대 산물인 연금·의료보험·복지 등 사회안전망과 교육시스템이 붕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유경제도 4차산업혁명도 이러한 사회적 자본이 뒷받침 돼야 한다.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도 중요하다. 정부 정책은 최소 10년을 내다보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인구감소 추세에 공무원 증원정책은 ‘수축사회’에 역행한다. 이로 인해 연금·의료보험·복지 등 사회안전망이 붕괴할 수도 있다. 축소사회에서는 공무원의 증원보다는 AI 인재를 양성하여 부가가치를 ‘팽창’시키는 것이 훨씬 급하다.
저자 홍성국은 “수축사회의 공포에서 살아남으려면 좌파정책이든 우파정책이든 생존에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해야 된다”고 말한다. 이념과 경제는 구분돼야 한다는 얘기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운동 시작 이래 지난 40년 동안 경제규모가 200배 증가하여 지금은 미국과 함께 G2를 구성하고 있다. 이 성장의 배경에는 덩샤오핑(鄧小平)의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이 있다.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것이다. 1991년 소련연방이 붕괴한 가장 큰 이유는 낙후된 생산력이다. 동기부여와 경쟁이 없는 사회주의 경제의 취약성을 보여준 것이다. 물론 자본주의도 빈부격차 등 그 폐해는 시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수축사회를 촉진할 수 있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등의 정책도 경제성의 원리에 따라 10년~20년 앞을 보고 결정돼야 한다. 정치와 경제가 혼동돼서는 안 된다. 4차산업혁명에 매진하여 경제의 파이를 ‘팽창’시키는 것에 우선을 둬야 한다. 그래서 국민소득 3만달러대를 확실하게 다져놔야 한다. 다른 ‘사회적’ 문제도 중요하나 이는 사회적 자본을 키워나가면서 하나씩 해결해나가야 할 것이다.
정구열 UNIST 경영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9년 5월 14일 경상일보 19면 ‘[정구열칼럼]‘수축사회’를 극복하려면’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